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생각의 출발이 필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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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생각의 출발이 필요하지 않은가!
  • 노봉수 서울여대·식품공학
  • 승인 2021.02.01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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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식품에 관한 안전사고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다가도 오랜 시간에 걸쳐 재판 판결을 보면 식품제조업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결나는 예가 참으로 많았다. 많은 사람들은 식품제조업자들의 잘못으로 생각했지만 매스미디어의 과장되고 섣부른 판단이 항상 문제가 되고 말았다. 사고 당시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다면 국민들의 불안감은 조성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오래전이긴 하지만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사용하였다하여 난리가 났을 때 공업용 항산화제를 사용하였다는 것이 문제였다. 해당 항산화제를 미국에서는 사용가능하였으나 국내에서는 공업용으로만 허용이 되었고 식품으로는 허가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매우 적은 양을 사용하는 경우 식품으로서 문제가 없어 현재는 허용이 되고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재판이 펼쳐졌고 결국 검찰이 패소했다.
번데기 통조림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발견된 사건도 이것이 새집증후군에서 발견되는 유해물질이라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으나 이 또한 자연 환경에서도 발견되는 물질이다. 오랜 재판 끝에 공기 중에 존재하는 양 정도의 포름알데히드는 통조림 제조 과정에서도 충분히 유입되어 발견될 수 있으며 인위적으로 첨가한 포름알데히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정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미 통조림 회사는 파산을 하고 난 뒤의 결정이었다.
재작년 고기통조림의 장출혈성대장균의 발견에서도 제조업체가 잘못한 일은 아니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펼쳐진 상황이라서 큰 이슈가 되었으나 과학적인 전문가들의 소견들을 토대로 한 재판에서 제조업자의 잘못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런 식품관련 대형사건 사고들 중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사회적 뉴스거리가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표적으로 식품사고 만한 것이 없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기자들의 끈질긴 추적이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다루었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르게도 생각할 수 있다면 이런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잘잘못의 판단을 내림에 있어 유해물질이 있다 없다 등 흑백논리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다양한 각도로도 접근해 분석해볼 수 있는데 말이다.

이런 문제의 근본은 가르치는 선생님의 말이 곧 진리인양 강조하기 때문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몇 년 전 서울대에서 교수님의 강의 노트대로 외워서 써야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적에 왠지 씁쓸한 마음이 가득 찼다. 그것은 비단 서울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전반적인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다. 마치 교수님의 말이 곧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분위기 속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결국 소통을 위한 토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접근방법에 대해서는 아예 차단해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들과 다르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모든 문제들을 생각할 수 있다면 창의적인 사고의 발달로 이어질 수 있다. 나아가 여러 학문 분야에서 더욱 새롭게 발전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앞서 이야기한 대형 식품사건 사고도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전에 충분히 다양하게 검토해 보고 또 전문가들의 의견들도 들어보고 난 뒤에 사회적인 문제가 될 만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은데 말이다. 
왜 서둘러 판단을 했을까? 복잡하게 다양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흑백논리로 빨리빨리 결정하려는 서두름이 흑백논리나 우파와 좌파로만 생각하는 이분법이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식품사건 사고의 내용을 들어가 보면 유해물질이 들어 있거나 없는지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유해물질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어 위험을 초래할 만한지 아니면 그 정도 양은 먹어도 무방한 양인가에는 관심이 적어 이를 빨리 이슈화하려는 경향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들 속에서 항상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이야기하도록 가르치지 못한 우리 교수들의 책임도 크다.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왜 그런 이론이나 지식이 확립되었는지를 보다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래 전부터 독일에서는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을 여러 명 휴양도시로 초대하여 쉬면서 독일의 젊은 대학원생들과 1주일 간 합숙하는 프로그램을 갖는다. 노벨수상자와 그룹별로 토론하면서 핵심이론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 핵심의 발견 순간을 함께 그림으로 발표하는 행사가 있다. 일주일 동안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토론으로부터 어떻게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를 토론하고 배우며 함께 그림으로 표현한 순간의 포착과 그룹토의에서 나눈 이야기는 책으로 발간되어 또 다른 후배들에게 전달해 준다. 노벨 상금을 주는 스웨덴보다도 독일이 훨씬 실리적인 접근을 통하여 바람직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도 후학들에게 어떤 방향으로 가르쳐야 할런지 다시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노봉수 서울여대·식품공학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졸업.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대학교에서 식품공학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한국식품과학회 <학술진보상>, <인계식품화학상>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생각이 필요한 식품재료학』, 『이해하기 쉬운 식품효소공학』, 『현장을 위한 식품문제해결』(공저), 『식품의 감각평가와 기호적 품질관리』(공저)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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