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교육 시대에 학생지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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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교육 시대에 학생지도는?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 승인 2021.0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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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_ 논설고문 칼럼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가 주를 이룬 두 학기가 끝났다. 이제 또 다가오는 봄 학기도 비대면 수업이 예상된다. 진정되지 않는 코로나 상황을 생각하면, 비대면 수업이라도 할 수 있음이 다행이다. 그런데 우리는 학생을 교육하는 데 있어 중요한 한 축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교과 중심의 학생 교육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학생지도라는 중요한 한 축을 놓쳐서는 안 된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에 더 필요한 교육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대화하면서 이루어지는 인성 교육이다. 혼자만의 삶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며 살아가는 인간관계의 체득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다운 행복한 삶의 구현이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것이 교육의 마지막 지점이라면, 더더욱 인격과 인격이 만나 서로 협력하는 삶의 훈련과 실천은 강조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갈수록 학생들이 획득하는 지식은 늘어나고 있지만 원만한 인격과 지식을 제대로 겸비한 인재들은 만나기 힘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만을 부추겨온 우리 교육이 극복해야 할 크나큰 과제이다.

몇 년 전 김희삼 교수가 ‘사회자본에 대한 교육의 역할과 정책방향(2017)’이란 보고서에서 한국‧중국‧일본‧미국 대학생 각 1,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교육과 사회자본에 관련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 교육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먼저 각자 나라에서의 ‘고등학교의 이미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 한국 대학생은 무려 81%가 ‘사활을 건 전장’에 가깝다고 답했다. 중국과 미국에서는 40% 정도, 일본은 14%만 고등학교를 전장이라고 보았다. 한국 학생들이 대학입시를 앞두고, 얼마나 심각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또 ‘함께 하는 광장’이라고 생각한 비율은 초중등교육에서 협동과 단체행동을 중시하는 일본이 76%로 가장 높았고, 중국은 47%, 미국은 34%였지만, 한국은 13%에 그쳤다. 한국 대학생 대다수가 고등학교를 ‘전쟁터’로 인식한다는 것은 치열한 상대평가 경쟁의 경험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대학에서라도 이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30명의 수강생이 5인 1조로 팀이 되어 공부할 때 만약 기말고사 성적을 개인 점수로 부여한다면, 그 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물어봤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하는 질문에 ‘누가 물어보더라도 잘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한국(18.1%), 중국(4.7%), 일본(9.6%), 미국(6.0%)로 한국이 제일 높았다. 반면 ‘모두에게 잘 가르쳐 줄 것’의 비율은 한국(44.7%), 중국(70.3%), 일본(52.1%), 미국(54.7%)로 한국이 가장 낮았다. 이렇듯 한국 교육현장에서 이타적인 협동수업의 수준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우리 교육현장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교육방식 또한 타인과의 협동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학교 교육과정에서 경쟁보다는 협력과 연대를 도모하는 학습 및 평가 방식을 확대해야 함을 반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학교 교육현장에서의 학생지도는 현재로서는 소극적인 선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전화나 온라인을 활용한 교수와 학생들 간의 소통도 더욱 세밀하게 그 방안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 대학마다 교수와 비대면으로 소통이 가능한 줌 강의실을 마련하기도 하고, 또 카페 강의실 같은 첨단강의실을 준비해서 소통을 강화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조금이라도 보완할 수 있는 길이 학생들끼리 협력관계를 형성해서 소통하는 방안이다. 이는 비대면 교과수업을 적극 활용하면 가능하다. 주어지는 수강생들을 적절하게 모둠으로 편성해서 협동학습과제를 제시하는 방안이다. 제한된 온라인상이기는 하지만, 공동과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함께 협력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 방안이 훈련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비대면 시절에 학생들의 협력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시도해 볼 만한 교육방식이다. 진행방법이나 평가방법 등에 있어 교수가 더 많은 부담을 안게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대에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코로나 블루와 취업의 난제를 극복하는, 함께 더불어 사는 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해 볼 만하다.
 
대학마다 올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마지막 정시준비에 한창이다. 봄 학기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은 실질적인 코로나 세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은 코로나와 싸우며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그래서 고등학교 생활 속에서도 제대로 협력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기가 어려웠다. 성장하면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면, 인격형성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기 힘들다. 각자도생에 길들여져 자기 생존만을 위해 사는 코로나 세대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 낙인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도, 봄 학기 신입생 학생지도는 먼저 이 점부터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봄 학기에 입학할 신입생들은 입학 때부터 동기생들과의 인간관계를 제대로 형성하기 힘든 상황이다. 제대로 만날 수도 없고 거리를 두고 학교생활을 해야 하는 운명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학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지혜를 체득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현실적인 학생지도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 개학까지 남은 시간은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어진 짧은 방학일 뿐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국문학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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