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병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인가? 정신의학의 경계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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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병이고, 어디까지가 정상인가? 정신의학의 경계를 묻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1.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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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정신의학의 역사: 광인의 수용소에서 프로작의 시대까지 | 에드워드 쇼터 지음 | 최보문 옮김 | 바다출판사 | 660쪽

정신의학의 역사를 사회사적 시각으로 살핀 책으로 단순히 정신의학 전공자를 위한 역사 교재가 아니라 근대화 과정에 있어서 인간 정신의 실존적 고통에 대한 의료화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사회적 의미를 지닌 책이다.

정신의학의 역사는 일반적인 의학사와는 다른 맥락에 위치한다. 질병의 극복과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 같은 영웅담으로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이면서도 가장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은 광인들, 끔찍하고 치욕적인 수용소, 냉온수 마찰과 전기충격, 각종 쇼크요법 등 저급하고 비인간적인 치료법까지, 인간에 대한 의학의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분야가 바로 정신의학이다.

근대 이전 광인은 각 가정이나 마을에서 알아서 “처리”되었고, 17세기 이후에야 등장한 정신의학은 ‘대감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그 첫발을 내딛었다. 의사들은 저급한 뇌수술을 시행하였고, 환자들은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두개골을 절단당하고, 냉온수 마찰과 전기충격 같은 근거 없는 치료법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다. 그로부터 50년 후 현대의 정신과 의사집단은 개인의 성격적 특이성과 실존적 고통을 모조리 질병의 범주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으며, 거대 제약회사는 프로작 같은 정신약물을 가정상비약으로 만들어 버렸다.

▲ 중세시대의 의사들은 광인의 머릿속에 ‘광기의 돌’이 있다고 믿었다. 얀 산데르스 반 헤메센, 수술, 1555 (자료제공=바다출판사)
▲ 중세시대의 의사들은 광인의 머릿속에 ‘광기의 돌’이 있다고 믿었다. 얀 산데르스 반 헤메센, <수술>, 1555 (자료제공=바다출판사)

18세기 말 치료적 수용소의 풍경에서 시작된 이 책의 이야기는 20세기 말 정신과 개업의의 조용한 진료실에서 끝난다. 푸코의 ‘대감금’ 주장에 대한 반박, 초기 수용소의 끔찍한 상황, 프로이트에 대한 혹평 등 이 책에는 우리가 전혀 몰랐거나 일면만 알고 있던 사실들에 대한 반전으로 가득하다. 또한 최근 거대 제약회사들이 벌이는 정신이상의 의료화 음모에까지 파고들면서 정신의학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진료실의 정신과 의사는 머리를 싸매야만 한다. 일상적 고통과 치료해야 할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그리고 한정된 의료자원을 분배하기 위해서다. 시장경제 논리가 팽배해지면서 수동적이던 환자는 소비자 고객으로 변화했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는 윤리적 질문에 부딪힌다. 그것은 고통의 존재론이다. 고통은 그 자체로 없어져야 하는 감정인가? 고통으로 점철되는 스트레스와 불행을 둔감하게 하는 약물은 상황 개선의 노력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다가갈 수 없는 고통은 무엇인가? 다양한 심리 치료가 난립하는 현실에서 정신의학은 일상의 불행을 치료할 역할을 정당하게 부여받은 것일까? 정신질환의 기준은 정상성인가, 주관적 불편함인가?

이 책이 쓰는 역사는 직선적이다. 18세기 말 치료 수용소의 등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20세기 말 정신과 개원의의 조용한 진료실에서 끝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정신의학을 장악했던 프로이트 이론은 겨울의 마지막 눈처럼 사라져 가고 있다. 정신의학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볼 시점이다. 정신질환의 근거가 뇌에 있다고 보는 흐름은 우리 시대에 와서 뇌에 최우선 순위를 둔 생물학적 관점에 도달했다. 또한 이 책이 쓰는 역사는 지성의 역사가 아니라 망각된 인물을 생생하게 복원하는 사회사이다. 정신의학이 문화와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초점을 맞추며, 종종 순수한 과학의 승리라고 묘사되는 사건에도 문화와 상업성이 어떻게 침투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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