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만들고, 별이 쓰고, 인류가 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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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만들고, 별이 쓰고, 인류가 엮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2.21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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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개의 별, 우주를 말하다: 불가해한 우주의 실체, 인류의 열망에 대하여 |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352쪽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우주는, 우리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은하의 중심에 자리한 것은 무엇인가”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한가” 모든 답은 “별”에 있다!

이 책은 별을 통해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책으로, 단순히 100개의 별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테마를 중심으로 별에 관한 거의 모든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고대와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인류가 하늘을 관측하며 써내려온 우주와 인간의 치열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들은 신비주의 점성술에서 출발한 천문학이 외계 행성을 탐사하고 있는 오늘날의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사람들의 노고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된다. 

인류는 오랫동안 하늘을 관측해왔다. 우주의 형태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때부터 별의 움직임을 보고 절기를 파악하고 길흉화복을 점쳤으며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천문학은 자연과학 중 가장 오래된 학문이다. 별이 뜨고 지는 것을 보며 규칙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고자 무던히 애를 썼던 고대 사람들에 의해 태동한 것이 천문학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별은 오랜 세월 우리의 신화와 종교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예술과 학문에 영감을 불어넣었다.

21세기 인류는 우주 탐사선을 태양계 밖으로 내보내고 우주로 망원경을 쏘아 올린 데다 우주의 나이를 가늠하고 인간으로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을 관측, 검출하기에 이르렀다. 별빛으로 우주의 작동 원리와 우주를 이루는 물질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우주의 먼 과거까지 들여다보고 있으니, 실로 놀라운 진보다. 다만 인류의 과학기술이 이토록 발전하여 태양계 밖에 있는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답을 찾기 위해 별을 보고 있으며, 작가들은 수천 년 전과 마찬가지로 별과 신화에 상상력을 첨가하여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놀랍게도, 인류에게 있어 별의 상징성과 중요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전파천문학, 성진학, 천문고고학 등 천문학은 한계를 모르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관측될 천체들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 또한 발맞춰 따라가야만 한다. 소행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책의 저자 프라이슈테터는 해박한 천문학 지식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블랙홀의 관측이 어째서 의미 있는 일인지, 태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날아온 중성미자를 검출한 일이나 중력파를 검출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별을 볼 수 없는 하늘 밑에서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광공해 문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현대 문명의 발전이 인류에게서 앗아간 것이 단순히 밤하늘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독자들이 생각해보기를 제안한다. 또한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환경 문제의 책임을 우주적 차원으로 돌리는 이들에게 제기할 수 있는 반론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에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우주에 영원한 것은 없다. 태양과 지구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태양, 지구, 우리의 미래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끝없는 우주 안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수 광년에서 수십 광년의 거리를 달려 우리에게 도달한 별빛을 보고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반추한다면, 이처럼 우주의 광대한 규모와 그 안에 있는 태양계, 지구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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