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이래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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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이래도 괜찮은가?
  •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 승인 2021.01.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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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칼럼]_ 논설고문 칼럼

지난주에는 문재인 정부의 4개 장관지명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개최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다. 왜냐하면 인사청문회는 우리나라의 고유제도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것인데 우리 정치인들이 늘 하는 습관대로 우리가 수입 할 경우에 어떠한 문제가 생길 것인가에 대한 깊은 연구나 고민 없이 껍데기만 수입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 제도의 목적, 과정 및 한계 등의 문제는 무엇이며 그것들이 우리의 관행과 어떠한 관계가 있으며 그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깊은 성찰을 통한 문제제기와 그 해결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노력 말이다.

 이미 다 아는 대로 이 제도는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없으며 오직 대통령책임제 국가에만 있는데 미국에서 처음 이것을 만들 때 대통령제는 역사상 세계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어서 그의 권한을 어떻게 하면 정부의 3권을 적절히 분배하고 동시에 피차간에 견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래서 집행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갖게 되는 조약체결권과 인사권만은 상원이 자문하고 인준(Advice and Concent)하도록 헌법에 명문화한 제도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은 그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는 달리 상원의 인준 없이는 일정한 고위직에 대한 임명이 불가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국무위원 중 국회의 인준을 필요로 하는 직책은 오직 국무총리직 뿐이다. 그것은 우리의 국무총리직은 대통령책임제에 내각책임제가 약간 혼합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화의 물결이 한참 고조된 시기에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상 임명의 전제가 아닌 다른 국무위원직까지 비록 인준은 아닐지라도 국회의 청문회를 통해서 후보자의 적격성을 다시 한번 검증하고자 한 것이 그 원래의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 청문회가 그 원래의 취지나 목적과는 상당히 다른 용도(예, 정당간의 정쟁)로 악용되어 온 것을 여야 할 것 없이 다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법을 고쳐서 청문회가 요구되는 직책은 국회의 인준을 전제로 하거나 아니면 1948년 이래 노무현 대통령의 초기까지 시행했던 대로 헌법상 국회의 인준이 요구되는 직책을 제외하고는 청문회 없이 임명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현행 청문회는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선 청문회를 공개 부분과 비공개 부문으로 나누어서 시행토록 하고, 비공개 회의에서만 신상에 관한 제반 정보를 다루도록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처럼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시되는 시대에 인준이 요구되는 직책도 아니면서 온갖 개인정보를 거의 생중계로 알리는 것이 과연 시대정신에 맞느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간에 들리는 것처럼 적지 않은 수의 유능한 인재들이 국무위원직에 교섭을 받았으나 사양하는 이유가 바로 이 개인정보의 무절제된 공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제도를 더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은 대통령의 인선작업의 전문화와 치밀함이다. 예를 들면 미국 대통령 인사실은 후보자의 신상문제를 평가하기 위해서 문자 그대로 수백 가지의 질문(세금, 개인적 금전관계, 회비를 내거나 속한 기관과 단체, 지금까지의 공개된 글이나 말, 개인적 친구와 친척관계 등)을 먼저 설문지를 통해 당사자로 하여금 작성케 해서 이것을 정부의 관계 부처(연방수사국, 국세청, 금융기관 등)가 수개월 동안 서류와 개인적 면담을 통해서 그 정보를 확인하는데 이 부분이 사실상 임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관계 부처의 전문직에 의한 확인 작업이 거의 완벽에 가깝기 때문에 대통령은 그것을 믿고 지명에 들어가도 안심을 한다고 한다. 상원 역시 의원보다는 전문직 직원들의 회의 전 사전작업이 인준의 기초가 된다. 

그것과 비교해서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는 대통령실의 사전 준비와 조사가 처음부터 다르다. 무엇보다도 인사의 첫 관문인 신상조사의 기준과 원칙이 불확실하고 유동적이며 그것도 대통령마다 다르고 그것보다 더 어려운 점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부하직원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여서 담당 공무원만 탓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을 도출해 내서 이것을 입법화하는 것이 시급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면 국회는 후보자의 신상에 관한 부분은 비공개로 논의하고 공개회의에서는 후보자의 정책적 구상과 역량을 검증한다면 국회도 만족하고 대통령 역시 만족하는 검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연세대 정법대를 나왔으며 아메리칸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펨부록 캠퍼스 교수, 한양대 행정학 교수, 한양대 명예 및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자치의 이론과 실제》, 《행정학원론》, 《재무행정론》, 《지방자치론》, 《지방행정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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