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어떻게 소리를 감정, 이미지, 이야기로 바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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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어떻게 소리를 감정, 이미지, 이야기로 바꾸는가?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1.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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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 듣는 사람을 위한 가이드 | 윤희연 지음 | 마티 | 320쪽

이 책은 듣는 이를 위한 음악 언어 가이드로 작곡가와 곡에 얽힌 에피소드, 명연주와 명음반을 소개하는 책과 달리 곡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음악사를 넘나들며 곡을 만들 때 사용된 음악의 단어와 문법, 특정한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동원된 수법, 청자들을 설득하고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구조를 소개한다.
 
음악이 사람들을 슬픔과 고통, 광기와 열정에 빠지게 하는 방법, 자연과 천국, 악마를 떠오르게 하고 몽상에 젖게 만드는 장치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또 말 없는 음악이 어떻게 고향을 떠나 모험을 겪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내러티브를 전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작곡가가 남긴 단서, 수백 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고 변형되어온 음악의 문법을 발견하게 하는 이 책은 독자와 청자가 음악을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사람이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다. 음악의 어떤 요소가 청중의 감정을 한순간에 휘어잡는 것일까. 수백 년 동안 되풀이되어온 가장 간단한 방법은 눈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음을 뚝뚝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른바 “눈물음형”이다. 르네상스 작곡가들이 슬픈 내용의 가사에 선율을 붙일 때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떠올려 악보에 음표가 차례로 한 음씩 내려가는 음형으로 그린 것이 유래다. 이것이 저음에서 떨어지면 탄식저음이 되며, 바흐에서부터 김동률의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에 이르기까지 슬픔을 자아내는 대표적인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학교 음악 시간에 장조는 밝고 활기차며 단조는 어둡고 슬픈 곡에 어울린다고 배웠다. 그러나 대표적인 슬픈 곡인 〈섬집 아기〉, 〈클레멘타인〉을 비롯해, 추모곡으로 널리 쓰이는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 등은 모두 장조 곡이다. 저자는 슬픔을 자아내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 음악에서 감정과 깊이 결부되어 있는 것은 템포라고 설명하며, “슬픈 음악은 단조로 되어 있다고 말할 바에는 차라리 느린 곡이 슬프다라고 하는 편이 더 합당”하다고 이야기한다.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 자리, 끊임없이 같은 음식을 내놓으며 배가 불러도 계속 먹으라고 강요한다면 따스한 가족드라마는 한순간에 스릴러로 바뀐다. 저자는 음악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음의 단편이 반복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변화 없는 반복이 과잉으로 나타난다면 이것은 음악에 있어 의도된 ‘광기’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피겨 스케이터 김연아의 쇼트 프로그램 음악으로 유명한 생상의 〈죽음의 무도〉는 대표적인 예다.

협화음과 불협화음은 고정되어 있는 것일까? 저자는 어떤 음을 불협화음으로 여길지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화해왔다고 이야기한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가 처음 정립한 협화음과 불협화음이 음악에 적용되기 시작한 때는 9세기 중세 교회의 그레고리오 성가였고 특정한 화음만이 용인되었다. 12-13세기 미사곡에서는 그동안 교회가 금지해온 3도화음과 6도화음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의 귀에는 불안정하기는커녕 한없이 감미롭게만 들린다. 저자에 따르며,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불협화음은 바흐의 〈요한수난곡〉에 이르러서고, 이어 20세기 쇤베르크, 펜데레츠키 등의 작곡가 등의 현대 음악은 불협화음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음악에 대한 사전적인 정보가 없어도 특정한 곡을 들으면 전원의 목가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비발디의 〈사계〉 가운데 ‘봄’,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 3악장 등을 들으면 누구든 쉽게 느긋하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저자는 전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몇 가지 장치를 악보와 함께 소개한다. 새소리를 오보에와 잉글리시 호른으로 주고받는 단순한 선율, 샤프나 플랫이 붙지 않은 단순한 조성, 선열과 화음이 바뀌어도 여러 마디에 걸쳐 지속되는 음 등이다. 악보를 읽고 정확한 음을 머릿속에 그릴 수 없는 이들이라도 악보의 형상을 보고 저자의 설명을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이 요소들의 악보는 직관적이다.

사람의 감정을 쉽게 좌지우지하는 음악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고대나 중세 시대에 낮은 예술로 취급받았고, 가사에 복속되어 있었다. 이후 차츰 텍스트에서 풀려나 자유를 획득하게 된 음악은 가사 없는 기악음악을 꽃피우게 된다. 그러나 가사 없이 소리 구조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저자는 텍스트 없는 음악이 찾은 길이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이었고, 이것이 결국 여러 과정을 거쳐 소나타 형식의 탄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수사학의 다섯 요소, 1) 주제를 설정하고, 2) 이를 어떻게 배열하며, 3) 어떤 기술을 동원하며, 4) 내용을 어떻게 기억하고 5) 전달하는지를 차례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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