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저와 읍루 - 숨겨진 우리 역사 속의 북방민족 이야기』…‘옥저와 읍루’를 다룬 최초의 개설서
상태바
『옥저와 읍루 - 숨겨진 우리 역사 속의 북방민족 이야기』…‘옥저와 읍루’를 다룬 최초의 개설서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2.14 2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대의 잊혀진 역사, 옥저와 읍루를 통해 우리 북방사의 지평을 넓히다
- 북방지역으로 이어지는 우리 고대사 다시 보는 계기

■ 화제의 책_ 『옥저와 읍루』 (강인욱 지음, 동북아역사재단, 235쪽, 2020.12)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는 최근 교양서 『옥저와 읍루 – 숨겨진 우리 역사 속의 북방민족 이야기』를 발간했다. 이 책은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지난 20여 년간 연해주를 조사하며 수집한 옥저와 읍루에 대한 최신 자료를 이용, 우리 고대사에는 이름만 알려진 동해안을 따라 살던 옥저와 읍루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최초의 개설서이다. 특히, 일반인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고려인의 마을에서 발견된 온돌을 사용한 옥저의 유적, 화장실을 집안에 만들어 썼던 읍루인의 모습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발굴이야기들로 옥저와 읍루의 다양한 모습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 책은 교과서에 민며느리제로만 알려진 옥저, 그리고 이름만 전해지는 읍루의 수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옥저는 고구려에 복속한 작은 집단이라는 생각과 달리 약 2,400년 전부터 한반도와 부여지역은 물론 멀리 중국과도 교류하며 성장했던 집단이었다. 읍루도 야만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입견과 달리 극동지역의 진정한 강자였고, 훗날 청나라를 건국하는 여진족의 선조가 되었다. 

수많은 우리의 역사에서 지금 잊혀진 옥저와 읍루를 다시 보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조망하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옥저와 읍루는 바로 소외된 역사인 동북한 지역, 나아가 통일된 이후 우리 역사를 위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함경도와 강원도는 한반도의 척추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을 따라 북한을 거쳐 북방 유라시아와 이어지는 환동해 지역 교류의 중심이었다. 청동기시대 이래로 이 동북한은 한국과 유라시아를 잇는 고대 문화의 주요 루트였다. 그리고 이 루트는 바로 유라시아 철도가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함경남북도를 거쳐서 러시아의 국경도시 하산을 통하여 우수리강과 아무르강을 따라 이어지는 철도는 바로 옥저, 읍루가 살던 그 지역을 지나간다. 

옥저와 읍루는 단순한 우리의 잊혀진 고대가 아니다. 이미 2천 년 전 우리와 대륙을 이었던 옥저와 읍루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의의를 준다. 21세기 한국과 유라시아의 길을 다시 잇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책의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중국과의 관련만을 강조하는 한국 고대문화의 연구 흐름을 탈피하여 동해안을 따라 존재했던 새로운 우리의 역사를 찾는다. 다음으로 발해로만 집중된 우리의 북방사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옥저와 읍루의 주요 무대는 현대 러시아의 극동 지역이다.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오로지 발해에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옥저와 읍루를 통하여 발해 이전부터 이 지역에 면면히 이어지는 우리의 고대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남한 중심의 역사관을 탈피한다. 우리의 북방사가 생소했던 이유는 남한 위주의 역사연구, 나아가서 분단이라고 하는 현대사의 아픔,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국가적인 장벽이 그 원인이었다. 이 책은 그동안 좁은 우리의 시야를 벗어나서 옥저와 읍루를 통하여 거시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조망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고대의 잊혀진 역사 <옥저와 읍루>를 통해 그동안 발해에 집중했던 우리 학계의 관성을 탈피하여 고대 북방지역에 숨겨진 우리 역사를 밝히고 우리 북방사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삼강평원 봉림성터의 온돌<br>
삼강평원 봉림성터의 온돌

■ 주요내용 

우리의 고대사에는 이름만 알려진, 동해안을 따라 연해주로 이어지는 환동해 지역에 살았던 옥저와 읍루가 있다. 고구려와 부여계통인 옥저, 그리고 발해의 기층을 이루었던 말갈은 한국 고고학과 고대사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누구도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 지역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에 위치하여 실제로 우리가 제대로 조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는 중에 옥저와 읍루와 같은 북방 여러 민족들의 역사는 ‘변방’으로 치부되었고, 한국사에서도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적었다. 하지만 역사 자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고고학 연구 덕분에 만주와 연해주 일대의 다양한 자료를 발굴했고, 그 결과 북방지역의 여러 집단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이 책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필자가 연구한 옥저, 읍루의 최신 자료를 이용하여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읍루의 철기 -  날부분이 강철화된 폴체 유적 출토의 철부

최초로 온돌을 만들어 한반도는 물론 헤이룽장 북쪽까지 전래시킨 옥저, 그리고 화장실을 집안에 만들어 썼던 읍루인 등 애매하게만 알려졌던 옥저와 읍루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책의 끝에는 그들을 다시 역사기록과 비교하여 극동지역 역사의 핵심을 이루었던 옥저와 읍루에 대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한다. 

① 중화 패권주의를 탈피하는 우리의 역사 

최근 21세기가 들어서면서 중국 중심의 역사해석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국, 특히 중원 중심의 역사관이 대두되면서 해석과 그 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동북공정이라는 단일 문제로 이슈화가 되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전 동북아시아의 역사인식과 관련되어 있는 부분이다. 즉,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학자들에게 “동북아시아=중국”이라는 인식을 은연 중에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는 별개로 존재했던 환동해로 이어지는 한국 고대문화의 흐름을 강조하면서 중국중심의 역사관을 탈피할 수 있으며, 새로운 시각에서 동북아시아를 바라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② 발해, 그 이상의 우리 역사를 찾아서 

옥저와 읍루의 주요 무대는 현대 러시아의 극동 지역이다. 이 지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오로지 발해에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이 지역은 그 이전부터 한국사의 일부였음을 바로 옥저와 읍루가 증명한다. 이제까지 발해 위주의 조사는 순수한 고고학적 관심이라기보다는 역사 찾기와 같은 대중적이고 정치적인 이해가 많이 작용한 것이다. 이제는 발해를 넘어서 북방지역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고대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즈웨스토프카 출토 옥저인이 사용한 세형동검

③ 환동해문화 – 사라진 우리 역사의 반쪽을 다시 찾다 

옥저와 읍루로 대표되는 강원도에서 함경도, 연해주로 이어지는 동해안 일대의 우리 역사는 그동안 소외되어 왔다. 우리 안에서 소외된 민족과 나라들이 유독 이 지역에 많은 이유는 그동안 우리 역사 속에서 흐르고 있던 남한 위주의 역사관에 그 원인이 있다. 그리고 더 깊게는 바로 분단이라고 하는 현대사의 아픔,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국가적인 장벽도 큰 이유였다. 이제 좁은 남한이라는 틀을 넘어서 유라시아와 조우하고 대륙과의 관계를 다시 논하는 시점이니, 우리의 북방 역사인 옥저와 읍루를 다시 보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복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거시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보고 주변국과의 역사 갈등이라는 틀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차원에서 우리의 역사를 조망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④ 유라시아로 가는 고대사의 첫 단추: 북방으로 가는 관문을 열며

이 책이 출판되는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의 광풍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매년 옥저와 읍루의 유적과 유물들을 찾아서 언제나 쉽게 갈 수 있었던 연해주와 연변으로 다시 갈 수 있을지 아직은 막연하기만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우리의 역사를 찾아 북방지역을 갈 수 있는 날이 열릴 것이다. 다시 남북한의 철도가 개통되고 두만강을 따라 유라시아로 갈 날이 올 것이다. 바로 그 통일된 유라시아 열차가 지나가는 동북한의 길은 옥저와 읍루의 땅이다. 그런 점에서 옥저는 단순히 고대의 잊혀진 역사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유라시아로 가는 그 길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발해 이상의 우리 북방사에 대한 지평을 넓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 저자: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와 같은 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러시아과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경대 사학과를 거쳐 경희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고고학을 강의하고 있다. 시베리아와 만주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고고학을 주로 연구하며 한반도의 좁은 틀을 벗어나 유라시아의 관점에서 고대를 바라보고자 한다. 주요 저서로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유라시아 역사 기행』 『춤추는 발해인』 『옥저와 읍루』가 있으며, 그밖에 『북방 고고학 개론』(편저), 『유라시아로의 시간 여행』(공저), 역서 『알타이 초원의 기마인』 등 다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