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아시아의 빈곤…해당 국가나 경제주체의 정책 선택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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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아시아의 빈곤…해당 국가나 경제주체의 정책 선택이 중요
  • 오근엽 충남대·경제학
  • 승인 2021.0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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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

■ 저자에게 듣는다_ 『세계화와 아시아의 빈곤』 (오근엽·한인수 지음, 아카넷, 324쪽, 2020.11)

2020년의 코로나 팬더믹을 제외하면 지난 20~30년간 우리 시대의 삶에 영향을 미친 가장 큰 두 흐름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IT 혁명이라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계화는 분명 시대적 명제의 하나이다.

우리는 이 시대적 추세를 용케도 잘 지나가고 있다. 운이 좋아서인지 노력의 결과인지 몰라도 세계화의 기회적 요인을 잘 활용하여 그 덕도 좀 보았으며 많은 경제적 성과도 올리고 있다. 이 시대의 한국의 성취는 많은 나라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의 필자들은 책 제목에서 보듯이 세계화에 아시아의 빈곤을 더하여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아시아와 빈곤의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세계화를 빈곤과 연결 지은 연구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빈곤퇴치를 기관의 목적으로 하는 세계은행(World Bank) 관련 학자들의 관심사일 뿐이다. 빈곤은 학문적인 관점에서도 그리 탐탁지 않은 주제이다. 세계화에 따른 경제성장이나 무역확대, 투자유치처럼 사회나 연구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다. 빈곤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무관심의 대상이고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굳이 구질구질한 기억을 소환하는 주제에 관심을 둘 이유가 없다. 다른 매력적인 주제도 많은데.

그러나 우리의 호, 불호와 관계없이 빈곤은 이 시대에도 외면할 수 없는 삶의 현실이다. 어쩌면 글로벌 시대에는 그로 인한 문제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간격이 커지고 승자와 패자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시대를 알리는 축하의 나팔소리에 일각의 한숨 소리가 가려질 수 있다. 더욱이 만일 승자의 성취(gain)가 패자의 것을 빼앗아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성취의 미래는 매우 불안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확대되는 격차를 줄이고 패자를 포용하는 이른바 포용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선제적 노력과 지혜를 동원할 필요가 있다. 필자들은 이를 위해 세계화에 동반되는 빈곤의 추이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형성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느 나라에서나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믿고 있다.

다음으로 아시아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까울뿐더러 경제적으로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는 우리에게는 글로벌 시대에 시장으로서 또 투자처로서 매우 고맙고도 중요한 곳이다. 그럼에도 흔히 부자가 되고 싶은 개인이나 국가는 오직 선망의 대상이 되는 선진국에 시선이 고정되어 그들의 발전과정에서 신세를 지고 있는 이웃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수출시장으로서 혹은 투자처로서 아시아로부터 우리가 얻는 경제적 이득이 적지 않다면 이는 실제로 우리의 빚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시아 각국이 고민하는 문제의 해결과 동반성장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조치가 필요하지만, 그중 하나는 이 지역의 당면과제 중의 하나인 빈곤 감소에 대해 공감과 동참의 자세를 갖는 것이다. 아시아의 일부 나라는 세계화에 맞추어 기회를 잘 활용하여 빈곤을 크게 줄인 사례도 있지만, 아직도 많은 국가들에서 빈곤의 문제는 심각한 국가적 과제로 남아있다. 2017년 기준으로 아시아에서는 전체 인구의 10.3%인 약 4억 명이 세계은행이 정한 1일 1.9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속에 살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절대빈곤 인구의 52%에 해당하는 수치로 2000~2004년의 65%보다는 그래도 크게 개선된 것이다.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는 빈곤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반면 남아시아의 상황은 여전히 별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봉제공장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필자들은 수년간 세계화와 빈곤에 대한 문헌들을 공부하고 또 여러 차례 실증연구들도 수행하였다. 세계화가 아시아국가의 경제성장과 빈곤에 미치는 영향, 무역이 아시아 국가 간 빈곤율 수렴에 미치는 영향, 아시아 국가 간 노동이동(이주와 해외송금)과 빈곤 간의 관계에 대한 실증연구들을 수행했다. 그리고 세계화의 시대에 적극 대응하여 빈곤을 많이 감소시킨 베트남과 봉제업의 발전을 통해 상당한 빈곤감소를 이룩한 방글라데시에 대한 국가별 사례연구도 진행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고 추가로 집필하여 본서를 출간하였다. 

연구를 수행하는 중에 하나 분명해진 것은 세계화와 빈곤 간의 관계가 어느 방향으로든 고정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세계화가 많은 기회와 위협요인을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결과가 어떻게 귀결되느냐 하는 것은 주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어떤 국가는 적절한 정책과 노력을 통해 빈곤감소를 이루었지만 어떤 국가는 그렇지 못했다. 환경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우리를 지배한다. 그러나 환경의 영향은 기계적인 것은 아니다. 언제나 얼마간의 선택은 항상 남겨져 있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떤 방향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그래서 필자들은 이 연구가 세계화를 빈곤감소로 연결할 수 있는 현명한 정책수단 개발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세계화가 빈곤감소로 이어지기 위해 유용한 여러 정책수단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 세계화의 결실이 사회의 약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친 빈곤층(pro poor) 성장과 분배정책 또는 포용적(inclusive) 정책수단들과 교육 인프라 구축과 정비, 농업 분야에 대한 혁신방안 그리고 세계화가 승자와 패자를 양산한다는 점에서 사회안전망의 정비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의 수혜국과 그 밖의 국가들 사이에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을 감소시키기 위한 국제 협력과 공동보조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끝으로 아시아의 빈곤 문제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도 첨언하였다. 자타가 공인하듯이 한국은 세계화 수혜국 중의 하나이며 아시아에 대한 투자로부터 얻는 이득도 크다. 따라서 아시아의 공존공영의 차원에서 이 지역의 큰 문제인 빈곤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민간기업들은 상생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고 정부는 아시아 빈곤감소를 위한 국제기구와의 협력 강화나 빈곤퇴치기금 설치 등의 노력을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 대한 글로벌 기빙(global giving)에 좀 더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오근엽 충남대·경제학

서울대학교 및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사,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와 콜로라도 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근무했다. 현재 중국 강소대학교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한국경제학회 부회장과 대전지역경제포럼 대표를 역임했다. 국제무역과 지재권, 기술, 환경문제 등과의 관계가 주요 연구 관심사이다. 『한미FTA 지재권 협상에 따른 의약품 분야 사회후생 변화』, 『국제무역론(4판)』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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