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역사의 개념과 방법론…역사 교육의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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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역사의 개념과 방법론…역사 교육의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1.3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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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공공역사란 무엇인가 | 마르틴 뤼케·이름가르트 췬도르프 지음 | 정용숙 옮김 | 푸른역사 | 416쪽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대학이 팽창하면서 역사학과 졸업생들이 대학 연구자나 학교 교사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자조가 퍼진 지 오래다. 아울러 역사에 대한 공공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도 대학 중심의 학계가 공중公衆과의 접점을 잃었고, 자기들끼리만 읽는 책이나 출판한다고 비난이 나온다. 역사가들이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대중적인 역사 표현을 발전시키는 데 참여해야 하며 대학 강의 또한 역사가들의 작업조건 변화에 맞추어 조정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공역사의 개념과 방법론을 정리한 이 책은 구술사 방법론, 만화를 포함한 역사소비 채널, 학위논문의 소재 등을 소개하며 실용적 측면에서 역사 교육의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역사는 콘텐츠의 보고寶庫다. 소설은 물론이고 영화, TV드라마 심지어는 컴퓨터 게임에까지 즐겨 소재로 이용된다. 그런 만큼 역사 다큐나 강연이 대중매체에 등장해 인기를 모으는 것도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 대중화와 진지한 역사 연구 사이에는 틈이 있다. 최근 벌어졌던 인기 강사 설민석을 둘러싼 해프닝이 그중 하나다. 사실에 바탕을 두고 역사의 재미, 역사의 교훈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20세기 후반 들어 서양 학계에서 주목 받는 공공역사가 그 답의 하나가 될 수 있다. 공공역사는 역사학계와 전문 역사학자라는 범위를 넘어서 일반인이나 그 경계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다양한 역사 실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18년 독일에서 발간된 이 책은 공공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나 이 분야를 전공하려는 대학생을 위한 탄탄한 입문서이다.

원서 & 저자 이름가르트 췬도르프(중간), 마르틴 뤼케(오른쪽)
원서 & 저자 이름가르트 췬도르프(중간), 마르틴 뤼케(오른쪽)

1970년대 미국에서 선보인 공공역사는 호주, 영국 등으로 확산되면서 독일에서 공공역사는 학문 분과가 되어 가고 있다. 한국에 이 용어가 알려진 것은 2000년 무렵이지만, 그동안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쟁이나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물(영화ㆍ드라마 등)의 인기 그리고 역사박물관 전시에 대한 논란은 한국이야말로 공공역사 현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힐 만하다.

공공역사가는 전시 기획이나 교육 또는 저널리즘 같은 고전적 직종 외에도 연구 조사, 스마트폰 앱 개발, 여행가이드, 이벤트 기획 등의 일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박물관은 공공역사가 대중과 만나는 최일선 중 하나다. 박물관이 수집과 보존을 위한 장소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 주는 일을 하는 덕분이다. 공공역사가는 이를 위해 비전문가 대중을 위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역사의 진행을 한눈에 보여주는 대중적 방식으로 역사를 ‘다듬는’ 일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독일 대학에 공공역사를 도입하고 제도화하는 일은 주로 현대사에 초점을 맞추어 온 감이 있다. 현대사 관련 몇몇 전시회가 논란거리가 되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제5장에서 박물관과 기념관의 역할을 다룬 이 책은 박물관 관계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사실은 고정적일지라도 자료 발굴과 해석은 늘어나고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이제는 구미에서 역사학의 어엿한 하위분과로 자리 잡은 공공역사를 소개하는 이 책은 기본 개념부터 그간의 전개 과정, 그리고 박물관이나 미디어 등 공공역사의 다양한 현장을 생생하게 다루고 있어 우리 학계나 역사 소비자들에게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이 소개하는 ‘시대증인’, ‘구술사 아카이브’, ‘리빙 히스토리’ 등의 개념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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