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살고 치열하게 증식하는 ‘나노 세계의 미니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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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살고 치열하게 증식하는 ‘나노 세계의 미니멀리스트!’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1.01.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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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바이러스의 비밀: 코로나19부터 유전자 치료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신비한 바이러스 이야기 | 다케무라 마사하루 지음 | 위정훈 옮김 | 강석기 감수 | 파피에 | 232쪽

20세기에 인류는 세 번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었다(1918년 스페인 독감, 1957년 아시아 독감, 1968년 홍콩 독감). 21세기에도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계속된다. ‘이긴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이긴 것’이라는 명언처럼, 인류가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살아남아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우리 앞의 거대한 적인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야 한다. 바이러스는 과연 어떤 존재이며, 어떤 점이 그토록 무시무시한 것일까? 그리고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책은 바이러스학자가 바이러스에 관한 기본 상식에서 최신 정보까지를 간결하게 설명한 과학교양서다. 책은 시작부터 바이러스에 관한 엄연한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바이러스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공기 중에도, 물속에도 어디에나 바이러스가 존재하며, 심지어 숨을 쉴 때마다 우리는 바이러스를 섭취(?)하고 있다. 하지만 세상에 못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바이러스의 세계에서도 모든 바이러스가 못된 질병을 퍼뜨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해를 끼치지 않는 ‘착한’ 바이러스가 대부분이며, 코로나19처럼 병원성 바이러스는 소수라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세균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바이러스와 세균은 모양도 크기도 전혀 다른 존재다.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1장에서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미스터리한 존재인지를 알려준다. 전자현미경으로 겨우 보일 정도인 바이러스의 몸은 세포가 아니라 입자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하지도 못한다. 생물의 3대 조건(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대사를 한다, 스스로 자기복제한다)을 만족하지 못하므로 바이러스는 ‘생물’과 ‘물질(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규정된다. 전형적인 바이러스의 모양은 기하학적인 정이십면체이며, 머리와 꼬리만 있는 단순한 구조이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무색투명하다. 자료사진이나 영상에 나오는 알록달록한 바이러스 색깔은 시각적으로 잘 보이게끔 시료로 염색을 한 것이며, 원래 바이러스는 아무 색깔이 없다.

2장에서는 바이러스의 침투와 증식 과정을 알려준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어떻게 침투하고 증식하는지를 알려주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인 지금,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장이다. 우리는 바이러스가 쉽게 생물의 몸에 침투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수많은 바이러스 중에 생물의 몸에 침투하여 증식하는 것은 몇몇 ‘행운아’ 바이러스뿐이다. 말하자면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하는 과정은 우연성에 크게 좌우된다. 바이러스는 모기처럼 아무에게나 덤벼들지 않으며, 그러므로 대단히 운이 좋은 바이러스만 겨우 자손을 남긴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정치 없이 떠돌다가 우연히 마음에 드는(?) 세포를 만나고, 그 세포가 자신이 선호하는 타입이어야만(적절한 단백질을 갖고 있는) 침입한다. ‘특정 단백질을 가진 세포여야 한다’는 조건이 꼭 필요하다는, 알고 보면 까칠한 취향의 존재라는 것이다.

▲  Illustration of Mimivirus, one of the greatest known viruses. It is called mimicking microbe reflecting its large size and apparent Gram-staining properties./© Wikipedia
▲ Illustration of Mimivirus, one of the greatest known viruses. It is called mimicking microbe reflecting its large size and apparent Gram-staining properties./© Wikipedia

바이러스가 세포에 달라붙는 과정도 처절하다. 풍랑을 만난 조각배처럼, 세포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어느 한순간, ‘철컹’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자, 세포 안에 무사히 안착한 바이러스는 휴식을 만끽할까? 그렇지 않다. 곧장 ‘열일’ 모드에 돌입한다. 자신이 고생 끝에 점령한 세포를 공장 삼아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이러스 생산 공장’으로 전락한 세포는 8시간 노동이 아니라 24시간 풀가동한다. 세포는 기진맥진하며, 심한 경우 혹사당한 끝에 죽게 된다.

3장에서는 바이러스 발견과 백신 개발의 역사를 간단히 짚어보고 본 뒤 식품 살균제나 유전자 치료의 운반체 등 바이러스가 유용하게 쓰이는 사례를 보여준다. 말하자면 쓰임새에 따라 독도 되고 약도 된다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바이러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나 적대감을 줄여준다. 4장에서는 바이러스의 구조와 바이러스에 따른 다양한 감염 및 증식 유형을 보여준다. 이 장을 읽으면 급성 질환인 인플루엔자와 만성질환인 에이즈, 간헐적으로 재발하는 대상포진의 발생 패턴 등을 이해할 수 있다.

5장과 6장에서는 생물의 정의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바이러스가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라고 했는데 그것이 뒤집힐 만한 사건들이 몇 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1992년에 처음 보고되고 2003년에 명명된 거대 바이러스(덩치가 세균만 하여 광학 현미경으로도 볼 수 있는 바이러스)의 발견이다. 거대 바이러스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이것이 어쩌면 생물의 정의를 바꿀 만한 놀라운 존재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꽤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바이러스는 기존 세포 생물과는 별개로 진화한 생물의 자손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그것을 인정한다면 현재 3영역으로 나뉘는 생물 분류체계는 4영역으로 개정돼야 할 것이다.

6장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진핵세포의 핵은 세포에 침투한 거대 바이러스의 막에서 비롯됐고 인류(엄밀히는 포유류)의 진화는 바이러스 덕분이라는 과감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 근거 중에 하나가 포유류에게만 존재하는 ‘태반’의 존재다. 심지어 ‘바이러스의 실체는 개별 바이러스 입자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 즉 바이러스 공장이 아닌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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