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 곧 문제이자 해결방안
상태바
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이 곧 문제이자 해결방안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2.14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무자비한 알고리즘: 왜 인공지능에도 윤리가 필요할까 | 카타리나 츠바이크 지음 | 유영미 옮김 | 니케북스 | 334쪽

알고리즘 윤리가 연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AI 알고리즘 기반 온라인 서비스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여론의 양극화, 확증편향, 차별 등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알고리즘, 빅데이터, 컴퓨터지능, 머신러닝 등 정보기술에 관한 총체적이고 통합적인 시각에 기초해 알고리즘의 기술적 토대를 설명함과 동시에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인공지능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책에서 흔히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기계 규칙인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실제로는 많은 수작업을 요하며 인간이 변수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 정확하고 객관적이라 생각한 데이터가 실은 충분하지 않고 오류나 차별이 끼어드는 경우가 그간 얼마나 많았었는지를 상세히 보여준다. 특히 인간과 관련된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이 막대한 손해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용자의 개입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자연과학적인 인식 방법들을 제시하고,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도구상자를 안내한다. 2부에서는 ‘정보학의 ABC’, 즉 알고리즘Algorithm, 빅데이터Big Data, 컴퓨터지능Computer intelligence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살핀다. 이어 3부에서는 어떤 부분에 인간이 개입해 윤리를 고려해야 할지, 그리고 이 과정을 어떻게 바람직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를 다룬다.

뉴스 추천, 상품 추천 광고, 내비게이션, 검색어 자동완성, 번역기, 암 진단 시스템,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은 이제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 인간들에 대해, 인간들과 더불어, 인간들을 위해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쯤에서 책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기계가 인간에 대해 인간보다 더 나은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을까? 또 우리는 그것을 원할까?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에 나를 ‘데이터 덩어리’로 바치고 싶지 않다면, 특정 이념단체나 권력기관에 선동되어 꼭두각시 인형처럼 움직이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기계에 나에 대한 판단을 온전히 맡기지 싶지 않다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인간이 더 인간다워질 때, 인공지능과의 공존도 가능해질 수 있는 법이다.

우선 이 책은 알고리즘, 최적화와 운영화, 수학적 모델링 같은 생소한 개념들을 설명하면서 기계학습 과정의 많은 단계에서 인간이 개입해 결정해야 하는 조절변수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간단히 말하자면 알고리즘은 그저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정해진 ‘행동지침’이다. 그런데 실제로 많은 머신러닝 방법은 해답이 맞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고전적 알고리즘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답을 찾아가는 ‘휴리스틱heuristic’으로서 답이 맞는지를 점검할 수 없다. 문제는 결과로 나온 해답이 맞는지 확인할 실측자료가 없고 어느 알고리즘의 결과가 어느 정도 이성적으로 보이는 한, 우리 인간들은 그 결과를 설명하는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서 & 저자 카타리나 츠바이크

알고리즘에 윤리적 고려가 필요한 경우는 무엇보다 인간들의 과거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하여 다른 인간의 미래 행동을 추론하고 사회적 자원에의 접근을 결정하는 시스템들이다. 물론 이러한 유형의 시스템이라도 위험도는 천차만별이다. 저자는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한 등급을 고안한다. 그 기준은 시스템의 결정으로 인한 ‘손해잠재력’과 그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항의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상품 추천 시스템의 개별적 오류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류가 있는 입사지원자 평가 시스템을 쓰면 채용 기회를 잃는 개인뿐 아니라 그런 개인을 경제적으로 도와야 하는 국가와 부적합한 지원자를 채용하게 되는 회사도 손해를 입지만, 국가나 고용주 측의 손해는 개인들이 당하는 손해를 합친 것보다 크지 않다. 한편 콘텐츠를 제안하는 뉴스피드나 유튜브에서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를 배포한다면 사회 전체가 상당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공급자와 경쟁하면서 시스템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그에 비해 국가가 운영하는 감시소프트웨어는 무고한 개인에게 잘못된 낙인을 찍거나 반대로 범죄자들을 인식하지 못해 사회에 손해를 끼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요한 민주주의적 기본권을 침해함으로써 사회 전반에 막대한 손해를 입힐 수 있고, 독점적으로 운영되므로 항의 가능성도 낮다. 이런 식으로 등급을 나누면, 완벽하지 못한 얼굴인식 기술에 의존하는 자율살상무기, 데이터가 너무 적은 테러리스트 확인 알고리즘, 국가가 국민을 광범위하게 감시 통제하는 중국 시민점수 등은 리스크가 가장 높은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일련의 논의를 통해 저자는 등급에 따라 투명성과 이해가능성을 높여 시스템을 감시하는 방안을 제안하며, 성공적으로 머신러닝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결여되어 있을 때, 또는 시스템을 투입함으로 인해 전 사회가 입을 수 있는 손해잠재력이 너무 클 때는 활용을 금지해야 한다고까지 단언한다. 끝으로 저자는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무엇이 좋은 결정일지 고민해보아야 어느 정도로 기계의 뒷받침을 받을지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윤리가 컴퓨터에 들어오는 것은 오직 당신과 나, 우리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