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과 정신질환자 사고의 양형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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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과 정신질환자 사고의 양형 기준
  • 권준수 서울대 의대·정신과/뇌인지과학과
  • 승인 2021.01.24 2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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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최근 대낮에 음주운전으로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해 징역 8년이 선고되었다. 이 선고를 두고 논란이 많다. 이번 사건은 검사가 징역 10년 형을 구형하였으나 재판부는 운전자가 반성문을 작성하고 보험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비교적 가벼운 8년 형을 선고했고, 이에 대한 반발로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현재 법에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 양형 기준이 최저 징역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으로 되어 있다. ‘윤창호법’ 개정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과거보다는 한층 강화되었다고 하는데도 이 정도인데, 그마저도 위 사건처럼 재판부의 결정에 의해 낮은 형이 선고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형량이 논란이 되었던 사례로 진주아파트 방화사건이 떠오른다. 진주아파트 방화사건으로 22명의 사상자를 냈던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라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판결에 대해서도 단지 정신병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 간 사람에게 감형을 해주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렇다면 위 두 사안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행위의 결과에 비해 형량이 적다는 여론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두 사안은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형법에 의하면 심신미약 감형의 경우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음주운전을 했을 때 발생할 만한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자신의 의지로 술을 먹고, 운전을 한 사람에 대해 심신미약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고는 어찌 되었든 본인의 의지에 의해 시작이 된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위험을 예견 및 감수하면서 음주 운전을 한 사람에게는 그 죄에 상응하는 형량을 부여한다는 면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윤창호법) 상 ‘위험운전치사’ 조항으로 처벌받더라도 ‘살인’에 버금가는 형량을 내려야 한다.

이에 반해 정신질환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걸린다는 면에서 음주운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안인득의 경우 몇 번에 걸쳐 가족들이 안인득을 치료하고자 노력했지만, 번번이 잘못된 입원 시스템에 의해 좌절이 되었고 결국 피해망상이 심해져 사고를 낸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22명을 살인한 결과는 결코 용납될 수 없지만,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함에 있어 조현병을 앓고 있던 것이 심신미약의 사유가 될 수는 있다고 본다.
 
인간의 행동 변화는 적절한 외부의 피드백에 의해 교정되고 변화된다. 만약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 너무 과하다면 다음번에 그 행동은 위축되어 나타날 것이고, 피드백이 너무 약하다면 행동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적절한 피드백이 제공되어야 향후 나타나는 행동이 적절하게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형이 아주 높게 선고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들의 행동이 억제되어 나타나 음주운전이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술을 먹은 후에는 아예 운전대를 잡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위험성이 큰 죄에 대해서는 최소 형량을 높게 하고 재판부도 높은 형량을 선고하되, 감경이 인정되어야 하는 사유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감경이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양형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권준수 서울대 의대·정신과/뇌인지과학과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정신과 수료, 현재 서울대학교 정신과/뇌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미국 하바드 의대 정신과에서 연수를 하였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국제신경정신약물학(CINP) Councillor를 맡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한국뇌기능매핑학회 회장, 한국인지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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