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던 모든 흐름이 ‘초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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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내재되어 있던 모든 흐름이 ‘초가속’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1.01.03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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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초가속: 새로운 시대가 대한민국에 던지는 질문들 | 김대식·김동재·장덕진·주경철·함준호 지음 | 동아시아 | 308쪽

코로나19가 서서히 그 전모를 드러내기 시작한 2020년 봄, 전 세계 각 분야의 모든 학자들이 코로나19에 대해서, 감염병에 대해서 그리고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 사태가 결코 한 개인의 사고 범주 안에서 다룰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감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들 또한 거기에 포함된다. 뇌과학, 경제학, 사회학, 역사학, 경영학, 중국학 등 각자의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석학인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이내 팬데믹과 감염병이 가져올 변화, 시대의 흐름에 대하여 같이 배워나가기 위한 공부모임을 결성했다. 5개월에 걸쳐 실제로 만나 격론을 펼쳐오는 과정에서 저자들은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과 마주할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융합 학문은 어쩌면 코로나19 이후에야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다섯 번의 세미나를 통해 저자들이 발표한 내용과, 여기에 이어진 토론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 책에서 다섯 명의 저자는 각각의 시각으로 코로나19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진단한다. 가령 사회학자인 장덕진 교수(서울대학교 사회학과)는 한국에서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네트워크를 분석하면서 케빈 베이컨 게임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사회관계망 네트워크의 허와 실을 꿰뚫는다. 그가 발견한 사실은 코로나19의 감염 네트워크 또한 10%의 핵심만 차단하면 90%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멱함수 구조다.

한편 역사학자인 주경철 교수(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는 역사 해석의 과정에서 ‘감염병’이라는 요소를 추가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을 제시하며, 역사의 방향타를 틀어온 수많은 현장들 뒤에 감염병이 존재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이번 사태만이 아니더라도 인류의 역사는 언제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하에 놓여있었음을 역설하며, 이번 세미나를 통틀어 반복되고 또, 이 책의 핵심이 된 중요한 개념을 제시한다. 바로 ‘가속화’다. 지금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변화들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 역사의 흐름에 내재되어 있던 변화이며, 코로나19는 새로운 변화를 창출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폭발적으로 가속시키는 가속기(Accelerator)이자 촉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뒤를 이은 다른 분야의 발제자들 또한 각자의 분야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 이 가설에 부합된다는 것을 재확인하면서, 이들은 ‘초가속(Hyper-Acceleration)’이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장덕진 교수는 이 거대한 가속장치 앞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개별적인 변화를 두고 이렇게 촌평한다. “기업이나 학교는 화상으로 회의와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20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실행하지 않았을 뿐. 코로나19 덕분에 계절독감이 크게 줄었다고 하는데, 마스크 쓰고 손 씻기 잘 하면 독감에 거의 걸리지 않는다는 것도 수십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실행하지 않았을 뿐. 학제 간 연구나 융합연구를 강조해온 것도 20년은 족히 넘었는데, 융합하면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다. 실행하지 않았을 뿐. 코로나19는 우리가 오랫동안 실행하지 않았던 변화와 혁신을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또 어떻게 보면 커다란 수많은 이행(transition)이 현실이 되었다. ‘뉴노멀’의 일상 중에서 그 씨앗이 완전히 새롭게 심어진 것은 거의 없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위협은 그 사소하고도 거대한 전환을 삽시간에 가능하게 만들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믿어 왔던 것들이 사실상 그렇게 공고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동안 세계를 이끌어오고 있다고 믿었던 선진국들은 저마다의 한계 상황에 봉착하여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동안 제1세계라는 위명 아래 감춰져 있었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마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반해 일찌감치 사태를 전체주의적인 방식으로 대처하고 빠른 안정화에 성공한 중국은 이 위기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외교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조사한 국가간 상호인식평가에서 중국에 대한 선호도는 나날이 떨어지지만, 중국은 거기에 굴하지 않고 중국의 지위를 공고히 하려고 드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라고 하는 과거의 제국이 다시금 세계의 패자가 되고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저자들은 현재 상황을 두고, 기존에 제1세계 중심으로 성립되었던 세계질서, 급속히 진행되었던 세계화가 퇴행되고 각 지역 권역 중심의 블럭 구조로 탈세계화가 진행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각자도생의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어디에서 살길을 찾아야할까? 작금의 위기는 우리가 기존의 산업구조와 사회에 내재되어 있던 문제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전락경영 전문가 김동재 교수(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두고 “글로벌 강자가 없다”라고 단언한다. 전통적 제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산업구조는 다가오는 4차 산업 시대를 헤쳐 나가기에는 너무도 낡아빠졌고, ‘국뽕’에 걸기에 엔터테인먼트 문화산업은 너무나도 파이가 작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활로를 찾고, 어디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할까? 다양한 기업들의 자문을 맡으며 산업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김대식 교수(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와 거시경제학자 함준호 교수(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가 여기에 동참해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기업과 정부의 앞길을 모색한다. 이 책은 학자들의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전에서 단련된 실천하는 지식인들이 꾸리는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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