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 공유하여 위기를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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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식 공유하여 위기를 극복하자
  • 손병욱 경상대학교 명예교수·철학
  • 승인 2021.02.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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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만약 필자가 현재 임진왜란, 병자호란 혹은 6.25사변 직전의 시대를 살고 있다면 필자의 삶과 역할은 어떠해야 하는가? 필자는 요즈음 와서 부쩍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현재가 진짜 위기의 시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거대한 쓰나미가 곧 눈앞에 현실로서 닥쳐올 텐데, 이렇게 무사태평하게, 나 몰라라 하고 그냥 일상의 삶에 젖어 있어도 되는가? 필자가 비록 일선에서 물러나 인생 3기를 살고 있는 처지이지만, 이 시점에서 지식인으로서, 인문학자로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그 일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

필자는 이런 고민 끝에 무사안일에 젖은 이 시대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힘닿는 데까지 해 보자고 마음먹는다. 기회가 오면 고작 글과 말로써 쓰고 강의하는 데 그칠지라도, 생사의 기로에 선 나라를 되살리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의 실상은 단순히 코로나 역병으로 인한 그런 것이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근원적이고 심각한 데서 위기는 발생하였고, 현재도 나날이 그 위기상황은 심화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정부 출범 이후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방향 설정을 잘못한 상태 그대로 나라를 이끌어 왔고, 임기 마칠 때까지 계속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 뻔한 데서 당분간 이 위기가 극복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가 맞닥뜨릴 위기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와 같은 한가하고 복에 겨운(?) 그런 것이 아니다. 바로 국가 존망의 위기이고, 국민 개개인에게는 생존의 위기이다. 60년 전 신축년에 있었던 5·16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그런 위기이다. 공동체건 개인이건 일단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이것을 우리 선조들은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라고 표현하였는데, 바로 흉년 없고 전쟁 없고 돌림병이 없는 나라이다. 쉽게 말하면 경제력, 국방력, 의료보장을 포함한 복지가 순차적으로 갖추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우선이다. 그래야만 국방도 가능하고 복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채택한 가장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도대체 말도 안 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벌써 오래전부터 그 실패의 후과가 통계지표로 명확히 드러나고 있는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 경제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기 시작하였다. 우선은 엄청난 빚을 내어 모면하고 있지만 이런 상태가 과연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이에 더해 이 정부의 탈원전 고수 정책을 접하노라면 아득한 절망감만 느껴진다.

우리처럼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상대가 핵으로 무장하고 있는 경우, 국가안보는 경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비록 경제력이 뒷받침되어도 정신무장이 안 되어 있으면 첨단무기만으로는 만전을 기하기 어렵다. 이 정부의 북한 비핵화는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최근 외교수장을 맡은 정의용 장관은 말한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는 진정성이 있다.” “(이 정부 들어와서) 평화가 일상화되었다.” 정말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그동안 청와대에서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안보실장을 맡아오면서 우리 안보의 대들보인 한미동맹의 약화를 수수방관해 온 자의 말답다고 여길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잘못된 외교정책으로 나라를 수렁으로 몰아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이에 우리의 안보상황은 경제처럼 망가질 대로 망가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최악의 결과는 김정은이 호언하는 적화통일일지도 모른다.

이 정부가 제일 힘을 쏟는 것은 복지정책이다. 최저임금제, 주 52시간 근무제 등도 복지정책의 일환이라고 하겠다. 복지정책은 튼튼한 경제가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시행될 수 있는데도, 경제가 망가지건 말건 그대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나라 전반에 엄청난 주름살을 드리워 왔다. 부패보다 더 무섭다고 하는 공짜심리의 확산에 아랑곳하지 않고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포플리즘의 전형을 우리는 지금 현재 도처에서 생생히 목도하고 있다. 

하는 행태를 보면 무능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사악(邪惡)함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특히 인사정책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어쩌다 제대로 인재 등용을 했더라도 최재형 감사원장,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발을 걸어서 제 역할을 못 하게 방해하고, 그렇지 않으면 2류, 3류를 불문하고 그저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범재들만 골라서 쓴다. 나라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충정은 아예 실종된 지 오래다. 어쨌건 국민의 환심을 사서 국민을 속이는 그 사악함이 가져올 우리의 미래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고 할 때, 우리가 겪을 참담함은 남미의 베네수엘라를 능가했으면 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자원 부국이자 통일국가인 베네수엘라에 비해서 분단국가이자 강대국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가 더욱 처참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미 풍요를 경험한 이들이 겪게 될 빈곤은 훨씬 더 감내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현재로서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야당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지려야 질 수 없다’고 했던 지난해 총선 패배 이후 야당은 처절한 자기반성과 변신에 성공하지 못했고, 따라서 차기 리더가 제대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흘러간 물로서 정상배로 낙인찍힌 자가 버젓이 설치고 다니면서 리더 역할을 하는데, 이것은 또 다른 위기의식과 절망감만 심화시킬 뿐이다.

과거의 국난을 돌이켜 보면, 그 이전에 이미 국난을 감지한 지식인들이 분명 있었다. 그리고 심각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었다. 임진왜란 발발 오래전에 상소문을 올려서 왜구의 침입을 예고하고 한편으로 제자들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어서 대비하도록 한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1572) 같은 이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무능한 임금 때문에 국난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하고 결국 엄청난 참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왕을 비롯하여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자들은 다들 안전지대로 피난 다니면서 자기와 가족의 목숨을 온존한 뒤 나중에 공을 독차지하였을 뿐, 그 피해는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 되고 말았다.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인과법칙(因果法則)이고 여기에 오차는 있을 수 없다. 이 엄청난 위기의 시대에 우리 지식인들이 현직에 있건, 필자처럼 은퇴하였건 간에 특히 문··철을 전공하는 인문학자라면, 일단 미구에 닥치고 말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일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여 질책하고 경고하고 설득함으로써 위기의식 공유의 범위를 확대하노라면, 무언가 활로가 열리지 않겠는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의외로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고 경고음을 울리는 대학 지성들이 더러 있다. 금년 102세로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 부산대학교 경제학과에 봉직하였던 임정덕 교수, 그리고 영남대학교 김영수 교수 등이 그들이다.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언론인, 유튜버로 범위를 넓히면 더 많은 지식인들이 나라의 위기를 걱정하고 극복을 위해서 애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당면한 위기극복이 먼저다. 그런 다음 청렴하고 유능한 국가리더를 중심으로 방향을 잘 설정한 뒤 재도약을 통해 국력을 결집한다면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의 평화통일과 선진국으로의 진입도 가능할 것이고,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추동하는 위대한 국가로 자리 매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을 품고 우선은 과거 국난을 앞두고 이에 대비한 위대한 우리 선조들을 본받아, 우리 인문학자들이 지금의 위기를 알리고 위기의식을 공유, 확대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나서 줄 것을 권유하고자 한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 매체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학지성 In&Out>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공론장을 지향합니다. 반론도 보장합니다.

 

손병욱 경상대학교 명예교수·철학

고려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윤리교육학회(KEEA)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선비문화연구원 탐구』, 『기학(氣學)-19세기 한 조선인의 우주론』(역서), 『나를 찾아가는 불교 이야기』(공저),  「성공하는 삶과 인성교육」 외 다수의 논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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