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낙관주의에 기초한 21세기 공산주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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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낙관주의에 기초한 21세기 공산주의 선언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1.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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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 21세기 공산주의 선언 | 아론 바스타니 지음 | 김민수·윤종은 옮김 | 황소걸음 | 368쪽

이 책은 시장 자본주의의 종말과 그 이후를 다룬 도발적인 유토피아 선언, 즉 기술 낙관주의에 기초한 21세기 공산주의 선언이다. 세계는 지금 경제적 불평등, 기술적 실업, 고령화, 자원 부족, 기후변화 등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기술, 재생에너지, 소행성 채굴, 유전자 편집, 인공육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인류는 단순히 생존을 넘어 사회정의와 무한한 풍요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갈림길에 선 지금, 우리는 현재보다 나은 세계를 만들 능력이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는 과감한 정치적 상상력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지난 세기에 스스로 공산주의라는 이름을 붙인 정치적 활동은 목표가 정확하지 않았을 뿐더러,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노동과 자원과 에너지의 희소성이 사라지는 미래에는 우리가 과감한 정치적 상상력을 되찾는다면 노동과 여가가 하나 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전문가가 예측하듯이 자동화와 로봇공학, 머신 러닝은 대규모 기술 실업을 유발해 노동자가 설 자리를 확 줄일 것이다. 이는 오히려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다. 재생에너지 기술은 발달을 거듭해, 비용이 해마다 급격히 하락했다. 이대로 가면 재생에너지가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충족해,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다. 기술 발달에 따른 소행성 채굴로 자원의 희소성 또한 옛말이 될 것이다.

원서 & 저자 아론 바스타니

이런 기술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치며, 잠재적으로 대변혁을 가져올 것이다. 문제는 자본주의다. 자본주의는 새로운 풍요를 가져왔지만, 기술 발달의 열매를 널리 나누는 데 적합하지 않다. 모든 것을 오직 이윤을 위해 생산하는 자본주의는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자원 배분을 제한하려 한다. 앞으로도 기업은 기술을 독점하고 대여료를 받아내려 할 것이다.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만든 결과, 식량과 의료와 에너지는 모든 사람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이런 제안을 위험하다고 여긴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편이 쉬울 것이다. 하지만 더 나은 세상, 살기 좋은 지구에서 모두가 좋은 삶을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규제와 자제를 주장하는 기존의 좌파 정당과 환경 운동가들의 대책은 해결책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기술의 변화가 이윤이 아닌 사람에게 봉사하도록 이끄는 정치, 막연한 공상이 아니라 신속한 탈탄소화, 완전한 자동화, 사회보장 의료 같은 구체적인 정책을 추구하는 정치 말이다.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동시에 우리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이 정치 이름을 저자는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라 칭한다.

우리나라는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으로 세계에서 자살률은 가장 높고, 출산율은 가장 낮다.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이토록 극심한 상황인데도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체제로 공산주의를 언급하면 불온하게 여기기는커녕 농담 혹은 정치적 우스개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공산주의는 20세기의 실패한 실험이며, 그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제외하면 우리 관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결함이 너무나 많고, 언젠가 자본주의가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본주의 다음에 공산주의가 오는 것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 낙관주의에 기초한 21세기 공산주의 선언을 읽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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