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규범을 둘러싼 사회세력 간 상호작용의 실제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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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규범을 둘러싼 사회세력 간 상호작용의 실제 모습은?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1.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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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규범의 국제정치 | 조동준·손혁상·김유경·유영수·이병하 외 4명 지음 | 사회평론아카데미 | 368쪽

국제규범은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권리와 의무로 규정된 행동 기준”이다. 냉전 종식 후 전쟁과 같은 고강도 분쟁이 점차 사라지면서, 국제규범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증가해 왔다. 한국의 국제정치학이 과도한 정책지향성을 극복하고, 세계정치의 보편성과 동아시아와 한국의 경험과 관점을 균형 있게 바라보면서 한국 국제정치학의 정체성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정치』 시리즈의 이번 33호 〈규범의 국제정치〉는 7개 국제규범 사례를 상세히 소개함으로써 국제규범을 둘러싼 사회세력 간 상호작용의 실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출현 단계에서는 특정 담론을 규범 후보로 만들려는 사회세력이 쟁점을 의제화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의제화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 우호적 반응으로 이어지면 출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공명을 받은 의제가 일부 국가에서 옳고 그름을 정하는 행동기준으로 구체화되면 규범 후보가 된다. 확산 단계에서는 사회세력이 규범 후보를 국제사회에서 공인을 받게 만드는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 일부 국가에서 규범화가 된 담론이 국제사회 다수의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규범 창발자는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마지막으로 내재화 단계에서는 국제규범을 국내로 들여오는 사회세력의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1장은 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출현, 확산 및 국내 내재화 과정을 검토한다. 1990년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원조 공여국 측 비정부기구, 시민사회연결망은 공적원조의 효과를 평가하면서 빈곤퇴치에 주목했다. 이들은 개발원조가 수원국 시민의 삶에 긍정적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당위를 확인한 후, 원조의 목표를 빈곤퇴치로 의제화했다. 이들은 개발원조와 수원국에서 삶의 질 개선을 직접 연결시키는 새로운 담론을 국제사회로 투영하여 새천년개발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끌었다. 새천년개발목표가 한국으로 내재화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했지만, 규범으로서 새천년개발목표는 아직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한국의 개발원조와 새천년개발목표 간 연계가 약하고 관리 부처가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았다.

2장은 반부패 규범의 생애주기를 검토한다. 1990년대 지구화가 심화되면서, 선진국과 자본은 부패가 시장의 작동을 방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부패를 ‘원활한 시장 작동을 방해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국가 간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것’으로 재설정한 후, 부패 방지와 경제성장 간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의제를 국제사회로 투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시작된 반부패 규범은 매우 빠르게 선진국에게 우호적인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로 확산되었다. 한국에서는 개혁지향적 정파와 사회세력이 반부패 규범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었다. 반부패 입법, 관련 위원회 설치 등 제도화가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

3장은 대인지뢰금지 규범의 생애주기를 검토한다. 대인지뢰와 관련된 활동을 벌이던 소수 비정부기구는 방어용 군사무기로서 지뢰의 효용성을 부정하고 지뢰 피해의 실상을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전하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들은 군축과 관련 다자외교망을 우회한 후 새로운 대인지뢰금지 담론에 공명하는 국가와 비정부기구의 회합을 통하여 대인지뢰금지 담론을 국제법으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평화운동과 기독교사회운동이 대인지뢰금지 규범의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한국은 안보 목적상의 이유로 대인지뢰금지 규범을 명시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대인지뢰의 수출입 금지, 국내외 대인지뢰 피해자의 구호, 매설되었던 대인지뢰의 부분적 제거 등을 부분적으로 수용하였다.

4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의 생애주기를 검토한다. 평화에 집중하는 소수 종파의 신념에 서구 시민사회와 초국경 옹호 네트워크가 공명했고, 이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국제규범으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비주류 종교집단이 초국경 옹호 네트워크 및 국내 인권 옹호 집단과 연계해 이를 들여왔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대체복무제도가 만들어질 정도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규범으로 내재화되었다.

5장은 이주노동 규범의 생애주기를 검토한다. 1970년대 경제 불황 중 선진국이 합법적 이주노동을 줄이자, 비정규(irregular) 이주노동자가 새로운 쟁점이 되었다. 국제노동기구와 노동 관련 사회세력은 정상적인 이민절차를 거치지 않는 이주노동자를 범법자가 아니라 비정규 이주노동자로 새롭게 의제화한 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범을 국제사회로 투영하였다. 한국에서는 사회운동세력이 이주노동자 규범의 수용에 적극적이었다. 이주노동자 규범이한국 내 공론장에서는 확산되었지만, 실제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으로 반영되지는 않았다.

6장은 젠더 주류화의 생애주기를 검토한다. 여성 관련 사회운동단체는 성평등 관련 의제를 전파하여 성평등이 실제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규범을 만들었다. 초국경 여성운동은 국제연합 여성회의를 공론장으로 삼아 성평등 관련 담론을 확산하면서, 젠더주류화를 규범으로 성장시켰다. 한국에서는 여성단체와 사회운동단체가 젠더주류화의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이 규범은 한국에서 내재화되어 성평등 입법, 여성가족부와 같은 기구의 출범, 가치관의 변화로 이어졌다.

7장은 이행기정의 생애주기를 검토한다. 민주화를 경험한 국가에서 사회운동세력은 억압적 정권이 자행한 만행이 국가면제(state immunity)에 해당되지 않고 민주정권에 의하여 회복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담론을 확산시켰다. 이 담론은 민주화를 경험한 국가에서 규범이 되었고, 민주주의 관련 사회운동세력과 민주화를 경험한 국가에 의하여 국제사회로 투영되었다. 이런 노력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 이행기정의는 민주화 이후 한국 정부와 사회운동세력에 의하여 도입되었다. 과거사 진상조사, 배상, 치유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 규범이 내재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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