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지점 축소로 채용 규모 급감, 고난도 필기시험 당락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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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채용…지점 축소로 채용 규모 급감, 고난도 필기시험 당락 좌우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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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특집] (재)교육의봄, 창립기념 4차 포럼 〈금융권의 채용 실태를 살핀다〉

- 핀테크(FinTech) 뜨면서, 지점 줄고 채용 규모 34% 급감…IT인력은 늘어나는 추세
- SKY 출신들이 더 뽑히는 “금융권 블라인드 채용의 역설?”…실제는 그렇지 않아
- 2010년 전후로, ‘수시·경력직 채용’과 ‘분야별 채용’으로 비스포크(맞춤형)채용 확산

(재)교육의봄은 대한민국 기업 채용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창립기념 6회 연속포럼을 기획하고, 지난 12월 2일 광화문 1번가 소통공간에서 ‘금융권의 채용 실태를 살핀다’라는 주제로 제4회 포럼을 진행했다.

2차 포럼에서는 대한민국 대기업의 채용 실태를, 그리고 지난 3차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IT 기업의 선도적인 채용 현실을 살펴보았고, 이번 4차 포럼에서는 금융권 기업의 채용 실상을 다뤘다.

제1 발제자로는 오랜 기간 금융권 헤드헌터로 활동해 온 KOTTN Partners의 김현빈 대표가 금융권 채용의 전반적인 변화의 추세에 대해서 발표했다. 제2 발제자로는 KDB산업은행의 박창동 전문위원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금융권의 인재상과 채용의 변화에 대해서, 취업 컨설팅 회사 혼잡의 석의현 대표가 금융권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관점에서 현재의 금융권 채용의 실태에 관해, 신한은행 최지웅 팀장이 신한은행의 구체적인 채용 방식과 절차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그리고 윤코치연구소의 윤영돈 소장이 토론자로서 앞선 발제자들의 발표 내용에 대해 의견 제시 및 질의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상대적으로 변화에 둔감한 것으로 여겨졌던 금융권조차도 급변하는 산업환경 속에서 상당한 변화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 핀테크(FinTech) 뜨면서, 은행 지점은 줄고 인력 채용 규모도 34% 급감. 하지만 IT 인력은 늘어나는 추세

4차 산업혁명은 금융산업과 기업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금융기관이 아닌 IT 회사다”라고 선언한 골드만삭스 블랭 스톤 회장의 말은 그 변화상을 잘 대변해주는 듯하다. 김현빈 대표에 따르면, 특히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와 산업의 변화를 의미하는 핀테크(FinTech)의 등장은 금융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고, 여러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많은 기업이 시장에서 생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산업의 변화는 곧 기업 채용에서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채용 규모가 대거 축소되고 있다. 국내 주요 5개 은행의 채용은 무려 34%나 감소했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의 경우 2019년 497명을 뽑았지만, 2020년의 경우 상·하반기를 합쳐 307명으로 급감했다. 우리은행도 2019년 778명을 채용했으나, 2020년에는 상·하반기 197명만을 채용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비대면 은행 업무가 늘어난 점도 있지만, 모바일뱅킹 시대가 되면서 은행들이 점점 지점을 줄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채용 규모는 줄고 있지만, IT 및 디지털 인력은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서도 변화가 있다. 현재 금융기업들은 4차 산업에 걸맞은 ‘융합형 인재,’ ‘창조적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채용의 방식과 형태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는데, 정기 공채방식에서 수시채용으로, 신입 채용에서 경력직 채용으로 그리고 분야별 전문인력 채용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 공정성 강화에 대한 요구로 금융권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도입했지만, 그 실태는 아직 불분명하여 추가 실태 파악 필요

금융권 채용의 변화를 가져온 또 다른 요인은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는 금융권에서 터져 나온 채용 비리 문제가 있었다. 이에 금융권은 현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채용을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2018년 6월 은행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했고, 올해 2월에는 6대 금융협회장들이 범 금융권 공정채용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공정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현재 많은 금융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하고 있다. 현재 금융공기업들을 비롯하여 민간기업으로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 등 국내 주요은행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더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기업들은 크게 서류단계에서 출신학교 등의 불필요한 정보의 기재를 원천 봉쇄하는 경우가 있고, 그러한 정보를 기입은 하지만 평가에는 반영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서류단계에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스펙적인 요소들로 지원자를 걸러내고 면접단계에만 지원자의 정보를 블라인드하는 면접의 형태를 취하는 기업도 있다. 금융 공기업의 경우,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서류단계에서 출신학교 등의 편견적인 요소들을 기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민간 금융기업이 실시하는 블라인드 채용의 구체적인 실태에 대해서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해보인다.

이날 일부 발표자들에 의하면, 금융권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탐탁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3차 포럼에서 살펴본 IT 기업들과는 분명한 온도 차가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IT 기업의 경우, 우수한 인재를 찾고자 하는 내부적 필요에 의해서 블라인드채용이라는 도구를 활용하고 있지만, 금융기업은 외부적인 요구에 의해 블라인드채용을 전면 도입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 금융권 채용에서 고난도의 필기시험이 채용 당락을 좌우, 필기시험에서 88.6% 탈락하기도 해

블라인드 채용 실시와 더불어, 금융권 채용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필기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마도 채용에서 변별력을 높이는 하나의 방편으로 기업이 시험을 더 어렵게 출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창동 전문위원에 따르면, 특히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한국은행, 산업은행, 금융감독원과 같은 금융공기업의 경우는 ‘금융 고시’라고 불릴 만큼, 그 난이도가 높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난이도의 필기시험이 사실상 지원자들의 당락에 가장 큰 결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석의현 대표가 제공한 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필기시험에서 응시자의 약 88.6%가 탈락을 하여, 서류전형(35.5%), 실기시험(71.5%), 임원면접(21.1%)에 비해 가장 큰 탈락률을 보였다.

필기시험 문제와 관련하여, 고난이도의 필기시험이 과연 직무능력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박창동 전문위원은 금융권 시험이 단순 지식을 묻는 문제들은 아니며, 직무와 관련된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확인하는 차원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 결과나 학벌과 직무성과는 별개일 수 있다고 하여, 앞으로 금융권을 포함한 기업의 다양한 필기시험이 업무 고성과를 예측하는 데 어느 정도의 타당성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석의현 대표는 필기시험의 난이도뿐 아니라, 학생들의 입장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학생들은 NCS 기반의 직업기초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의사소통, 수리, 문제해결 등 10가지의 문제 영역을 준비해야 하고, 직무수행능력 평가를 위해 금융, 시사·경제, 경제학, 경영학 등을 준비해야 하며, 인·적성 시험, 논술시험, 전공시험 등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자격증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 블라인드채용을 했더니 SKY 출신들이 더 뽑히는 소위 “금융권 블라인드 채용의 역설?” 서울 지역 일부의 금융공기업에 해당할 뿐, 실제는 그렇지 않아

이번 정부 들어, 공공기관 및 공기업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후,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물이 있었다. 하지만, 금융권의 경우,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 후 오히려 SKY학생들이 더 많이 입사했다는 몇몇 언론 기사가 보도되었다. 이러한 소위 ‘블라인드 채용의 역설’은 시험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생겨나는 현상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발표자들은 그러한 ‘블라인드 채용의 역설’ 현상은 지원자가 대거 몰리는 한국은행을 비롯한 극히 일부의 금융공기업에만 해당하며, 전반적으로 출신학교 다양성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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