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부아르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관습과 제약에 어떻게 맞서 싸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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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는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관습과 제약에 어떻게 맞서 싸웠는가?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2.2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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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 케이트 커크패트릭 지음 |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588쪽

관습적인 결혼을 꿈꿨던 부르주아 출신의 명석한 소녀가 어떻게 20세기 페미니즘의 선구자가 되었을까?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던 무명의 철학 교사가 어떻게 전 세계 여성의 삶에 변혁을 일으킨 ‘페미니즘 성서’를 쓸 수 있었을까?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 이 유명한 말로 시몬 드 보부아르는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대표작 《제2의 성》은 프랑스 가부장 사회에 떨어진 시한폭탄이었다. 이 책은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알베르 카뮈, 프랑수아 모리아크 등 남성 지식인들은 보부아르의 철학적, 문학적 자질을 의심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금기시되었던 여성의 솔직한 경험을 다룬 전례 없는 저작으로 받아들였다. 케이트 밀릿,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베티 프리던 등 후대 페미니스트들은 이 책에 힘입어 1960년대 성 혁명을 일으켰다. 보부아르는 20세기 여성의 목소리였고, 여성이 아내나 어머니로 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상징이었다.

보부아르와 장폴 사르트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파격적인 관계를 형성했다. 그들은 서로를 가장 중요한 상대로 여기되 자유로운 연애를 허용하는 계약을 맺었고, 51년 동안 삶과 사유의 동지로서 함께했다. 하지만 보부아르에게는 계약의 대가가 따랐다. 커플의 대외적 이미지는 보부아르의 사상과 도덕성을 깎아내리는 데 이용되었다. 20세기 내내, 심지어 오늘날까지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사상을 전파한 독창성 없는 철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 전기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정의한다. 저자는 최근 새롭게 공개된 보부아르의 일기, 편지, 논평, 인터뷰를 바탕 삼아 보부아르가 자기만의 독자적인 사상을 꾸준히 전개해 왔음을 보여준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에서 어머니이자 아내로서 사랑받고자 하는 ‘나’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나’ 사이에서 분열하는 여성들의 생생한 경험을 포착하고자 했다. 《제2의 성》은 바로 보부아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보부아르는 여성이 쉽게 직업을 가질 수 없던 프랑스 사회, 두 차례의 세계대전, 급진적 페미니즘의 시대를 관통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이 전기는 보부아르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어떻게 관습과 제약에 맞서 싸웠는지를 다룬다. 현모양처 혹은 수녀가 되고자 했던 소녀가 어떻게 탁월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사상가가 될 수 있었는지, 정치적 사건보다 책 속 인물에 더 관심이 많던 여성이 어떻게 거리의 지식인이 될 수 있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 전기에서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보부아르의 진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저자 케이트 커크패트릭과 원저

이 책은 옥스퍼드대학 철학, 윤리학 교수인 저자 케이트 커크패트릭의 《Becoming Beauvoir : A Life》(2019년)를 완역한 책이다. 그동안 보부아르의 전기는 미국 작가 디어드레이 베어가 말년의 보부아르를 직접 인터뷰하여 집필한 《Simone de Beauvoir: A Biography》(1990년)가 가장 많이 읽혀 왔다. 하지만 1986년 보부아르가 세상을 떠난 뒤 보부아르의 생애를 좀 더 명확히 보여주는 새로운 출판물과 자료가 2018년까지 쏟아져 나왔다. 보부아르에 관해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야기를 끌어내는 이 책은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을 총체적으로 다룬 최신의 전기이다. 

저자는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 다른 연인들에게 보낸 편지, 학생 시절 일기, 초기 철학 에세이, 잡지에 기고한 글 등 오랫동안 비공개 상태였던 자료들과 보부아르의 양녀 실비 르 봉과 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삼아, 독자적인 실존주의 철학을 펼친 사상가이자 20세기 여성 해방 운동의 선구자였던 보부아르의 일생을 완벽하게 되살려냈다. 어린 시절에 쓴 습작 소설부터 대표작 《제2의 성》과 《레 망다랭》을 거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철학 에세이와 노년에 쓴 회고록까지 보부아르의 모든 저작을 꼼꼼하게 연구한 저자는 20세기의 급변하는 시대 상황과 맞물려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보부아르가 사르트르를 만나기 전부터 자유의 철학을 전개한 실존주의 사상가로 성장했음을 살펴보고, 젊은 시절 페미니즘과 거리를 두었던 보부아르가 《제2의 성》 출간 후 급진적 페미니스트로 발전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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