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의 이면…트럼프와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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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의 이면…트럼프와 바이든
  •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 승인 2021.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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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 칼럼]_ 사인사색

미국 46대 바이든 대통령 취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들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를 포함한 각국의 정치·경제·외교·군사 정책과 이해득실이 미국 대통령과 진영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민주주의의 표상이라는 기치를 치켜든 미국은 이제 민주주의의 실험대 역할을 자처하는 중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승자독식제 대통령 선거와 집계과정에서 본격화된 트럼프 대 바이든 양 진영의 각축전은 미국 민주주의 표상 아래서 오랫동안 들끓던 용암을 분출시키며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다.

민주주의 대표국가 수장임에도 미숙한 정치인(폴리페서 포함)들이 흔히 그렇듯 자기애적 인격 장애자처럼 현실을 부인하는 트럼프의 ‘내란 선동,’ 그 선동을 빌미로 오랜 기득권 수호에 나선 친트럼프 세력의 1812년 영국군 점거 이후 초유의 의사당 폭력 난입, 뒤이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 1월 20일 취임식과 이후 경고된 극단주의 세력의 무장 폭력 시위 위협은 미국 민주주의의 실상과 허상의 이면까지 여실히 보여준다. “트럼프가 미쳤다”는 국내외 비판, SNS와 언론의 적극적 반격, 임기 중 두 번째 탄핵 절차까지 진행 중이지만 세계는 미국 대통령 권한인 핵무기 발사 버튼을 우려하는 처지에 놓였다. 픽션에서 희화화되는 ‘미친 정치수장’ 설정이 픽션보다 더 픽션 같은 논픽션으로 전개되는 셈이다. 민주주의 국가와 이념 수호를 위한 수장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공공의 적, 배반자, 학살자로 증명되고 국가를 무정부주의화하는 사태들은 블랙코미디 연작 같다. 바이든 신임 대통령의 갈 길이 험난하다.

바이든 부부가 수학했던 대학에서 학부 일부 과목수강부터 박사학위까지 11년, 현 사태가 진행되는 워싱턴 DC의 의사당과 백악관 옆 국립기관에서 4년을 보낸 사람으로서 관련 보도를 연일 접하자니 황당해서, 이 칼럼 지면을 위해 쓰던 글을 치우고 개인적인 소회를 적는다. 물론 완전 비전문가 입장에서이다.

미국의회 난입사건을 보며 2006년 영화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소설을 영화화한 <향수>는 향기에 집착하여 모든 사람을 지배하는 가장 매혹적인 향수를 만들고자 살인도 불사하는 조향사 이야기다. 영화 마지막에 살인자 주인공이 뿌리는 향기에 매료되어 군중은 그를 숭배하지만, 그들 사랑의 대상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향기임을 깨달으며 모든 것을 잃는다. 당시 함께 관람한 미국 친구들에게 어쩌면 저리도 주인공은 권력이라는 향기에 집착해 수단과 방법을 불사하는 다수 정치가들, 그리고 군중은 그런 정치가를 떠받들며 그 향기 덕분에 삶이 개선되길 기대하는 어리석은 우리 같다며 웃다가 당시 민주당 지지자 친구들 기분을 상하게 했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당시 델라웨어에서 바이든 상원의원을 지지했고, 이번 선거 전에는 트럼프가 재임될 시 한국에 4년간 피난 오겠다고 일자리를 부탁한 친구들이다.
 
인간의 권력에의 욕망과 ‘민주주의’의 허상에 대해서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부터 푸코를 포함한 담론들과 실제 역사가 역설한다. 이번 의회전복 모의사건의 궁극적 책임은 결국 트럼프, 그리고 민주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민주주의의 진실보다는 정권 유지와 권력의 향기에 매혹되어 그간 한편이 되었던 집권여당 다수에게 있겠다. 사실 이번 의사당 폭도사건보다 더 큰 충격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자체였었다. 예상보다 10년 이상 빨랐던 ‘유색인’ 대통령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 때보다 당시에 더 믿기 힘든 현실이었다. 국민 수준을 앞서는 ‘정치적으로 공정한(politically correct)’ 경제·사회·인종·젠더 정책의 가파른 개혁에 이은 ‘여성’ 대통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선임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공화당 후보들 중에서도 극우 성향의 ‘백인 남성 경제’ 대통령 트럼프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리얼리티 TV 쇼 <견습생 The Apprentice>에서 코믹한 카리스마의 향기를 내뿜던 트럼프는 결국 반민주적 애국주의 향수로 친위군단을 매료시킨 셈이다. 어디 미국뿐이겠는가. 미국에서 불거진 권력의 향에 취한 정치가들과 집권여당의 취향에 맞는 민주주의의 허상이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웃 나라만의 이야기라면 좋겠다. 


조은영 편집기획위원/원광대·미술사

미국 델라웨어대학(University of Delaware)에서 미술사 석사와 철학 박사 취득, 국립 스미소니언박물관 Fellow와 국제학술자문위원, 미국 국립인문진흥재단(NEH) Fellow, 중국 연변대학 객좌교수, 일본 동지사대학 국제대학원 객원강의교수 등을 역임하고, 현대미술사학회 회장과 미술사학연구회 부회장을 지냈다. 현재 원광대 조형예술디자인대학 미술과 교수로 원광대 국제교류처장과 한국문화교육센터장, 전라북도 문화예술진흥위원,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 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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