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조선의 시간…역법의 세계사와 시간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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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과 조선의 시간…역법의 세계사와 시간의 사회사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2.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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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시간, 시간 속의 역사: 역사가가 들려주는 세계와 조선의 시간 이야기 | 고석규 지음 | 느낌이있는책 | 424쪽

이 책은 서양과 조선이 ‘시간’을 인지하고 ‘시계와 달력’을 발전시킨 역사를 탐구한다. 최초의 역법부터 현대의 스마트폰까지 때로는 권력의 상징으로, 때로는 일상의 편리함으로 소용된 시간의 모습을 살펴본다. 

인간이 ‘시간’을 발견했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존재를 깨달았다는 뜻이다. 시간을 알게 된 인간은 ‘규칙’이 있는 삶을 계획하게 되었고, 철학과 종교 그리고 과학을 만들어냈다. 또한 역으로 과학을 위해, 종교를 위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시간과 시계를 정의하고 발전시키려 끊임없이 시도했다.

따라서 시간은 철학의 문제이며 동시에 과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시간의 철학’과 ‘시간의 과학’이 어떤 상호관계를 가지면서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즉 시간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역사관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또 과학기술은 시간 측정 기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시간 측정 기술의 발달은 시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반면에 역사의 변화가 시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이런 점들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인류가 하나의 종種으로서 인간을 인식한 이후 가장 별난 특성은 바로 정확한 시간을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느 철학자는 시간을 발견한 것이야말로 인류의 최대 업적이라고 말한다. 시간을 알게 된 인간은 그 시간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권력으로 때로는 상업적 도구로 활용했다.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얼마나 시간을 잘 지키느냐’는 생산력의 척도가 되었고 덕분에 ‘시간 지키기’와 ‘시간 아끼기’라는 개념도 등장했으며 그렇게 근대가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다채롭게 변화한 시간 개념과 시계 그리고 달력을 살펴본다. 서양의 달력과 기계시계를 두루 탐구하고 조선의 책력과 천문의기를 만나며 과학의 발전과 함께 변화한 시간의 사회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기억과 역사, 그리고 여과>라는 주제로 시간의 문을 연다. 이어서 1부 <시간과 역사의 여러 모습>, 2부 <조선의 역서와 시계들>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달력과 시계와 시간에 대한 내용들을 다루었다.

1부에서는 시간의 개념과 서양의 시간을 탐구한다. 시간 개념이 없었던 고대부터 시간을 인지하고 시계를 활용하는 근대까지의 역사가 담겼다. 철학과 과학, 종교의 등장은 시간 활용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시계의 발달에 따라 근대적 사고와 합리주의가 생겨나는 등 인간사의 변화와 함께한다. 1부에서는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변화하는 달력과 해시계와 기계식 시계를 거쳐 국제표준시간으로 변신하는 시간과 시계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기독교와 프랑스 대혁명 등에서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살핀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기억하는 시간과 흘려버리는 시간, 잊어버리는 시간을 짚으며 철학적 고찰을 더했다.

2부에서는 조선의 역법과 시계를 다룬다. 조선에서 역법은 권력의 상징이자 권한이었다. 길흉을 점치는 도구였으며 농사의 절기를 알려주는 ‘농정’의 바탕이었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역법의 발달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으며 중국의 책력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시간을 만들려 애썼다. 2부에서는 중국의 역법을 받아들인 수시력과 서양 천문학을 기반으로 한 시헌력, 조선의 실정에 맞는 본국력 등 조선을 지탱한 다양한 역법을 소개한다. 또한 앙부일구와 자격루, 통천의 등 조선 과학의 진수를 보여준 시계들을 함께 다뤘다. 실록과 승정원일기 외 각종 사료를 풍부히 담아 조선 과학자들의 고뇌와 시계의 발달사를 다채롭게 살펴볼 수 있다.

인간의 욕망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차원을 넘어서려는 욕망이 있다. 스티븐 호킹은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합시킬 때, 시간과 공간이 함께 4차원의 공간을 형성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말했다. 이렇게 인간은 3차원에 살면서 4차원을 넘본다. 4차원은 시간과 공간이 함께 만드는 차원이다. 이 책에는 4차원을 넘보듯이, 역사가가 인문학을 넘어 과학에 도전하는 그런 욕망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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