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후반 지중해의 해상 강국으로 성장한 베네치아, 그 신화적 성공의 실체를 조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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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후반 지중해의 해상 강국으로 성장한 베네치아, 그 신화적 성공의 실체를 조망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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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중세 해상제국 베네치아 | 남종국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376쪽

이 책은 초라한 작은 섬에 불과했던 베네치아가 어떻게 중세 말 유럽 최고의 경제 부국으로, 지중해 바다를 주름잡는 해상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추적한 연구서이다. 이 책에서는 중세 베네치아의 역사를 과장하고 신화화하기보다는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에서 분석한다. 즉 베네치아의 성공이 중세 후반 지중해의 정치·군사적 판도를 고려해서 설명되어야 한다는 점, 베네치아의 성공 신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것이 외부 세계와의 적극적인 교류와 접촉이었다는 점 등의 거시적 요인들을 염두에 두고 냉철한 분석을 시도한다.

베네치아는 약 414평방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으로, 사람이 생존하기에 적합지 않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중세 초 이민족의 침략을 피해 이탈리아 북부에서 베네치아로 피난 온 초기 원주민들이 석호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을 때 아무도 베네치아가 중세 말 유럽을 대표하는 경제 중심지이자 지중해 해상 강자로 성장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물론 다수의 역사가들은 작고 보잘것없던 섬이 중세 말 지중해 강자로 부상했던 베네치아의 역사를 두고 신화라고 이야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중세 해상제국 베네치아’라는 신화적 평가가 합당한 것인지 과장된 수사에 지나지 않는지 흥미롭게 파악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베네치아 위대함의 아이콘인 날개 달린 사자, 영토 확장을 통한 제국 건설의 과정, 베네치아 최고의 전성기인 15세기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베네치아 부의 원천인 향신료 무역과 베네치아의 상업적 성공의 기반이 된 선박과 수송 등에 대해 세밀히 추적함으로써 중세 베네치아가 만들어낸 성공신화의 실체를 파헤친다.

총 3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1부에서는 베네치아 신화라는 구조물을 떠받치고 있는 대표적인 이야기 세 개를 다룬다. 1장에서는 그 첫 번째 이야기로, 산마르코와 날개 달린 사자를 살펴본다. 날개 달린 사자는 베네치아의 위대함을 상징하는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이다. 날개 달린 사자가 어떻게 베네치아 공화국의 상징으로 부상했는지를 그 시발점인 산마르코의 유해 이송부터 추적한다. 2장에서는 베네치아가 4차 십자군을 계기로 지중해에서 강력한 해상 세력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영토 확장의 측면에서 다룬다. 베네치아는 1204년 4차 십자군의 승리를 통해 비잔티움제국의 8분의 3을 차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양 영토를 건설했고, 중세 말에는 북부 이탈리아를 침략해 육상 영토를 건설했다. 이러한 영토 확장을 통해 실제로 베네치아가 ‘해상제국’이라는 명칭에 어울릴 만한 힘과 위상을 확보했는지를 살펴본다. 3장에서는 베네치아의 최고 전성기로 간주되던 15세기의 역사를 다룬다. 유럽 최고의 도시로 칭송받으며, 유럽 경제와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 그리고 정보와 인쇄 산업의 메카로 군림했던 15세기 베네치아를 살펴봄으로써 베네치아를 둘러싼 신화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본다.

2부는 베네치아 부의 원천이었던 향신료 교역에 관해 살펴본다. 우선 4장에서는 중세 유럽인들이 아시아 향신료를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이유를 알아보고, 5장에서는 이슬람 세계에서 향신료를 구입하여 서유럽 세계에서 판매하는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면서 베네치아가 향신료 무역을 독점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혀본다. 또한 6장에서는 향신료 교역이 베네치아 전체 무역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지를 알아본다.

3부는 베네치아가 중세 해상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물적 기반인 선박과 수송에 대해 살펴본다. 7장에서는 정기선단 제도를 바탕으로 한 베네치아의 해상 네트워크가 당시 최고의 수송 인프라였고, 베네치아는 이 인프라를 활용해 상품뿐만 아니라 소식과 정보 전달에서도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음을 분석한다. 8장에서는 베네치아가 향신료뿐만 아니라, 면화 포도주 등 특정 상품을 수송하는 전문 수송 선단도 운영했음을 살펴보고 있는데, 갤리선을 이용한 정기선단 제도와는 달리 면화선단은 민간 소유의 범선들을 활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9장에서는 베네치아 수송 인프라의 명성을 널리 선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예루살렘 순례선단에 대해 살펴본다. 예루살렘 순례는 베네치아를 경유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베네치아 순례선단은 순례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예루살렘까지의 순례 과정을 세밀히 따라가면서 중세 말 베네치아가 지중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광범위한 수송 체계를 운영했음을 확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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