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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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트럼프
  • 김범수 편집기획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 승인 2021.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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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칼럼]

2016년 11월 8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임기도 이제 마지막이다. 외신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021년 1월 20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대통령 이취임식 행사에 불참하는 대신 워싱턴 D.C.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자신만을 위한 환송 행사를 열고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 취임 직전 플로리다의 개인 리조트 마러라고로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현직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1869년 앤드류 존슨(Andrew Johnson) 대통령 이후 152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니 임기 마지막까지 전례 없는 파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년 동안 전임 대통령 누구도 보여준 바 없는 파격적인 행보와 기행으로 여러 분야에서 미국 최초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어 이번 일이 크게 놀랍지는 않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중 두 번 탄핵당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13일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하원에서 탄핵되었으나 상원에서 탄핵안이 부결되어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21년 1월 6일 의회의 차기 대통령 인준을 앞두고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국회의사당 난입을 부추기고 폭력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일주일만인 1월 13일 ‘내란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두 번째 탄핵되어 임기 중 두 번 탄핵당한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당선 이전 어떠한 공직 경험도 없는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 또한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전 부동산 사업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기업가이자 TV쇼 진행자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연방 상·하원 의원이나 주지사는 물론 정부 공직 경험이 전무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공직 경력이 전무한 상태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현재까지 트럼프가 유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당시 첫 번째 임기를 기준으로 미국의 최고령 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 최고령 대통령은 40대 대통령으로 재임한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으로 1981년 첫 임기를 시작할 당시 나이는 69세 349일이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당시 나이는 70세 239일로 레이건 대통령 보다 약 1년 정도 늦은 나이에 대통령에 취임하였다. 물론 이 기록은 2021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곧 깨질 것으로 보인다. 취임일을 기준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는 78세 62일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재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최고 부자 대통령이다. 개인 재산과 회사 재산이 뒤섞여 있어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2020년 폭스비즈니스 기사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은 약 31억 달러로 “미국의 가장 부유한 대통령 5명” 가운데 1등이다. 이 기사에 의하면 2등은 약 10억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이며 3등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현재 가치로 약 5억 2,500만 달러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의 초대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대통령이다. 4등은 미국의 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으로 약 2억 1,200만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5등은 약 1억 2,500만 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26대 씨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 가운데 최고 득표를 획득한 후보이다. 지난 2020년 11월 3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여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바이든 후보에게 졌지만, 득표수로는 2016년 대선 당시 획득한 6,298만 표보다 1,120만 표 이상 많은 약 7,422만 표를 획득하였다. 2008년과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약 6,950만 표와 약 6,590만 표를 획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오바마 대통령보다 약 500~800만 표를 더 얻고도 진 셈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보다 더 많은 득표를 획득한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바이든 대통령이 유일하다. 임기 중 수많은 논란과 스캔들, 그리고 코로나 대응 실패 등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득표력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우리나라와 관련한 몇몇 분야에서도 최초 대통령 기록을 갖고 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상과 만난 최초의 현직 미국 대통령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였으나 이러한 분위기는 2018년 2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이후 급반전하여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뒤이어 2019년 2월 27일에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특히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제3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남북한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이처럼 여러 분야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기록을 갖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 1월 20일이면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다. 아마도 역사가 평가하겠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바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의 바램과 달리 미국 최악의 대통령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최악의 대통령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이왕 최초 타이틀을 달거면 북한과 정전협정에 서명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도 달았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 미국 대통령 가운데 누가 이 분야에서 최초의 타이틀을 가져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오는 1월 20일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범수 편집기획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인권의 정치사상: 현대 인권 담론의 쟁점과 전망』(공저), 『전후 일본의 보수와 표상』(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민족주의, 다문화주의, 인권, 정의론 등 현대정치이론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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