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상태바
코로나 이후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1.02.21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베르타스]

세계는 보이지 않는 적들과의 싸움에 직면해 있다. COVID-19 팬데믹은 역사적으로 매우 드문 전 지구적 위기를 낳고 있다. 14세기의 흑사병과 20세기 초반의 스페인 독감이 이번 사태와 유사할 것이다. 감염성 질병은 인류의 최대 살인자 중 하나이다. COVID-19 팬데믹은 전 세계에 쇼크를 미쳤고 동시에 인류의 나약함을 일깨워주었다.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인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만 하는 시점에 도달해 있다. 이런 비극적인 보건 위기를 맞아 인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일정 부분 비범함을 보여주고 있다.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바이러스의 염기 서열이 밝혀졌고, 이를 바탕으로 백신이 개발되어 접종을 하고 있다.
 
COVID-19 팬데믹은 광범위하게 인간을 희생시켰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2020년 9월까지 사망자 수는 95만 명을 넘었으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OECD의 <중간 경제전망>(2020년 9월)에 따르면 2020년에 글로벌 GDP의 4.5%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미래에 마주할 병독원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핵심은 방역과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보다 더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생물다양성 유지와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생물다양성 상실이 최근의 감염성 질병의 핵심 원인이며 생물다양성 유지만이 현재와 미래 인류의 건강, 웰빙과 경제적 번영을 보장할 것이다. 

지구에 살고 있는 한 종으로서 인류는 생물다양성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인류의 활동은 다른 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였다. 서식지 파괴는 생물다양성에 대한 주요 위협 요인이다. 인류는 대초원, 습지, 숲 같은 육지의 약 50%를 농장, 벌목지와 도시로 바꾸어 놓았다. 서식지 파괴는 그곳 서식 생물들의 생존과 번식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의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 세계는 6번째 대량멸종 사태에 직면해 있다. 현재 백만 종의 식물과 동물이 토지 및 해양 사용 증가, 남획, 기후변화, 오염과 침입 외래종 등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1970년 이래,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와 어류 집단은 평균 68%가 감소되었으며 생태계의 여러 영역이 파괴되고 있다.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감염성 질환의 창궐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동물원성 질병은 특정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옮겨지는데 모든 감염성 질병의 약 60%를 차지하며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감염성 질병의 약 75%를 차지한다. 동물원성 질병은 COVID-19 외에도 에볼라, 조류독감, 사스(SARS), 메르스(MERS)와 HIV 등을 들 수 있다. 과학자들은 박쥐에서 유래한 COVID-19를 출현시킨 SARS-COV-2 바이러스가 동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천산갑 같은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이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03년의 사스도 유사한 경로로 출현하였는데 그 중간 숙주는 사향고양이였다. 

2018년의 WHO 회의에서 전문가 집단은 예상은 되지만 정확하게는 모르는 미래의 팬데믹이 <질병 X>에 의해 일어날 것이라 경고하였다. <질병 X>는 동물로부터 유래된 바이러스에 의하며, 여행과 교역을 통해 나라와 대륙을 건너뛰어 신속하게 전파될 것이며 독감보다 치사율이 높고 감기처럼 용이하게 전파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이 설명은 COVID-19에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WHO는 전 세계 사망 건수의 약 1/4이 환경과 관련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CDC는 에볼라, 뎅기열, 지카, 황열병 같은 인간 감염 질병의 3/4이 야생생물보터 유래한다고 추정했다. 이런 면에서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파괴는 감염성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생태계가 교란되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바이러스가 그들의 자연 숙주로부터 인간으로 전이될 수 있다. 예를 들어 HIV는 1920년대에 불법 야생 고기 사냥꾼들이 침팬지를 사냥하고 섭취하면서 인간으로 옮겨진 것으로 추측된다. 남동아시아의 니파(Nipah) 바이러스는 돼지 농장의 확대에 따른 박쥐의 창궐로부터 출현하였다. 아마존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산림 개간이 약 4% 증가되면 질병을 매개하는 모기에 의해 말라리아 발병이 거의 50% 증가되었다고 보고했다. 

서식지 분할, 토지이용과 기후 변화에 의해 지난 50년간 관련 질병이 거의 4배 증가하였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에 의한 산림의 파괴에 따라 사람들은 동물 종과 더욱 밀접한 접촉을 하게 되었다. 바이러스와 또 다른 병독원은 야생동물 고기를 판매하는 비공식 시장에서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옮겨진다. 이 때문에 아직 논란은 있으나 <우한>의 수산축산 재래시장이 COVID-19 팬데믹의 시작 지역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기후 위기도 말라리아 같은 감염성 질병의 전이 패턴을 변화시키고 촉진한다. WHO에 따르면 지구의 기온이 2~3도 상승하면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이 3~5% 증가한다고 한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압력은 생태계의 종 구성, 기능 및 구조를 파괴시켜 또 다른 팬데믹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2050년에 세계 인구는 97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식량 및 바이오에너지 수요는 토지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킬 것이다. 생물다양성 유지 및 생태계 보존에 대한 투자는 중요한 직업 창출 작업이며 생체모방을 통한 혁신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 회복은 자연계의 한계를 인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발을 필요로 한다. 지구 차원의 건강에 대한 개념 정립은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을 실체화하는데 기본 틀을 제공할 것이다. 지구 차원의 건강 유지 노력은 과학 영역이자 사회 운동 모두에 해당된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