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문화적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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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화적 진화
  •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1.0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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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타스]

생물학적 진화는 개체가 아니라 집단 내에서 이루어진다. 즉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그 집단의 유전자 풀(pool)이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생태적으로 성공한 종(種)이다. 인류의 성공 비결은 사고능력과 유전적 적응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종과 달리 인류는 환경 도전에 적응하여 보다 복잡한 비유전적 적응 방식으로 세대를 거치면서 축적된 문화의 전승에 크게 의존하여 왔다. 인류의 문화는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사상과 행동 그리고 문화유물 등을 포함하며 학습되고 전승된다.

지적인 측면에서 문화란 사회적 학습 즉 모방, 교육 그리고 관찰학습 같은 종류를 포함한 정보이다. 전승과 변화의 이 과정은 진화가 자연선택을 통한 변형후손의 형성이라는 다윈(C. Darwin)의 원리를 떠올리게 한다. 다윈은 서로 다른 언어의 형성과 뚜렷한 종의 형성, 이 두 가지 모두 점진적인 과정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인간 사회의 일부일처제는 동물의 세계와 비교해보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인간 사회의 약 85%에서는 일부일처제가 작동되고 극히 적은 사회에서는 일처다부 풍습이 존재하나 충분한 자원 확보 차원에서 일부일처제가 더 유리하다. 이 풍습은 남성 사이의 경쟁을 줄여준다. 일부일처제는 범죄를 감소시키고 물질과 에너지 낭비를 줄여준다. 이 풍습은 인간의 본성과 상반될지라도 사회적 차원에서 이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확산되었다.

문화적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의 일부이다. 인간은 호르몬에 대한 반응뿐만 아니라 특정 감각에 집중할 때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뇌라는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인간은 유전적 프로그램을 통해 사고, 신념과 가치를 획득하고 뇌에 전달하여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문화적 종이다. 위약효과는 인간의 문화적 신념에 의존한다. 약물의 효과를 믿고 복용한다면 그 약물은 화학적으로 활성을 띠는 물질과 동일한 경로를 자극하게 된다. 위약이 화학적으로 비활성이나 생물학적으로 활성을 띠는 것은 인간의 문화적 신념에 전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다양한 서식지에서의 생존은 유전적 적응뿐만 아니라 전승된 문화에 의존한다. 인류를 제외한 어떤 종도 인류 정도의 문화적 정보에 의존하지 않으며, 인류학적 증거 역시 인간 속(屬)의 진화 역사에서 문화가 초기에 출현하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는, 의학의 발달에 따라 이전에는 생존하여 자식을 낳고 인류의 유전자 풀에 기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부여되었다. 그러나 인간 집단이 거대하기 때문에 인간 종의 전체적인 유전적 조성에는 거의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 최근의 흥미로운 현상은 인간이 예전보다 늦은 나이에 자손을 낳거나 그런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식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을 증가시키고 자손에게 전달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보다 많은 돌연변이가 인류의 유전자 풀에 도입될 수 있다. 기술은 인류를 환경에 적응하는 종으로 도와주어 유전적 적응에 의지할 필요성을 감소시켰다. 지금의 인류는 운송 수단의 발달과 세계화로 전 지구적인 종이 되었기 때문에 유전자를 어떤 사람과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 gene-culture coevolution and human diet (사진 출처=semantic scholar)
▲ gene-culture coevolution and human diet (사진 출처=semantic scholar)

문화의 전승과 진화는 정신적인 적응으로부터 유전적으로 진화되어 왔다. 인식적 적응은 유전적 계승과 서로 다른 전승 규칙에 의해 작동되는 문화적 진화를 이끌었다. 진화 중인 유전자는 마주하는 사회적 그리고 물리적 환경 모두를 바꾸어 문화-유전자 공진화를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리한 음식’은 인간의 소화계 즉, 치아와 위장관을 위축시키는 선택압이 되었다. 소화계의 에너지 사용 감소는 뇌가 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결과 문화적 정보에 더 크게 의존하게 되었다. 문화는 인류의 진화를 가속화시켰다. 유타 대학의 유전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코크란(G. Cochran)의 연구에 의하면 지난 몇 백만 년보다 지난 몇 천 년 동안의 유전적 변화가 훨씬 컸다. 유전자-문화 공진화에 대한 수학 모델은 문화적 전승이 실제로 선택압을 변화시켜 새로운 진화기작을 생성해 낼 수 있고 이것 중 일부는 인간의 협동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화는 인간의 행동에 대한 균일한 영향에 의해 매우 강한 선택압을 생성할 수 있다. 유전자-문화 공진화 견해는 문화가 생물학적 명령에 의해 형상화되는 반면 생물학적 특성은 동시에 문화적 역사에 대한 반응에서 유전적 진화에 의해 변한다는 것이다.

농업의 역할은 문화의 발달에 중요했으며 많은 집단은 자신들의 특별한 섭식 습관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한 습관 중의 하나가 성인의 젖 소화 능력이다. 모든 갓 태어난 포유류는 젖에 의존하여 성장하나 좀 더 크면 유당을 분해하는 효소가 사라진다. 그러나 목축으로 살아온 인류의 후손 중 일부 집단의 성인들은 젖을 소화시킬 수 있다. 이 적응은 가축의 젖을 소비하던 겨우 약 만 년 전에 진화되었다. 다윈은 <종의 기원> 마지막 장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식이 진화를 포함한 인류의 진화에 빛을 비쳐주었다.

영국의 박물학자이자 방송인인 애튼버러(D. Attenborough)는 산아제한과 낙태가 인류의 신체적인 진화를 멈추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하였다. 현재의 인간은 태어나 양육될 수 있는 어린이의 90~95%를 포기함으로써 자연선택을 중단시켰다는 차원에서 인간만이 자유 의지로 자연선택을 멈추게 한 유일한 종이라 주장하였다. 문화는 인간 환경의 많은 부분을 정의하기 때문에 문화적 진화는 실제적으로 인간의 적응적 진화를 이끌게 된다.


김환규 서평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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