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결국 다층적 공명 경험이 풍부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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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이란 결국 다층적 공명 경험이 풍부한 삶이다!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1.01.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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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소외와 가속: 후기 근대 시간성 비판 | 하르트무트 로자 지음 | 김태희 옮김 | 앨피 | 156쪽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학풍을 계승 발전시킨 하르트무트 로자의 좋은 삶에 대한 비판이론 에세이다. 비판이론 전통에서 현대사회의 시간 구조를 연구하는 저자는 우리가 갈구하는 ‘좋은 삶’이 결국 시간(성)의 문제임을 천명한다. 그렇다면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비판이론, 특히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철학자 및 사회학자들은 이 물음을 “우리는 왜 좋은 삶을 살지 못하는가?”로 바꾸었다. 이 책은 이 전통적인 물음을 계승하고, 여기에 ‘시간’을 넣어 값을 구한다. 그 결과, 좋은 삶에 대한 비판적인 해답에 도달한다. 좋은 삶이란 결국 다층적 공명 경험이 풍부한 삶이다!

저자의 주장은 한마디로 우리 삶의 구조와 질을 검토하는 방식 중 한 가지는 ‘시간 양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시간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실로 삶의 모든 면에 대해 탁견을 얻을 수 있으며, 또한 시간 구조가 사회의 미시 차원과 거시 차원을 연결하기 때문이다. ‘시간 양식’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우리의 모든 행위와 지향이 시간 규범과 규제, 기한 등 근대 자본주의사회의 명령에 조율되고 순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윤리적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팽팽하고 엄정한 ‘시간 체제’야말로 근대사회를 규제하고 조율하고 지배한다. 근대적 주체는 윤리적 규칙과 제재에는 거의 제한을 받지 않으며 따라서 ‘자유로운’반면, 보이지 않고 탈정치화되었으며 토의되거나 이론화되거나 표현도 되지 않는 시간 체제로부터는 엄정한 규제와 지배와 억압을 받고 있다. 이 시간 체제는 단 하나의 단일하고 통일적인 개념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사회적 가속 논리라는 개념이다.

▲ 사진출처=Spiegel Kultur
▲ 사진출처=Spiegel Kultur

가속은 소외를 낳고, 소외는 호네트의 ‘인정 구조’와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구조’를 왜곡시킨다. 남에게 인정받지 않고 남과 소통하지 않는 삶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삶이다. 사회적 소외는 우리를 좋은 삶에서 멀어지게 한다. 소외를 열쇠로 사회적 가속 문제를 풀면 이데올로기와 허위욕구 개념도 재해석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 사회적 가속 이론에 따른 좋은 삶이란 소외되지 않은 삶이다. 그러면 소외되지 않은 삶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삶이며,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사회적 가속 이론을 간단히 요약하는 1부에서 저자는 근대의 시간 구조가 매우 특수하고 미리 규정된 방식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즉, 이러한 시간 구조는 근대성의 개념 및 본질과 떼어 놓을 수 없을 만큼 결합된 가속 과정의 규칙 및 논리의 지배를 받는다.

2부에서 저자는 우리 삶을 은밀하게 지배하는 시간 규범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비판이론의 초기 형태나 가장 지배적인 현대적 형태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좋은 삶을 누릴 역량을 저해하는 것이 (호네트의 견해처럼) 인정 구조의 왜곡이자 (하버마스의 견해처럼) 의사소통 구조의 왜곡임을 받아들인다면, 인정과 (정치적) 의사소통에서의 시간성을 검토함으로써 이러한 왜곡이 지닌 본성에 대해 귀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후기 근대의 인정 구조 및 의사소통 구조에 대한 모든 비판에서 사회적 가속이 ‘어떻게’ 그리고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저자의 더 큰 목표는 비판이론에서 호네트와 하버마스의 개념보다 훨씬 오래된 개념, 즉 마르크스와 초기 프랑크푸르트학파가 발전시켰으나 호네트와 하버마스는 포기한 어떤 개념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외 개념이다.

원서 & 저자 하르트무트 로자
원서 & 저자 하르트무트 로자

저자는 ‘전체주의’ 모양새를 지닌 현재의 사회적 가속이 경험적으로 관찰할 수 있고 심각하기 짝이 없는 사회적 소외를 낳는다고, 또한 후기 근대사회에서 ‘좋은 삶’이라는 근대적 관념을 실현하는 데 있어 주요 장애물이 바로 이런 사회적 소외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3부에서 ‘사회적 가속의 비판이론’이라는 관념을 요약하고, 여기에서 소외를 핵심 개념으로 활용하며 나아가 이데올로기와 허위 욕구 개념도 재해석하고 활성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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