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민주주의의 핵심 아이디어는 ‘이성에 기초한 공적의지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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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의 핵심 아이디어는 ‘이성에 기초한 공적의지 형성’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1.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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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숙의민주주의 | James S. Fishkin 지음 | 박정원 옮김 | 한국문화사 | 2020년 12월 15일 | 368쪽

이 책은 숙의민주주의를 다룬 피시킨의 다양한 저술 가운데서도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를 체계적으로 가장 잘 정리한 책으로 When the People Speak: Deliberative Democracy and Public Consulta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9)을 번역한 것이다. 원저의 제목을 그대로 옮기자면 ‘인민이 말할 때: 숙의민주주의와 공적 협의’가 되어야 하겠지만, 역자는 원저의 부제를 중시하여 숙의민주주의를 제목으로 달았다.

오늘날, 민주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우선 2010년대 이후 포퓰리즘(populism)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이분법적 접근과 우적(友敵)의 구분, 언론자유의 억압과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 국수주의와 증오의 정치 조장, 소수자나 소수민족의 배제 및 제노포비아 등은 민주주의에 대한 포퓰리즘의 위협을 잘 보여주는 측면이라고 하겠다.

2020년에 본격적으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사태는 민주주의와 관련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전염병의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개인의 사생활 및 동선이 정부에 노출되는 등 시민의 권리에 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행정부의 권한이 과도하게 커지고 국민의 대표자인 의원들의 역할은 축소되는 ‘행정부 일방주의’가 논해지기도 한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신뢰 하락과 갈등의 확산이 사회적 자본을 위축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약화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코로나로 인해 민족주의가 강화되고 배타적인 자국중심주의가 득세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협력과 다자주의적 흐름은 배척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국제정세는 각국에 자민족중심주의나 일국주의를 강화함으로써 대내적으로도 비판적 목소리를 억압하거나 시민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등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오늘날 민주주의 퇴행과 후퇴의 시기를 맞아 새롭게 민주주의를 부활시키고 재활성화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참여민주주의, 숙의민주주의, 공화주의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새롭게 부각될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의 세계적 위기 때문이다.

원저 & 저자 제임스 피시킨

저자는 숙의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숙의조사(deliberative polling: DP)를 창안하여 보급하고 있다. 피시킨이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숙의(deliberation)와 평등(equality)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숙의의 수준이 높아지면 평등과 거리가 멀어지는 엘리트정치가 될 위험이 있고, 반대로 평등이 잘 구현되자면 보통 사람의 참여는 확대되지만 숙의의 수준이 낮아질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숙의와 평등 두 가지 목표 모두를 충족시킬 방안으로서 피시킨이 제안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숙의적 여론조사 또는 숙의조사인 것이다. 이 책의 은유적 표현을 사용하자면, 숙의조사는 ‘거울’과 ‘필터’를 결합시키고자 시도한다. 엘리티즘적인 ‘필터’의 요소와 대중민주주의 요소인 ‘거울’을 결합시키는 것이 피시킨의 의도이다.

피시킨 제안의 핵심은 ‘소우주 숙의(microcosmic deliberation)’를 통한 숙의민주주의의 실험이다. 피시킨은 숙의민주주의의 또 다른 종류로서 ‘숙의의 날(Deliberative Day)’도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숙의의 날’보다 실현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점에서 숙의조사에 우선점을 두고 있다.

그가 제안한 숙의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거나 실험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전 세계적 노력들을 기반으로 저자는 2018년에 Democracy When the People Are Thinking이라는 책을 저술한 바 있다. 2018년의 책에는 미국, 영국, 그리고 유럽 국가들만 아니라, 아시아의 일본과 몽고, 아프리카의 우간다, 오세아니아의 호주 등 세계 각지의 숙의조사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피시킨이 강조해 온 소우주 숙의를 통한 숙의민주주의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소우주 숙의는 여전히 권고적(advisory) 역할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피시킨도 지적하고 있듯이, 소우주에 의사결정권까지 부여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가 많은 것이다. 다만 이성적 사고, 평등한 토의, 생각의 변화가능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소우주 숙의의 가치와 의미는 계속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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