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이나 예술비평도 올바른 철학과 건전한 역사관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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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이나 예술비평도 올바른 철학과 건전한 역사관이 밑받침되어야 한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2.14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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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하노프 생애와 예술철학 | 강대석 지음 | 사람일보 | 220쪽

플레하노프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러시아의 철학자 겸 예술비평가다. 그는 철학에 정통했을 뿐만 아니라 박학한 역사이론가였고 탁월한 예술평론가였다. 그는 19세기 말의 러시아 사회가 지닌 모순을 민주적으로 척결하는 데 동참했고 그에 대한 이론적 지침을 서구의 유물론 철학, 특히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철학에서 찾았다. 

그는 러시아혁명을 이끌었던 레닌과도 협력했으나 혁명의 성격 문제를 놓고 둘 사이에는 의견이 갈라졌다. 레닌은 다수파이며 과격한 볼셰비키를 주도한 반면, 플레하노프는 소수파이며 온건한 멘셰비키로 기울어졌다. 혁명 후 플레하노프의 정치적 입장을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벌어진 것은 그러한 연유에서이다.

플레하노프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 이 책은 그의 정치적 입장보다도 철학 및 예술비평에 초점을 맞추어 저술되었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그의 정치적 입장과 사회변혁운동도 언급되었다. 철학이 없는 사회운동가는 준비가 부족한 열정가로 끝나고 만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 등장한 사회변혁은 모두 확고한 철학이 밑받침되었다. 프랑스혁명은 계몽적 유물론으로 무장한 철학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고 러시아혁명도 마르크스주의 철학이 없었다며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플레하노프(Plekhanov, Georgy)

레닌은 물론 마오쩌둥, 호치민 등도 깊이 있는 철학자들이었다. 기존의 사회도 일정한 철학을 배경으로 하여 유지되기 때문에 그것을 새로운 사회로 변화시키는 데는 이전의 철학보다 훨씬 더 심오하고 발전된 철학이 필요하다. 사회의 개혁은 단순한 정치이론만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 근본적인 변혁에는 인간, 자연, 사회, 역사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을 전달해주는 철학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학이나 예술비평도 올바른 철학과 건전한 역사관이 밑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플레하노프가 구체적인 예술분석을 통해서 보여주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도 사회적 갈등과 모순이 팽배해 있다. 그러한 모순이 나타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조국의 분단이다. 외세의 강요에 의한 분단 때문에 우리 민족은 지금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조국이 통일도지 않고서는 사회적 모순이나 비극은 소멸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 통일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만으로 부족하고 정치, 사회, 역사, 문화, 예술 등에 관해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 플레하노프의 철학과 역사이론, 예술론 등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플레하노프는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예술론인 <주소 없는 편지>와 철학 저술인 <맑스주의의 근본문제>가 오래 전에 번역되었을 뿐이다. 헝가리의 미학자 루카치와 더불어 현대예술을 사회문제와 직결시켜 해명한 그의 예술철학은 온갖 형식주의 예술이 범람하고 있는 우리의 예술 풍토에 하나의 경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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