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서 다양성을 유지하고 연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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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서 다양성을 유지하고 연결되어야 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0.12.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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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다양성을 엮다: 파국 앞에 선 인간을 위한 생태계 가이드 | 강호정 지음 | 이음 | 260쪽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을 기후변화라고 지적하는 학자들이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우리나라, 내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고 믿었던 ‘환경 위기’가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유례없는 위기의 시대,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환경 담론이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환경 위기는 한 종이나 어떤 현상에 국한된 게 아니라 지구 전체의 순환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것을 설명하고 연구하는 학문이 생태학, 그중에서도 생태계를 주로 연구 대상으로 삼는 ‘생태계생태학’이다. 이 책은 생태계를 연구하는 생태학자 강호정이 미래에 공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생태계 이야기를 들려주는 ‘생태계 가이드’이다.

흔히 생태학은 개발에 반대하는 단순한 논리로, 생태계는 조화롭고 균형 잡힌 이상향 정도로 막연하게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실제 생태학과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태계 연구는 훨씬 더 체계적이고 복잡하다. 오늘날 생태학과 생태계는 알면 좋을 ‘교양’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에도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생존의 지식’이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이해할 때, 비로소 이 환경 위기 시대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도 보다 선명해진다.

생물다양성이 지켜져야 할 가치라는 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현실에서 다양성은 과소평가될 때가 많다. 수많은 생물종 중 한 종쯤은 없어도 큰 차이가 없을 거라 여겨지는가 하면, 오히려 다양성이 안정성을 해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생태학자들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증명해낸다. 실제로 생물다양성이 높은 환경에서 식물 전체의 생산성과 안정성이 모두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구에 사는 생물 종은 너무나 다양해서 아직도 우리는 그 수를 정확하게 모를 정도다. 지구가 그들 모두가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유지된다.

생태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부터 인간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져 있는 연결의 장이다. 작디작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가져온 변화는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만큼 크고, 연평균 온도가 1도 올라가고 말고가 소나무 숲 전체의 사멸을 좌지우지한다. 최근에는 인간의 영향력이 커지며 생태계의 구성 요소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전까지 주로 연구되던 생태계가 인간을 배제한 자연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으로 가득한 도시 생태계가 생태학자들의 새로운 연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류의 먹거리 변화가 전 지구의 탄소 순환 양상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관계없어 보이는 요소들을 연결 짓지 못한다면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가올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탠슬리가 처음 고안한 생태계 개념은 모호하고 신비주의적인 자연 연구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생태계는 오히려 유기적이고 조화로운 환경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주 사용된다. 이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생태계도 단일한 개념이 아니다. 생태계는 신비로운 ‘대자연’도, 무언가를 투입하면 예상 가능한 결과 값이 나오는 ‘기계’도 아니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생태계 개념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생태계생태학자의 관점으로 읽어낼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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