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규모의 재난도 피해는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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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규모의 재난도 피해는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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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재난 불평등: 재난은 왜 약자에게 더 가혹한가 | 존 머터 지음 | 장상미 옮김 | 동녘 | 332쪽

2016년 국내에 출간되어 ‘동일한 규모의 재난도 피해는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실제의 예로 보여줘 충격을 준 《재난 불평등》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재해가 단순한 자연현상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경제적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드러낸다. 저자가 포착한 지점은 재앙이 낳는 ‘불평등의 민낯’이다. 이 책은 왜 재난 사망자의 다수가 빈민층인지, 그리고 재난 발생 당시와 그 전후의 극복 과정에서 사회의 불평등 구조가 재난에 투영되고 답습되는 이유를 찾아 나간다.

재난을 자연과학자의 시선으로만 보고 연구해온 과학자가 재난과 전후 상황을 사회현상으로 보기 시작하며, 왜 자연과학적으로는 유사하거나 동일한 규모의 재난이 어디에서 언제 일어나느냐에 따라 다른 크기의 피해로 이어지는지, 왜 같은 수준의 피해를 입어도 어떤 사회는 재건하는 데 1년이 채 안 걸리고 어떤 사회는 재기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지를 비교 관찰했다. 아이티 지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미얀마 사이클론 등을 자연과학의 관점과 사회과학의 관점으로 비교분석하여 자연재해라는 자연현상이 어떻게 사회 문제가 되는지를 밝혀냈다.

개정판에서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어떻게 ‘재난’과 유사한 양상으로 사회 문제와 연결되는지를 저자가 〈개정판 서문〉에서 보완했다. 저자는 이 글에서 “팬데믹에 관한 분석 없이는 자연재해에 관한 어떤 논의도 불완전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팬데믹이 가져온 가장 뚜렷하고 불편한 현상을 밝히고 있다.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는 초판 출간 이후에 나타난 푸에르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마리아, 캘리포니아와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를 뒤흔든 지진, 아프리카 남부를 휩쓴 태풍 이다이, 일본과 파키스탄을 덮친 폭염 등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쇼크를 언급하며, 이 사태 이후 나타나는 사회 불평등의 양상이 초판에서 이미 실증한 예들과 “무서울 정도로 흡사하다(20쪽)”라고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자연재해’인가를 우리에게 질문하며 “지진과 태풍처럼 바이러스는 부자와 빈자, 흑인과 백인, 기독교도와 힌두교도, 유대인과 무슬림을 가리지 않는다(9쪽)”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질병’과 ‘재난’은 분명 다르지만 닮은 점이 너무나도 많다고 강조한다.

원서 & 저자 존 머터

사람들은 흔히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규모는 재난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강진은 사회를 일어설 수 없을 만큼 무너뜨리지만 약진은 그다지 큰 피해를 주지 않으며, 대홍수는 국가 전체를 휩쓸고 지나가지만 미미한 홍수가 남기는 피해는 며칠이면 금방 복구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가 알고 있는 것과 반대로 재난 피해의 크기는 재난의 크기와 무관하다. 사회 구조와 격차, 기존에 있던 부조리, 불평등이 그 크기를 결정한다.

자연재해와 재난 피해는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홍수에는 수해가 따르며 가뭄 이후에는 기근이 발생하고 대지진과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도시는 붕괴한다. 사람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홍수, 가뭄, 지진, 태풍을 단순한 ‘자연’재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회 문제로까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재해의 예방과 대책은 응당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독 해당 분야 연구자들은 좀처럼 섞이지 않았으며 각자의 분야에서 볼 수 있는 지점만을 바라봐 왔다. 자연재해 연구는 자연과학자, 재난 피해 연구는 사회과학자의 몫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경계를 깨고 두 학문의 경계점에서 현상을 직시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과학자 같은 시선으로 재난을 ‘평가’한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재난 피해의 소식 가운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모금을 일으키는 지점은, 대개 자연과학자가 측정해 ‘수치’로 표현한 재난의 규모 혹은 자연의 위력에 무너져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다. 대규모 지진에는 늘 많은 돈이 모금된다. 끔찍한 모습들이 많이 보도될수록 구호단체들이 많이 파견된다. 하지만 그 사회에 내재해 있던 기존의 불평등, 보이지 않는 부조리를 전하는 소식에 집중하고 귀 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재난은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만 자연적이다.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이다. 그러니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연대해야만 비로소 재난 이후의 상황은 예측 가능한 것이 되고 재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학문간 연대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재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책의 결론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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