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 확립, 목적이 모든 수단 정당화, 성전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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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 확립, 목적이 모든 수단 정당화, 성전 선포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1.1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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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종교가 사악해질 때: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 | 찰스 킴볼 지음 | 김승욱 옮김 | 현암사 | 400쪽

종교는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쳐왔다. 저자는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이 저지른 최악의 행동들이 종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경우가 많음을 지적한다. 종교가 타락했을 때 그 어떤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학대·살인·테러·전쟁 등이 벌어지고 있으며, 때때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한다. 그렇기에 종교가 타락하는 징후를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이 책은 주요 종교에서 나타나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타락 현상을 묘사한다. 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 확립,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일, 성전 선포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징후를 분석함으로써 종교 안에서 타락의 행위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종교적 약속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종교 그 자체가 문제일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아니기도 하고 그렇기도 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살아남은 종교 안에서 우리는 수 세기 동안 수백만 명의 삶을 지탱해주고 의미를 부여해준, 생명을 긍정하는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사람들을 타락시켜 악행과 폭력으로 이끄는 힘 또한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이상에 못 미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종교의 본질과 중요성이 무엇인지 살피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종교가 사악해지는 다섯 가지 징후 중 첫 번째 위험신호는 자기들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경전의 오용과 악용이 빈번히 일어난다. 경전에서 자신들이 이용할 만한 일부 구절만 가려 뽑아 그것을 절대 진리라 주장하면, 그 종교는 타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악이 고개를 들 수 있음을 경고하는 첫 번째 징후다. 진리에 대한 인간의 시각은 역동적이고 상대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현상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노력을 멈출 때, 종교 지도자가 사람들의 합리적인 의문을 억누를 때 커다란 위험이 생겨난다.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종교는 오히려 스스로 타락했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원서 & 저자 찰스 킴볼

셋째, ‘이상적인’ 시대를 확립하려는 태도다. 희망적인 미래에 대한 욕구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히 모든 종교는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상적인’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을 특정 종교의 세계관과 연결하고, 그 비전을 실행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신의 뜻을 안다고 확신한다면, 재앙이 일어날 조건이 갖춰진다. 이상적인 사회를 편협하게 정의하고 자기들이 신의 대리인으로서 신정을 확립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넷째,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종교적 목표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숭고한 목적만을 강조하며 모든 수단을 정당화한다면 이미 타락한 종교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하는 현상이다. 세상 만물의 평화로운 공존에 대한 종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기는커녕, 이기적인 명분으로 전쟁을 ‘거룩하다’고 선포하는 것은 종교가 타락했다는 명백한 징후다. 진정한 종교의 핵심에는 항상 평화의 약속이 자리하고 있다. 신자들의 내적인 평화에 대한 약속, 그리고 다른 창조물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꾀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비교종교학자인 저자는 각 종교의 역사를 비교하며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종교를 옳은 기준으로 삼고 다른 종교를 손쉽게 판단해버리는 오류를 저지른다. 비교연구 방법을 이용하면, 종교들 사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파악해 종교를 더 넓은 의미의 인간적인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종교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와 함정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지만 종교계의 앞날을 마냥 비관하지는 않는다. 자기비판적인 의식, 타인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는다면 건강한 미래를 일궈나갈 길을 분명히 찾아낼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가설에 도전하지 못하고, 발상을 새롭게 전환하지 못해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종교적 문제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못한다면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몇 발짝 뒤로 물러나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는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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