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적 외향성과 배타적 내향성, 일본 미술의 스타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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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적 외향성과 배타적 내향성, 일본 미술의 스타일을 관통하는 키워드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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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일본 미술의 역사 | 조앤 스탠리베이커 지음 | 강민기 엮고 옮김 | 시공아트 | 320쪽

선사 시대 유물부터 현대의 망가와 애니메이션까지 일본 미술의 핵심을 만나는 입문서이다. 일본은 다양한 외래 문명을 받아들여 적용하는 오랜 역사 과정에서 매우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왔다. 고대부터 근대 이전까지 일본의 모든 제도와 문화에서 한국, 중국, 남아시아 해양 문화 등이 남긴 뚜렷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그 대상이 유럽과 미국 문화로 바뀌었을 뿐, 외래문화를 새롭게 변형해 자국화하는 문화적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미술은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한 인식 아래 균형과 조화 그리고 유머를 추구해 온 역사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다양한 외래 문명의 영향과 적용이라는 문화적 특성이며, 이는 저자가 일본 미술을 바라보는 중요한 초점이다.

특히 저자는 권력체제가 불안정한 시기에는 개방적 외향성이 짙은 미술사조가 유행하고(중국과 한국의 삼국시대 미술을 수입했던 아스카, 나라 시대 미술과 패전 후의 현대 미술), 평화와 안정을 구가하는 시기(헤이안 시대와 무로마치 시대)에는 배타적 내향성을 드러내는 일본적 형식화가 두드러지는 현상이 번갈아 나타남을 강조한다.

신라 불상을 빼닮은 일본 국보 제1호 〈미륵보살반가상〉(일명 보관미륵, 7세기 전반)이나 ‘겐지모노가타리 에마키’(두루마리 그림)에 쓰인 당나라 회화 기법은 국제적 양식이 엄격하게 지켜진 사례다. 하지만 신토 문화를 반영한 가람배치나 ‘설중매를 벚꽃으로 바꾸고 장엄한 중국의 산을 아늑한 논밭으로 대체한’ 헤이안 시대의 야마토에는 일본적 형식화가 진화된 사례다. 이러한 경향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사진 구도나 문학적 뉘앙스를 담은 구름 등 특정 모티프와 함께 이후 일본 미술의 역사에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중국 등 동북아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패전 후 현대에 이르는 일본 미술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일본 미술의 전 분야, 즉 고대 유물, 조각, 회화, 목판화를 비롯해 도자, 칠기 등 공예까지 일본 미술의 핵심을 아울렀다. 특히 이 책에서는 망가와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현대 미술의 최신 연구를 추가했다.

미술과 관련해서도 일본은 가깝고도 먼 이웃이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렸지만 나라 요시토모, 쿠사마 야요이 등 몇몇 현대 미술가와 우키요에 작품을 제외하면 일본 미술이 알려질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일본 미술사에 대한 본격적 연구의 양과 질 또한 다양한 개설서와 대중서가 출판되고 있는 중국 미술사에 한참 못 미친다.

이 책은 일본 미술의 전 분야를 시대별로 개관한 일본 미술 입문서다. 그간 일본 미술 관련 출판물이 우키요에 등 한정된 소재를 다루거나 전문적인 연구서가 많았기에 이 책의 출간은 일본 미술사 전체를 일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중국과 일본 미술을 전공한 저자의 비교문화사적 통찰과 간명한 해설은 이 책의 장점이다. 일본 근대미술을 전공한 역자는 상세한 주석과 원서에서 부족했던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서구인 저자가 놓친 시야와 배경 지식을 채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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