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학(詩學)과 서학(書學)의 만남 … 唐代 書藝詩의 체계적인 분류·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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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詩學)과 서학(書學)의 만남 … 唐代 書藝詩의 체계적인 분류·분석
  • 우재호 영남대·중어중문학
  • 승인 2020.12.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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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 책을 말하다_ 『당나라 시인들이 서예를 노래하다: 中國 唐代 書藝詩』 (우재호 지음, 영남대학교출판부, 224쪽, 2020.11)

중국 당나라 때의 서예시를 선별하여 우리말로 역주하고, 이들 당대 서예시(唐代 書藝詩)의 특징을 분석해본 책이다. 본서는 모두 3장으로 이루어졌는데, 1장에서는 서예시가 왕성하게 지어지기 시작한 당대의 서예시 100여 수를 추출하여 중국 당대 서예시를 개관하고 서예시의 특징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해 보았고, 2장에서는 가장 전형적인 이백(李白), 두보(杜甫), 한유(韓愈), 유종원(柳宗元)을 비롯한 당대 시인 32명의 서예시 42수를 해석하고 주석을 붙였으며, 3장에서는 서예와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 문방사우(文房四友)인 지필묵연(紙筆墨硯)을 주제로 한 당시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탐색해보았다. 필자는 서예가의 서예 작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론도 중요하지만, 서예시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선행연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한국의 선행연구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는 논서시(論書詩)나 서론시(書論詩)라는 용어 대신, 한국에서는 서예(書藝)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본서에서는 서예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필자는 먼저 『전당시(全唐詩)』를 기본 텍스트로 하고 중국에서 나온 여러 선행연구들을 두루 참고하여, 서예시라 할 만한 당대의 시 총 100여제의 서예시를 추출하였다. 이들 시를 중심으로 서예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문자로서의 글자 자체에 대해 읊은 시, 서예 학습에 관한 시, 서예 작품을 품평한 시, 서예사(書藝史)나 서체(書體)를 읊은 시는 물론이고, 작가 자신이 글씨를 쓰면서 느끼는 감흥을 읊은 시, 기타 서예가와 서예 작품에 대한 일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시가 모두 포함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내용 중에서도 당대 서예시의 중요한 부분은 역시 서사(書史)를 다루거나, 운필과 점획의 기세를 포함하여 작품 자체를 품평하거나, 집필법 용필법 결구법 서체 비첩 등을 포괄적으로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왕희지(王羲之)나 채옹(蔡邕)과 같이 시제(詩題)에 서예가의 이름을 포함한 경우도 있고, 서예 작품이 주제가 될 때라도 글씨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서예가의 생활환경이나 인품 및 일화를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왕희지나 장지(張芝) 등과 같은 당 이전의 서예가도 등장하지만, 장욱(張旭), 회소(懷素), 하지장(賀知章) 등 총 20여 명의 당대 서예가가 등장한다. 이들 가운데 가장 많이 출현하는 이는 회소로, 그의 초서(草書)를 읊은 시는 모두 16수나 되었다. 이는 당대 서예사에서 회소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초서를 다룬 시가 40여 수 가까이 되어 전체 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 또한 당대 서예시의 특징 중 하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당대 서예시에 나타난 표현상의 특징 중 하나는 직유와 은유 등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예시에서만 사용될 법한 독특한 비유적 수사 기교가 특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서술적 접사 ‘如’ 또는 ‘似’를 사용한 직유는 거의 모든 시 속에서 보이고 있다. 이는 아마도 글씨의 모양이나 필세를 효과적으로 형용하는 가장 쉬운 표현 방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서예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은유적 표현으로는 필획을 용이나 뱀에 비유하는 것이다. 특히 초서의 생동하는 필획을 형용할 때, 가장 일반적인 비유 대상으로 용이 나타난다. 이는 가늘고 긴 글씨의 획이 마치 용과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인데, 용이 신비함을 지닌 상상의 동물이기에 필획의 뛰어남과 신묘함을 비유하기에 용이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대체로 필획의 생동함이나 신속함, 글씨의 웅장함이나 강건함, 서예가의 웅건함이나 작품 전체의 기세를 용, 뱀, 번개, 소나무, 솔가지에 비유하거나, 기운생동하는 점획을 바람에 날리는 꽃이나 눈, 험준한 바위나 암석의 형상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서예시에서 여러 가지 비유와 심상을 많이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추상적인 성격의 필획과 점획, 운필과 필세, 작품의 품격 등을 구체적 사물로 표현하고자 하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울러 형식상에 있어서 당대 서예시는 오언시나 근체시 보다 칠언시나 잡언체의 고시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절구 17수는 모두 칠언이었는데, 이는 명청대(明淸代)에 유행한 「논서절구(論書絶句)」의 남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원대(元代) 이후 유행했던 시로서 시를 논한 「논시절구(論詩絶句)」와 서로 대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시학(詩學)과 서학(書學)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서예시를 분석하는 것은 시가사(詩歌史)나 서예사(書藝史)의 이해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궁극적으로 어떤 한 서예가의 서예 작품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종합적인 서론(書論)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서예시를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인데, 이 책에서는 중국 역대의 서예시 중에서, 서예시가 왕성하게 지어지기 시작한 당대의 서예시를 추출 정리하여 그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중국 당대의 서예시를 체계적으로 탐구하여 출간한 저작물이 한국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학술적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필자의 본래 의도는 중국 역대 서예시를 역주하여 이를 『중국 역대 서예시(中國 歷代 書藝詩)』라는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려고 하였으나, 중국 역대의 모든 서예시를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기에는 분량이 너무 방대하였다. 그리하여 가능하면 해당 시와 관련 있는 유명 서예가의 진적 서예 도판도 첨부하고, 중국 각 조대의 서예시에 관한 개론적인 내용을 전후로 덧붙여, 역대 각 조대별로 분권을 하였다. 또 본서의 제목을 우리말로 풀어쓰는 것이 더 좋을 듯하여 『당나라 시인들이 서예를 노래하다』로 정하고, 부제를 『중국 당대 서예시(中國 唐代 書藝詩)』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본서는 중국의 역대 서예시를 소개하는 전체 작업의 일차 작업인 셈이며, 앞으로 송시(宋詩), 원시(元詩), 명시(明詩), 청시(淸詩)와 서예라는 시리즈물을 지속적으로 작업하여 간행하고자 한다.


우재호 영남대·중어중문학

영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민족문화추진회 국역연수원을 졸업했고, 중국 남개대학 교환교수, 화중사범대학 방문학자와 국립대만대학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영남대학교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 『퇴계전서 12』(공역), 『원굉도(袁宏道) 시가연구』, 『당대문인열전』(공역), 『중국불교문화』, 『위진남북조 문인열전』(공역), 『상군서(商君書)』, 『맹자』, 『고문진보(전·후집)』(공역), 『중국의 시와 그림 그리고 정치』(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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