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평론가’ 이중환의 발자취와 《택리지》의 행방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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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평론가’ 이중환의 발자취와 《택리지》의 행방을 밝히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1.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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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택리지 평설: 국토 평론가 이중환, 사람이 살 만한 땅을 말하다 |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340쪽

18세기 조선의 문인 이중환이 지은 《택리지擇里志》는 당대는 물론 후대의 사대부들이 무수히 읽고 논하고 베껴 쓰면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실용서로 자리매김한 책이다. 《택리지》는 어디에 사는 것이 가장 좋을지 제시한 부동산 서적이고, 산수가 빼어난 곳을 안내한 여행서이며, 지역의 물산과 교통을 소개한 경제서이자, 지역 전설을 채록한 구비문학의 보고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몰락한 사대부로서 불행하게 살다 간 저자의 삶에 주목하는 이는 드물었고, 당쟁의 폐해로 인해 조선 팔도에 진실로 살 만한 곳이 없다는 저자의 관점도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 또한 200여 종에 달하는 《택리지》 사본은 편목과 구성이 제각각이었고, 일제 강점기에 최남선이 새로운 판본을 선보였지만 왜곡된 편집으로 더 많은 오해를 낳기도 했다.

이 책은 오랫동안 《택리지》를 연구해온 한문학자 안대회 교수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중환의 인생 역정, 그로부터 비롯한 문제의식, 수없이 다양한 이본이 나올 정도로 뜨거웠던 관심, 사대부들이 헛소리로 치부하던 민담을 수집해 지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려 했던 이중환의 노력을 가감 없이 담았다.

《택리지》는 조선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인문지리서로서 국토의 지리와 당대의 변화를 함께 담은 독보적인 저작이다. 국가가 지리정보를 독점하던 시대에 개인이 지리를 논했다는 점에서도 획기적이다. 하지만 《택리지》의 저자가 왜 이 책을 썼으며 어떤 문제의식을 가졌는지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다. 저자는 《택리지》를 ‘18세기 인문지리학의 명저’라고 평가하면서 이 책이 사대부 사회에서 쫓겨난 지식인의 자기표현이기도 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대부 사회에서 밀려난 이중환이 새롭게 맞아들인 현실은 바로 자신이 발 딛고 선 국토였다. 《택리지》의 원제가 ‘사대부가 살 만한 곳’이라는 뜻의 《사대부가거처士大夫可居處》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중환은 자신을 비롯해 더 이상 관직에 오를 수 없는 사대부가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고민을 담아 우리 국토를 세심하게 평론했다.

이렇게 해서 당대의 부동산 지침서이자 실리를 추구한 경제지리서이고, 모두가 참고한 관광안내서이면서 지역 문화와 전설을 담은 민속지인 《택리지》가 탄생했다. 그러나 《택리지》는 정확한 지리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책이 아니었다. “나는 이 책에서 살 만한 땅을 가려 살고자 해도 살 만한 땅이 없음을 한스럽게 여겨 이를 기록했을 뿐이다”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국토 평론가’ 이중환이 조선 팔도를 세심하게 살핀 참뜻은 바로 사색당파 없는 세상에서 다툼 없이 사는 데 있었다.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던진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그렇다면 사대부는 장차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라는 질문에 담겨 있다. 질문의 답은 바로 신분에 얽매이지 않고 생업을 꾸리는 것이다. 이중환은 먹고 살 만한 새로운 주거지를 찾기 위해 조선 팔도를 살핀다. 그는 살 만한 곳을 정하는 데 있어 ‘지리地理’, ‘생리生利’, ‘인심人心’, ‘산수山水’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처럼 《택리지》는 새로운 주거지 이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수많은 사대부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택리지》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구전 지식과 지역 전설을 풍성하게 싣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환 역시 유학을 깊이 공부한 사대부였지만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현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처럼 이 책은 《택리지》의 풍부한 면모를 살피는 책이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인문지리지’라는 이름 아래 감춰졌던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드러내면서 《택리지》의 가치를 더욱 드높인다. 당파 싸움 없는 세상을 꿈꾼 이중환의 문제의식, 좋은 주거지를 찾고 싶은 사대부들의 뜨거운 열망, 나름의 관점으로 새롭게 편집하고 해석을 덧붙여 《택리지》를 갱신한 지식인들의 실천, 사대부들이 허망하다고 보았던 전설을 모아 민중의 마음을 읽으려 했던 지은이의 노력 등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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