장애의 역사는 사회의 역사다
상태바
장애의 역사는 사회의 역사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2.28 22: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애: 약체들과 사회들 | 앙리-자크 스티케 지음 | 오영민 옮김 | 그린비 | 544쪽

불구성, 일탈, 비정상과 이상, 기형 등의 문제는 마치 부모에 대한 심리적 관계, 신과의 관계, 진실과의 관계처럼, 우리 삶의 조건과 문화에 내재된 근본 문제에 해당된다. 신체불구(자)라는 명칭이 ‘장애/장애인’이 되기까지의 역사와 문화를 다른 시각에서 뜯어보고 있는 이 책은 서구사회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애인을 어떻게 표상해 왔고, 또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 왔는지 그 전개와 변천 양상을 진술함과 동시에 논쟁적인 관점과 주장을 담은 책이다.

사회는 의미심장한 현상을 다루는 방식에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장애인에 관해 말해 보는 것은 사회 깊숙한 곳의 베일을 들추는 일이라며 우리에게 뜨끔한 질문을 던진다. “어째서 우리는 다르게 태어나거나 혹은 그렇게 된 존재들에 온갖 이름을 붙여가며 지칭하는 것일까? 어째서 그토록 많은 범주가 필요하게 된 것일까?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나고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두고 어째서 그토록 극적인 과장을 하는 것일까?”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선과 악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 순전히 운과 우연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장애와 불구와 질병을, 어째서 우리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일까? “피상적으로 부를 때조차 ‘장애’는 예상치 못한 어떤 예외적이고 엄청난 공포, 놀라우리만큼 부정적인 어떤 제스처를 가리키”는 까닭에 “우리는 장애를 거부하고 강박에 시달리는가 하면, 장애가 초래하는 두려움과 불편함에 따라 모든 것을 경험하는 가운데, 그것에 경계를 설정하고 장애를 유폐시키는 데 열중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지적처럼 장애의 문제는 발굴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된 도자기 조각이 맞다. 그 자취를 남긴 문화에 관한 수많은 증거를 열람하게 하는.

성서에서부터 ‘차이 나는 존재’를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생물학적으로 온전하지 않은 존재를 배제하는 사회의 집단성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집단의 공격성은 그 방향을 쉽게 바꾸어 외국인, 주변인, 공동체에 제대로 통합되지 못한 모든 이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 중세 말엽과 르네상스 시기, ‘다름’에 대한 공포로 장애인과 광인, 걸인 등을 감금하면서 이 모든 이들이 노동하도록 계도해야 한다는 최초의 발상이 시작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배제와 감금, 차별의 역사는 장애와 함께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원제를 번역하면 “불구의 몸과 사회들”이다. 불구를 가리키는 말은 사고 희생자, 선천적 기형자, 지체부자유자, 신체불구자, 무능력자 등의 어휘를 거쳐 ‘장애’까지 왔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장애’라는 말은 최초에 기회의 균등을 위해 더 뛰어난 경기자의 손을 모자에 넣는다(hand-in-cap)라는 말에서 왔는데, 환유적 의미에서 불이익이라는 개념이었던 이 단어가 ‘불구’라는 말을 대체해서 쓰이게 된 데에는 숙고된 바가 없다. 장애인을 칭하는 말들을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올바른 단어들로 대체해 오긴 했으나, 장애와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은 얼마나 달라져 왔을까.

원저와 저자 앙리-자크 스티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장애인을 그 불행한 운명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미명하에 그들을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가능성을 지닌 주체로 간주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저자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비-정상적’ 상황들이란 있어서는 안 되며, 심리적·정신적 혹은 육체적 차이도 예전과 같은 어떤 틈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취급한다고. 소위 정상인들과 다른 ‘차이’(빈 공간)는 채워져야만 하고, 그들의 결함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방 안의 코끼리가 되어 아무도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무엇이 된다. 장애가 있는 이들의 성공한 삶이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운전을 하고 남들처럼 하루 8시간 직장생활을 하며 아파트에서 사는 것,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일반 사회 구성원으로 사는 것이다. 결함은 사회에 의해 제거된 듯 보인다. 그렇다면 장애는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여기서 또 묻게 된다. 장애와 차이를 지우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우월한 일일까? 사회는 장애와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자가 던지는 민감도 높은 문제제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질문, 평균과 보통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답보다는 질문이 많을 이 책에서 저자는 손상 입은 자들에 대한 기회의 평등, 통합, 삶의 조건 문제들을 해결하려 할 때 비로소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인류학적 성과가 가능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는 결함 있는 이들이 처한 상황을 ‘한계 끝까지’ 그리고 ‘한계 안에서’ 바라보며 장애에 대한 실천과 이론이 함께 관여되어야 한다 말하며 인간과 장애와의 관계, 인간과 비정상성과의 관계, 인간과 차이와의 관계 등이 전적으로 인간 자신에 달렸음을 역설하는데, 우리는 여기서 어떤 약체들에 대한 환대 가능성을 본다.

장애, 그것은 누구에게 당장이라도 덮칠 수 있는 것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조건과 표상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