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신학과 현대성은 어떤 관계인가? 시대정신과 신학은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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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학과 현대성은 어떤 관계인가? 시대정신과 신학은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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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신학이란 무엇인가: 자유주의 신학의 재구성에서 포스트모던 해체까지 | 로저 올슨 지음 | 김의식 옮김 | IVP | 968쪽

이 시대를 대표하는 복음주의 신학자인 로저 올슨이 새로 쓴 현대 신학 교과서다. 현대는 정치·과학·산업·철학에서 혁명이 일어난 시대였으며, 신학도 현대의 혁명적 변화를 피할 수 없었다. 시대 변화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주변의 문화 격변에 비추어 자신의 신앙을 이해하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대 신학 운동들의 기원을 파헤치고, 주요 사상과 텍스트를 탐구하며, 그것들이 교회에 대해 지니는 지속적 적실성을 숙고한다. 이로써 그는 슐라이어마허에게서 기원하는 자유주의 신학의 ‘재구성’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계속되는 포스트모던 ‘해체’에 이르기까지, 현대라는 맥락을 거부하거나 적응한 신학들 사이의 갈등을 추적해 가면서, 현대성을 무시하거나 맹종하는 양자택일의 한계를 넘어 미래 지향적인 길을 찾아낼 근거들을 발견한다.

과학 혁명과 계몽주의가 빚어낸 현대성은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틀 자체를 바꾸었다. 과학에서 시작된 변화가 모든 분야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기독교 신앙과 신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책은 먼저 “현대 신학의 문화적 맥락”으로 논의를 시작하고, 이어 과학 혁명(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론과 갈릴레오의 증명)과 철학적 인식의 전환(데카르트 이후)을 이해하기 쉽게 해설하면서 그러한 시대적 변화가 교회 및 신학과 주고받은 영향에 대해 묘사한다.

이 책의 균형 잡힌 관점은 그 기술 대상의 다양성에서 드러난다. 저자는 철학자들의 견해가 넓은 스펙트럼을 띤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다양한 신학들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자유주의 신학과 새로운 자유주의 신학, 보수적 개신교 신학과 중재 신학들, 급진 신학자들과 해방 신학들, 복음주의 신학, 포스트모던 신학자들 등 개신교 현대 신학들뿐 아니라, 현대성의 측면에서 가톨릭 신학을 전개한 가톨릭 현대주의자들과 가톨릭의 입장에서 현대성을 다루려 시도한 ‘누벨 테올로지’(nouvelle theologie, “새로운 신학”)를 아우르는 다양한 가톨릭 신학들도 빠짐없이 소개한다.

저자는 다양한 신학 사조와 신학자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각 장의 제목에서 볼 수 있는, 예를 들어 “자유주의 신학들”, “중재 신학들”, “해방 신학들”, “가톨릭 신학자들”, “포스트모던 신학자들” 같은 표현들은 독자들이 각 장에서 기술되는 신학과 신학자를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사상에 국한해서가 아니라, 같은 방향에서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시도한 흐름으로 이해하도록 안내받는다.

또한 이 책은 제3세계라고도 불리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 대한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논의 자체는 철저하게 유럽과 북미, 남미에 집중한다. 저자는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현대성과 그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난 서구의 기독교 신학에 집중하여 논의함으로써, 서로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연결된 사상들의 흐름을 파악하게 한다. 그리고 이 논의들은, 이 책의 저자가 바라는 것처럼 오늘날 비서구의 신학에 교사와 반면교사가 되어 새로운 전망을 열어 줄 수 있다.

“서론: 현대 신학의 문화적 맥락”은 개별 신학과 신학자를 큰 흐름에서 이해하도록 돕는 배경을 제시하고, 2장에서는 자유주의 신학들을 다루면서 가톨릭 현대주의자들을 함께 다룬다. 3장에서는 보수적 개신교 신학이 현대성을 비판하면서도 스스로 현대적 방식으로 신학을 한 것이 잘 드러나며, 4장에서는 도르너와 부시넬의 중재 신학들[원래 독일 신학자들이 시도했던 중재 신학(Vermittlungstheologie)과 이후에 미국에서 있었던 중재적 경향의 신학]을 새롭게 기술한다. 특히 10장에서는 자유주의적이지 않은 가톨릭 신학자들의 현대성에 대한 관여를 다루면서, 최근에 연구 대상으로 주목을 받는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를 추가로 서술한다. 복음주의 신학을 다루는 11장에서는 이전의 공저자였던 스탠리 그렌츠가 제3의 사례 연구의 대상이 된다. 12장에서는 탈자유주의 신학자들과 스탠리 하우어워스, 그리고 존 카푸토를 다루면서 다양한 포스트모던 신학의 시도를 보여 준다. 이 책의 곳곳에는 연구 대상인 인물들과 저자 로저 올슨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와 일화 등이 배경 지식으로 제시되는데, 이러한 부분들은 단순히 책 속의 내용을 넘어서 현대 신학에 살아 있는 생명력과 입체적 감각을 불어넣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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