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신앙은 하느님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사랑하기 위한 ‘상보적’ 도구
상태바
과학과 신앙은 하느님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사랑하기 위한 ‘상보적’ 도구
  • 김도현 서강대·이론물리학/신부
  • 승인 2021.01.17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에게 듣는다]

■ 저자에게 듣는다_ 『신학, 과학을 만나다: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본 그리스도교 신학의 새로운 해석』 (김도현 지음, 서강대학교출판부, 268쪽, 2020.12)

이 책의 필자는 이론물리학자이면서 동시에 가톨릭 교회의 사제이다. 그러다 보니 필자가 사제 서품을 받은 직후부터 주변의 많은 분들로부터 그리스도교 교회의 정통 신학을 현대 과학과 접목시켜서 둘 간의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신학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 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었다. 그분들이 보기에 그리스도교 교회의 믿을 교리들은 교리가 확립되던 당시의 언어로 정립되다 보니 현대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대의 과학과 여러 면에서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과 한국의 여러 개신교 교회의 경우는 현재에도 창조론과 진화론 간의 논쟁이 심각하게 진행 중에 있는데, 바로 이러한 현상은 교회가 과학을 배척하거나 과학을 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과학을 포용할 수 없는 종교는 무조건 믿으라는 식의 맹목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러한 태도를 지닌 종교는 어릴 적부터 과학적 사고를 훈련받아온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의심스러운 교리를 설파하는 사이비 집단으로 매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성경을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6000년 전에 창조되었다고 주장하는 일부 개신교 교회의 주장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일반인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면 종교가 과학의 내용을 알아야 하고 과학의 접근 방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명확해 진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바로 이러한 심각한 걱정을 하고 있는 주변의 많은 신앙인들의 진지한 요청에 대해 필자 본인이 학문적으로 응답하기 위해서이다. “신학은 과학을 만나야 한다!” 주위의 많은 분들께서 이러한 주장을 필자에게 하시면서 둘 간의 만남의 내용과 방식에 대해 다양한 제안을 해 주셨다.

“신학은 과학을 만나야 한다!” 바로 이 필요성에 대한 응답으로서 필자가 집필한 이 책은 ‘기존의 가톨릭 신학을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에 그 목적을 두었다. 하지만 단지 그리스도교 신학의 일부 내용과 현대 과학의 일부 내용을 일대일 비교를 통해 상호 간의 유사성을 강조하는 방식만으로는 필자가 원하는 재해석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필자 역시 인식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기존의 그리스도교 신학을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수학의 공리에 해당하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필자는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다. 바로 이러한 전제가 만남을 위한 토대로서 자리잡고 있을 때에 그 위에서 신학과 과학 간의 대화가 가능할 것이고 신학의 현대 과학적 재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의 맨 앞에서는 먼저 ‘신학이 과학을 만나야 하는 이유와 만남을 위한 토대들’에 관해 소개하였다. 특히 1부에서 제시되는 세 가지 전제들은 토마스 아퀴나스 이래의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형이상학, 20세기 초에 크게 발전된 ‘존재 유비’ 개념 및 20세기 후반에 과학철학의 중심 주제로서 크게 발전한 인식론인 ‘비판적 실재론’의 핵심 내용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책의 나머지 부분은 1부의 내용이 실제로 ‘신학과 과학이 서로 만나는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점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로서 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및 네트워크 과학이라는 세 가지 현대 과학의 핵심적 내용을 통해 교의신학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인 그리스도론과 삼위일체론, 예수 부활 사건, 창조신학 및 교회론을 이해하는 데에 활용해 보고자 시도했다.

우선, 양자물리학의 핵심 이론은 우주와 자연 전체를 (미시세계 뿐만 아니라 거시세계까지도) 완벽하게 설명하는 혁명적인 (하지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대단히 어려운) 물리학 이론이면서, 동시에 몇몇 신학자들과 필자에 의해 그리스도론과 삼위일체론의 해석에 이미 활용된 적이 있었다. 따라서 양자물리학이 본서의 첫 번째 부분에서 다룰 ‘그리스도론과 삼위일체론, 그리고 예수 부활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과학적 관점으로서 이 교의들의 해석에 충분히 활용될 가치가 있는 이론임을 필자는 2부에서 자세히 보였다.

다음으로 빅뱅 우주론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여러 관측 결과들에 기반한 성공적인 우주론으로서 본서가 집필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자연과학 전체를 통틀어 가장 왕성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이다. 필자는 이 빅뱅 우주론을 그리스도교의 ‘창조신학’과 접목시킴으로써 기존의 창조신학이 단지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내용만을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보다 과학적인 배경 하에서 ‘하느님께서 천지를 어떠한 방식으로 창조하셨는지’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신학으로 자리잡는 데에 일정 부분 도움을 주고자 시도했다.
 
그리고 필자는 1990년대 후반부터 통계물리학을 비롯한 여러 자연과학과 공학에서 폭발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첨단 주제인 네트워크 과학의 여러 중요한 내용들을 ‘교회’를 이해하는 데에 활용해 보고자 시도했다. 그리스도교 교회는 (구체적으로 가톨릭 교회이든 개신교 교회이든 간에) 신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일종의 사회 네트워크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과학의 주요 관점들과 분석 방법들을 교회를 이해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사회 네트워크로서의 교회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이 4부의 내용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과학과 신앙이 하느님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사랑하기 위한 ‘상보적’ 도구로서 함께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따라서 필자는 본서를 통해 제시한 과학적 개념과 신학적 개념의 연결이 ‘과학과 신앙 간의 상보성’을 확립하는 좋은 예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내의 여러 과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신학은 과학을 만나야 한다!”는 필요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하여 이 책보다 훨씬 의미 있는 학문적인 작업들이 지속적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기를 필자는 진심으로 희망한다.


김도현 서강대·이론물리학/신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물리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학교 이론물리학연구센터에서 박사후 연구원(post-doc)으로서 통계물리학을 연구하였다. 가톨릭 교회의 수도회인 예수회에 입회한 이후,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였고,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 필리핀의 로욜라신학대학에서 교회신학사 학위를 받은 후, 가톨릭 사제 서품을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교수 및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신학대학)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며, 통계물리학과 ‘과학과 종교’를 연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