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은 적이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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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은 적이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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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 홍수의 잃어버린 세계: 신화, 신학, 홍수 논쟁 | 트렘퍼 롱맨 3세·존 H. 월튼 지음 | 이용중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88쪽

이 책은 〈창세기는 고대 문헌이다〉, 〈창세기 1-11장은 과거에 있었던 실제 사건에 대한 주장을 하고 있다〉, 〈창세기 1-11장은 수사적 장치를 사용한다〉, 〈성경은 역사적 사건을 묘사하기 위해 과장법을 사용한다〉, 〈창세기는 과장된 홍수 이야기를 적절히 제시한다〉, 〈창세기는 홍수를 전 세계적인 사건으로 묘사한다〉 등을 수록하고 있다.

20세기 들어 세계 지성계를 주도한 대표적 원리 하나는 ‘진화론’이었다. 비단 자연 과학계뿐 아니라 다양한 인문-사회학 분야도 진화론이란 원리에 빗대어 각종 현상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방식에 깊이 침잠하였다.

이런 현실에 큰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의 보수 기독교계는 진화론에 맞서 자신들의 ‘성경적’ 신앙을 파수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으로 소위 ‘젊은지구창조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진화론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 우주와 생명체가 형성되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젊은지구창조론은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대로 단시간에 걸쳐 하나님이 직접 모든 사물과 생명체를 창조하셨다는 신앙을 기반으로 한다. 

젊은지구창조론자들은 우주와 지구의 역사가 매우 짧다는 자신들의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가설을 세웠는데 그중 하나가 창세기 6-9장에 나오는 ‘노아 홍수’가 실제로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사건이었다는 것이며, 이를 증명하기 위한 대표적 사례로 ‘그랜드캐니언’을 들면서, 이곳의 지질학적 구조야말로 노아 홍수의 역사성을 잘 증명한다고 강변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노아 홍수야말로 젊은지구창조론을 가장 잘 실증하는 대표적 사건으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실제로 구약성경 창세기가 창조과학 측의 주장대로 독해되는 것이 맞는가? 또한 현대 과학이 무수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확증한 증거들은 젊은지구창조론의 주장을 긍정하는가? 이 책은 이 점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해명하기 위한 책이다.

먼저, 저자들은 현대의 그리스도인 독자들이 구약성경을 읽으면서 가장 손쉽게 범하는 오류, 즉 21세기의 눈으로 고대 문서인 성경을 해석하려는 나이브한 관성에 제동을 건다. 바꿔 말하면, 고대 근동 지역의 특수한 세계관이 짙게 배어 있는 구약성경을 올바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문화적 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고대 근동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선결될 때 비로소 구약성경의 세계에 안전하고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른바 ‘원역사’라 불리는 창세기 초반의 사건들을 올바로 해독하려면 창세기가 쓰인 문학 양식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특별히 고대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과장법’을 즐겨 사용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점에서 ‘노아 홍수’ 이야기는 비유적 언어를 사용하여 실제 사건을 신학적으로 진술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노아 홍수 이야기는 인류의 타락 이후에 창조 세계를 새롭게 갱신하기 위해서 하나님이 주도하신, 신학적으로는 전 지구적이나 역사적으로는 국지적인 ‘어느’ 홍수 이야기에 대한 기록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물론 노아 홍수가 어떤 홍수인지를 구체적으로 한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임은 분명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견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아 홍수를 구체적인 홍수와 결부시켜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전으로 창조한 세계를 새롭게 갱신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구원 의지와 그 안에서 인간에게 부여된 책임과 같은 신학적 메시지다.

끝으로, 미국 복음주의 지질학자 스티븐 모쉬어가 특별 기고를 통해서 기독교 신앙과 현대 과학이 조화 내지 양립할 수 있는지를 정밀하게 따져 묻는다. 과학자로서 스티븐 모쉬어는 현대 과학의 모든 성과들이 우주와 지구가 매우 오래되었다는 것을 지시하며, 지구의 기록을 살펴볼 때 전 지구적 홍수는 없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밝힘으로써 창조과학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노아 홍수 사건이 전 지구적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동시에, 노아 홍수가 과거 어느 때에 발생한 국지적 홍수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이를 전 지구적 홍수 사건으로 발전시켜 창조세계 전체를 구속하려는 하나님의 의지를 신학적으로 해명한 사건이라는 두 구약 신학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저자들은 건전한 신학이 과학을 ‘구속’할 수 있는 것처럼 건전한 과학이 기독교 신앙을 ‘정화’해줄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결국 과학과 신앙이 적이 아니라 동반자적 관계임을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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