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남방 대륙, 테라 오스트랄리스에 대한 상상은 지도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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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남방 대륙, 테라 오스트랄리스에 대한 상상은 지도에서 시작되었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1.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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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테라 오스트랄리스: 상상, 모험 그리고 지도 | 정인철 지음 | 푸른길 | 352쪽

지도는 세계관의 표현이다. 따라서 고지도를 연구하면 역사의 단면을 층층이 살펴볼 수 있다. 고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세계관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어 주는 지도가 미지의 남방 대륙인 ‘테라 오스트랄리스’(Terra Australis)의 지도이다. 테라 오스트랄리스란 라틴어로 남쪽에 있는 땅을 뜻한다. 그런데 단순히 남쪽에 위치한 땅이 아니라, 적도 이남에 위치한 남반구의 땅을 의미한다. 이 책은 지리학, 지도, 탐험, 모험의 관점에서 미지의 남방 대륙 테라 오스트랄리스와 관련한 전반적인 지식을 다룬다.

고대에는 테라 오스트랄리스가 북반구의 앤티포드(대척지) 개념에서 비롯된 상상의 대륙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2천 년에 걸친 지리적 지식의 확장으로 인해 20세기 초에 와서는 지도 속에서 완전한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상상의 대륙이 어떻게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남태평양 국가, 남극 대륙으로 분화되어 지도 속에 표현되어 왔는지를 살펴보면 탐험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유럽인의 다양한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나 남태평양, 남극 탐사에 대한 모험가들의 이야기는 전기 및 역사 소설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이야기는 아쉽게도 모두 탐험가 개인의 영웅적 업적에 대해서만 언급할 따름이다. 어떤 지도가 이들의 탐험을 유인하는 도구가 되었고 또 어떻게 지도의 빈 공간이 채워져 나갔는지를 지리와 역사적 관점에서 통찰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테라 오스트랄리스를 찾기 위한 모험은 인문학의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지만, 잘못 분석되고 해석되는 일이 많다.

테라 오스트랄리스 지도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대의 세계관이며, 탐험가들의 동기이다. 이 책에서는 세계관의 변화를 지도의 변화와 함께 살펴보고, 탐험의 동기 변화를 정치적·사회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그리고 동시대의 테라 오스트랄리스를 배경으로 삼는 문학 작품의 내용 역시 소개한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1827년 오스트레일리아 지도

흥미로운 것은 지도가 탐험의 도구나 결과를 표현하는 수단을 넘어서, 새로운 미지의 대륙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했다는 점이다. 지도 제작자가 누군가의 말을 듣거나, 자의적으로 그린 땅의 모습이 탐험대를 파견하는 근거자료가 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이들이 새로운 땅을 발견했기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와 남태평양의 많은 섬은 식민지화되었다.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고대와 중세의 테라 오스트랄리스 개념과 지도, 그리고 문학 작품을 살펴본다. 2장은 거대한 자바와 테라 오스트랄리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거대한 자바는 16세기 프랑스 노르망디의 지도 제작자들이 그린 지도에 등장하며, 현재의 인도네시아 자바 근처에 표시된 땅이다. 그런데 이 장에서의 자바는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와 남극 대륙을 모두 포함하는 상상의 대륙이다.

3장은 스페인의 테라 오스트랄리스 인식에 대한 내용이며, 4장은 네덜란드의 테라 오스트랄리스인 뉴홀랜드 이야기이다. 5장은 프랑스의 테라 오스트랄리스 탐사 이야기이다. 16세기 초반에 회자된 곤느빌의 이야기가 어떻게 실제 테라 오스트랄리스 탐사로 이어지고 새로운 땅의 발견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기술된다. 6장은 영국의 테라 오스트랄리스인 오스트레일리아 이야기이다. 실제 발음도 유사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명칭은 이 테라 오스트랄리스에서 나온 것이다. 7장은 마지막 남은 테라 오스트랄리스인 남극 대륙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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