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로나19 세대, 사회정서적 발달과 협동학습에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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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코로나19 세대, 사회정서적 발달과 협동학습에 비상등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1.01.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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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 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배상훈 소장, ‘코로나19 전후 학생의 사회정서적 변화에 대한 연구’ 발표
- 활동성, 역경극복의지, 기성세대와 친밀감, 삶에 대한 긍정성 모두 하락
- 특히, 초등학생과 사회경제적 약자집단에서 발달과 교육적 결손 우려

성균관대학교(총장 신동렬) 교육과미래연구소(소장 배상훈 교수)는 『코로나19 전후,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패턴의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아동의 사회 정서적 발달과 방과후활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버드대 PEAR(Partnership in Education and Resilience) 연구소, 베를린 자유대학과 함께 수행하는 글로벌 공동 연구의 일부로 수행됐다.

성균관대 연구팀은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하면서 선생님이나 친구와 활발히 교류하며 학습했던 2019년 2학기”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원격 수업을 했던 2020년 1학기” 사이에 학생의 사회정서적 경험과 학습패턴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성균관대와 하버드대 연구팀이 공동 제작한 설문지를 활용하였고, 초등학생 261명(5개교), 중학생 218명(6개교), 고등학생 396명(8개교)의 응답 자료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가 코로나19 전후로 비교한 내용은 학생의 발달 수준에 따른 사회정서적 발달 경험(활동지향성, 역경에 대한 극복의지, 어른과의 심리적 친밀감,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 심적 편안함, 학교에 대한 인식, 학습패턴(자기주도적 학습, 협동학습)이다. 특히, 사회정서적 발달 경험은 하버드대 PEAR 연구소의 학생의 사회정서적 발달 진단도구를 한국 맥락에서 적용하여 개발한 것이다.

■ 학생의 사회정서적 발달 경험과 관련된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코로나19 전후로 모든 사회정서적 발달요인이 하락하였다. 특히 ‘활동 지향성’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o 활동지향성(Action Oriented): 하버드대의 아동발달 모델에 따르면 학생은 발달 초기에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면서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험을 하고, 이러한 참여 경험은 다음 단계 사회정서적 발달을 위한 토대가 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선진국에서는 유·초년기에 방과후활동으로 놀이를 강조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생 집단에서 활동지향성이 가장 크게 줄었는데, 이는 등교를 위한 움직임, 학교체육, 방과후 활동이 제한적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개인 차원의 외부 활동까지 줄어듦에 따라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한편, 방과후 활동과 관련하여 코로나19 전후로 나타난 큰 변화는 학생들이 친구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줄고, 집안에서 전자기기(스마트폰, 유튜브, PC게임, SNS 등)를 사용하면서 홀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었다.

성균관대 연구팀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원격수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학생들이 단순히 집 안에만 머물기보다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공원 산책, 가벼운 맨손 체조와 야외 활동 등 신체적 활동을 적절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또래와 함께 하는 활동이나 사회적 교감이 줄어드는 것은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발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고,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적정 시간 교류할 수 있도록 부모님의 각별한 관심과 교사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o 역경극복의지(Perseverance): 학생은 자라나면서 역경과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키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역경극복 의지도 코로나19 전후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보고서 6페이지)

성균관대 연구팀에 따르면, 학생들은 선생님의 피드백이나 주변 친구의 위기 극복사례를 보면서, 자극을 받고 어려움에 당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교류와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이 이러한 경험을 할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이 또한 초등학교 단계에서 가장 많이 줄어들었는데, 앞으로 등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해도 SNS 등 사이버 공간에서 또래 집단과 활발히 교류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교훈을 배우게 하는 교육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o 어른(기성세대)과의 심리적 친밀감(Relationships with Adults): 학생은 기성세대인 어른과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고 성장한다. 이 요인은 다른 요인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줄어든 폭이 작았다. 그러나 세부 문항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양적으로 늘었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터놓고 말하는 소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발견되었다. 이는 특히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자녀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계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부모를 제외하고 아동이 가장 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어른이 교사임을 고려하여, 등교가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선생님과 만날 수 없게 된 것은 큰 문제이다. 이는 기성세대인 어른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통해 사회적 소속감 형성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o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Optimism) :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특히 성숙한 단계에서 필요한 발달 경험이다. 성균관대 연구팀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이 코로나19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참고: 보고서 10페이지). 연구팀은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언론 보도 등으로 접하게 되면서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드는 사회적 상황이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또한, 연구팀은 학생들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사회 공동체에서 긍정적인 정서를 얻을 수 있는 활동(친구들과의 만남,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운동 등)이 줄어든 것도 삶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형성하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했다.

중학교 단계에서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는데(참고: 보고서 11페이지), 이는 심리적 불안감이 크고 또래 친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발달 단계에 있는 중학생의 심리적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등학교 단계의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세 집단 중 가장 낮았음에도 다른 집단과 유사한 크기의 감소폭을 보였다. 이는 고등학생 집단에게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으므로 고등학생의 정서적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성균관대 연구팀은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인식은 학업 동기와 사회적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학습 참여와 학업성과를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에서, 격리 속에 소외와 우울함을 경험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o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심적 편안함(Distress) 감소로 심리적 불안감도 커진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혼자 집에 있으면서 방송이나 SNS 등을 통해 부정적인 뉴스를 접하게 되고, 집 안에만 머무는 생활(집콕생활)로 인해 친구들과의 교류가 줄어들면서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며 친구들을 직접 만나지 못해 비교 대상인 다른 친구의 학습상태를 확인하지 못하면서 혹시라도 자신이 뒤처졌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온라인 수업의 진행으로 수업 시간의 제한이 없어지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이 가능해졌고 그로 인해 무기력감이나 피로감이 생겨 우울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매일 아침 건강자가진단을 통해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으로 사소한 몸의 변화에도 신경이 쓰이고, 자칫 자신이 코로나19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들면서 정서적 불안감이 커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 학생의 학교에 대한 인식, 자기주도적 학습, 협동학습에도 변화가 있었다.

o 학교에 대한 인식(Perception on school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격 수업이 대폭 이루어지면서 배움의 공간으로서 학교에 대한 신뢰감이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대면 원격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낮고, 원격 교육이 지식 전달 위주의 일방적 수업이 되며, 학교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던 다양한 사회적 활동과 정서적 연대와 교감이 제한됨에 따라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이 학생에게는 선생님이나 다른 친구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능하였지만, 온라인 학습 환경에서는 학생의 정서적, 사회적 관계망이 학교에서처럼 유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학교라는 공교육 제도에 대하여 학생들의 중요성과 실재감이 낮아지는 것은 학생의 사회정서적 발달은 물론 학업 성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o 자기주도적 학습(Self-Directed Learning): 학생이 학업 동기를 형성하고 높은 성취를 얻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학습심리적 요인이다. 연구 결과, 비록 작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 전후로 모든 학교급에서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전면적으로 실시된 온라인 학습 상황을 맞아 교사의 일방적인 교과 내용 전달이 많았고, 학습과 관련된 피드백이나 다양한 자극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온라인 학습 상황에서 스스로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효과적인 학습 전략을 배울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수업의 설계와 운영에서 이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또래 집단과 소통이나 협동학습이 감소한 것도 자기주도 학습태도의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학생들은 다른 학생의 학습 활동을 보면서 모델링을 하고 자신의 목표를 수정하기도 하는데, 친구들이 어떻게 목표를 세우고 학습을 진행하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전략을 습득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o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습이 전면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협동학습 (Collaborative learning)경험이 가장 큰 하락을 보였다.

교사들이 갑작스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협동학습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설계할 여유가 부족했을 가능성이 있다. 즉,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조별 활동, 모둠 활동을 수행하고, 수업 활동이나 과제 수행, 시험 준비 등을 하면서 또래 친구들과 다양한 소통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한편 개학이 지연되거나 등교가 어려워지면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했는데, 쉬는 시간이나 수업 외 시간에 이루어지는 학생들 간 놀이나 소통이 제한되었던 것도 원활한 협력학습을 위한 학생 간 친밀감과 소속감 형성을 저해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최근 학교에서는 지필 평가보다 조별 활동과 협동적 문제해결에 주의를 기울이는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이러한 과정 중심 평가가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학생의 협동학습을 촉진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 연구팀을 이끈 배상훈 교수는“우리나라가 K-방역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온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제 학교의 등교 제한과 비대면 온라인 수업 확대가 뉴노멀이 되는 상황을 맞아, 학생의 발달 지체와 교육적 결손에도 신경을 써야 할 시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학생이 각 발달 단계마다 가져야할 사회정서적 경험을 놓치게 되면, 이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발달 손실일 수 있으므로 학교와 가정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20년은 갑작스레 온라인 수업을 해야 했던 만큼 안정적인 온라인 수업을 위한 기술적 지원에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더욱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수업에서 취약한 자기주도적 학습과 협동학습을 촉진하기 위한 수업설계와 평가 방안을 만드는데 교육 당국과 학교가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의 발달과 학습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상호작용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원격 학습이 확대되면, 이러한 지적 상호작용, 정서적 교류,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 수도 있는데, 미래 사회에서 공감과 배려는 성숙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역량이라는 점에서 이를 보완하는 수업 설계가 요구되고 가정에 머무는 시간 동안 학부모의 관심이 요청된다.

마지막으로 배 교수는 “코로나19 전후로 나타난 사회정서적 발달의 지체와 학습 결손 현상이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러한 계층을 위한 교육 안전망을 구축하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교육적 과제”라고 말했다.  

배상훈 교수(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소장)
배상훈 교수(성균관대 교육과미래연구소 소장)

※ 배상훈 교수(교육학과)는 방과후활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for Research on Extended Education의 편집장(Editor in chief)을 맡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세계교육학회 방과후활동연구위원회(World Education Research Association International Research Network)가 주도하고 15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공동 연구의 파일럿 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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