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정조지〉, 〈보양지〉 완역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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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정조지〉, 〈보양지〉 완역 출간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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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중 〈정조지(鼎俎志)〉와 〈보양지(葆養志)〉가 풍석문화재단에서 완역 출간되었다. ‘임원경제지’는 풍석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우리의 전통문화와 생활지식을 16분야로 나누어 집대성한 백과사전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파주 장단이 고향이다. 수원 유수, 이조 판서, 호조 판서 등 고위 관직을 두루 역임하고, 실용학문에 심취했던 서명응(조부), 서호수(부), 서형수(숙부)의 가학(家學)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서유구는 관념에 치우친 유학자들의 학문적 태도에서 벗어나 사람살이의 기본인 ‘건실하게 먹고 입고 사는 문제’를 풀고자 민중의 생활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조선·중국·일본의 서적들을 풍부하게 참조하여 조선시대 최고의 실용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를 저술했다.

문헌에 나오는 사실과 현실에서 경험한 사항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113권 54책 16지로 구성된 『임원경제지』는 농업, 건축, 요리, 의학 , 공학, 상업 등 당시 조선사회의 각 방면에 걸친 지식들을 종합하여 분류한 백과사전의 백미이다.

풍석 서유구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생소하지만 학계에서는 다산 정약용과 더불어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학계 및 산업계에서는 서유구의 대표 저술인 ‘임원경제지’가 완역 완간되면 전통농업, 전통음식문화, 전통의학, 전통건축, 전통문화 등의 분야에서 한류 문화 및 산업의 원천 콘텐츠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풍석문화재단은 조선후기 실학운동의 정점을 이룬 풍석 서유구 선생의 생애와 업적을 널리 알리고 그의 저술(임원경제지 외 다수)에 기반한 전통문화콘텐츠를 현대에 되살려 창조적으로 진흥시킴으로써 한국 학술 및 문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지난 2015년 설립되었다. 풍석문화재단은 오는 2024년까지 총 67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 『임원경제지 정조지』 전권 세트 전4권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20.10)

‘임원경제지’는 모두 16개의 분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솥과 도마로 대표되는 음식의 조리법과 재료의 효능에 관한 기록이 <정조지>다. 7권 4책으로 정조는 솥과 도마를 말한다.

이번 출간본은 정본화(定本化)를 거친 〈정조지〉 최초의 완역본이다. 〈정조지〉는 크게 ‘음식재료 요점정리’, ‘익히거나 찌는 음식’, ‘달이거나 고는 음식’, ‘볶거나 가루 내어 만든 음식’, ‘음료’, ‘과줄’, ‘채소 음식’, ‘가르거나 삶아서 조리하는 음식’, ‘조미료’, ‘술’, ‘절식’의 11개 분야로 구성되어있다. 〈정조지〉에 수록한 음식의 레시피는 총 1,748개로, 조선시대에 나온 음식 요리 서적 중 비교할 대상이 없는 최대의 분량이다. 서유구 선생은 《임원경제지》 서문에 “이 책은 오로지 우리나라를 위해” 편찬한 것으로, “지금 살펴 행할 만한 것인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처 강구하지 못한 것도 모두 상세히 적어 놓았다.”라고 적었다. 즉, 《임원경제지》는 당대 조선의 지식을 정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지식도 풍부하게 수록하였으며, 나아가 서유구 자신이 직접 요리한 레시피도 수록하였다.

성리학이 국학이었던 조선 시대는 남자들의 부엌 출입이 금기시되었고, 더욱이 양반이 부엌에서 요리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서유구 선생은 양반이라는 체면과 허식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요리하고 만들어 먹어 약 1,748가지의 음식 레시피를 집대성하였다. 특히 서유구는 중국이나 일본 등의 문물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여 소비하는 것으로 그치고 마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높은 벼슬을 통해 접한 궁중음식과 반가의 음식, 지방관을 지내며 경험한 지방 음식과 서민들의 음식, 그리고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음식에 대한 지식을 〈정조지〉에 실어 “오로지 풍속을 따르면서 형편에 맞게 조절”하여 우리 입맛에 맞도록 ‘자국화’하는 데 지침이 되는데 힘썼다. 이처럼 〈정조지〉는 서유구의 철학이 집대성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정조지〉 1권은 권41과 권42를 엮은 책이다. 식감촬요(⾷鑑撮要, 음식 재료 요점 정리), 취류지류(炊餾之類, 밥과 떡), 전오지류(煎熬之類, 죽, 조청, 엿), 구면지류(糗麪之類, 미숫가루, 면, 만두)까지로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여 ‘익히거나 찌는 음식’, ‘달이거나 고는 음식’, ‘볶거나 가루 내어 만든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요리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조지〉 2권은 권43과 권44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음청지류(飮淸之類, 탕, 장, 차, 청량 음료, 달인 음료), 과정지류(菓飣之類, 과일꿀절임, 과일설탕절임, 말린과일, 과일구이, 법제과일, 유과), 교여지류(咬茹之類, 채소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요리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정조지〉 3권은 권45와 권46에 해당하며, 할팽지류(割烹之類, 고기를 가르거나 삶아서 조리한 음식), 미료지류(味料之類, 소금, 장, 두시, 식초, 기름과 타락, 누룩과 엿기름, 양념)로 포와 각종 조미료에 대한 다양한 제법을 소개하고 있다.

〈정조지〉 4권은 권47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온배지류(醞醅之類, 술), 절식지류(節⾷之類, 절기별 음식)로 전통 술에 대한 제법과 더불어 각 절기마다 먹는 음식에 대한 요리법을 상세히 기
록하고 있어 조선시대의 절기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이처럼 〈정조지〉는 조선 시대 음식 문화를 매우 체계적이면서도 과학적으로 정리하여 기술하고 있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전통음식의 뿌리가 많이 약해진 우리 한식을 복원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방대한 음식 레시피 속에는 서유구의 실학 정신이 녹아있다. “사람들의 입맛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며 세상에는 맛의 절대적 기준을 세워줄 역아(易牙)와 같은 명요리사도 없어 일률적으로 맛의 기준을 세울 수 없다”, “우리 음식이 중국과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요리법이 있다 한들 시골 생활에서 요리법까지 연구할 수는 없으므로 우리 풍속에 맞춰 알맞게 하면 그만”이라고 전한다. 특히 당시 조선 요리의 우수성과 문제점,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식문화의 우수성 등을 다국적이고 열린 시각에서 정확히 보고 있다.
 

■ 『임원경제지 보양지』 전권 세트 전3권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전종욱 옮김, 풍석문화재단, 2020.11)

〈보양지〉는 서유구 선생이 동양의 각종 건강양생과 관련된 고서를 종합하여 쓴 백과사전으로 현대 의학과 현대 보건 위생에서 잘 다루지 않는 일상생활, 즉 수면과 음식, 성생활, 도인과 안마, 섭생 등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오랜 지혜와 전통적 비결을 담고 있다.

〈보양지〉는 조선 후기 완숙한 유가적 양생술의 완성판이다. 본디 양생법은 도가 계열이나 불교에서 발달한 내단술이나 좌선 등으로부터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지만, 중국과 조선 양국에서는 송대 이후 유가적 합리주의의 세례를 받으면서 생활 속 건강법으로 다시 태어난다. 현세를 벗어난 초월에 대한 지향은 점차 배제되고, 유가적 관점에서 재해석된 양생서가 속속 등장하게 된 것이다. 조선에서는 명나라 말 호문환(胡⽂煥)의 《수양총서》를 간추린 이창정(李昌庭, 1573∼1625)의 《수양총서유집》(1620)이 나오게 된다. 이 책은 중복과 오류, 비현실적인 내용을 제거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알맞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산림경제》, 다시 《증보산림경제》로 이어졌고, 〈보양지〉가 동아시아 양생지식을 다시 한 번 집대성한 것이다.

사대부 지식인으로서 서유구의 의학지식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 궁금한데 그가 친지들의 질병에 약 처방을 내어준 기록을 볼 때 이미 상당한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역자들은 추측했다. 특히 〈보양지〉 내 62개의 안설(案說)에서는 서유구 자신의 판단과 견해를 명료하게 드러냈고 농업, 음식, 의료 등 다른 분야 지식을 활발히 링크하여 지식의 체계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천지는 사람의 부모와 같다. 당연하게도 하늘은 나의 고통, 나의 질병, 나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부모님은 자식이 병이 날까 걱정일 뿐(父母唯其疾之憂. 논어 위정편)” 다른 것은 더 바랄 것이 없다는 마음과 동일하다. 부모로서의 천지자연은 인간이 무한히 행복하고 기뻐하는 것만을 보고 싶어 한다. 자녀로서의 인간은 천지부모가 내려준 만물을 활용하여 내 몸을 잘 기르는 것이 최상의 효도다. 내가 건강하고 행복한 것, 그것이 나를 이 땅에 내신 하늘에 대한 최상의 보은이라 했다.

최상의 인도(人道)의 실천은 하늘과 땅이 끊임없이 생성하는 도에 함께 참여하여 종국에는 이전의 천지자연보다 더 나은 천지자연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성인의 도가 그러한 것처럼 ‘보양의 도’ 역시 궁극적으로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보양지〉는 자연과 인간의 기쁜 만남, 건강한 공생을 연결해 주는 추뉴(樞紐, 중추)다. 하늘과 땅의 모든 좋은 기운이 응축된 곡식, 광물, 약초, 자연물의 기운 등이 모두 약이(藥餌, 약음식)가 된다. 첫새벽에 길어 쓰는 정화수는 천지생명의 시원으로서 뱃속 운화(運化, 음식의 소화와 영양의 수송)의 근원을 돕는 효능을 가진다. 수진(修眞, 몸 수련) 편은 실로 “침도 약도 없을 때” 혼자 몸을 굴신하여 병을 치료하는 법을 모았다. 약과 음식보다 앞에 편집되어 매우 중시된 것이다.

특히 김용옥은 직접 붙인 서문에서 “‘보양지’와 우리 문명이 가야 할 길(서문 제목)은 그 자체로 하나의 ‘조선문명론’이라 할 만하다. 우리 문명의 초기 모습을 전 세계 고인돌 수량의 절반이 밀집한 웅대한 고인돌 유적에서부터 탐색했고, 이후 중국문명에서 발원한 인문주의를 우리 감성에 맞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구현해간 역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평가했다”며 “결론적으로 우리 문명의 핵심을 자연의 도와 사람의 도, 곧 천도(天道)와 인도(人道)가 하나로 조화되는 이상을 향한 위대한 여정으로 묘사했다. 그것은 지금 인류의 미래상으로 제시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고 ‘보양지’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 책은 △ 총서 △ 정·기·신 △ 기거와 음식 △ 수진(修眞·몸의 수련) △ 복식(약 음식 복용) △ 부모나 노인을 건강하도록 모시기(수친양로) △ 임신·출산과 육아 △ 양생월령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역자들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고금의 수련법에 대한 그림 160장을 발굴해 함께 수록하고, 그림이 없거나 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역자들 스스로 동작을 재현해 촬영한 사진 178장을 게재하는 한편 이밖에도 일러스트 5개, 도표 12개, 기타 그림 69장, 기타 사진 56장도 함께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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