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매스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흐름을 뒤바꾼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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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매스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흐름을 뒤바꾼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고전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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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퍼스널 인플루언스: 매스 커뮤니케이션 흐름에서 인간의 역할 | 엘리후 카츠·폴 F. 라자스펠드 지음 | 백영민·김현석 옮김 | 한나래 | 476쪽

소셜 네트워크 시대인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정보를 수용하고, 받아들인 정보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인관계에서 오는 영향력(personal influence)’이다. 현대적 매스 미디어가 발명된 이래 미디어 환경과 미디어 이용습관 등은 끊임없는 변화를 겪어왔지만, 대인관계 영향력은 행사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미디어와 인간 사이에서 작동하며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의 삶을 좌우하고 있다.

이 책은 엘리후 카츠(Elihu Katz)와 폴 F. 라자스펠드(Paul F. Lazarsfeld)가 1955년 출간한 《Personal Influence: The Part Played by People in the Flow of Mass Communications》의 완역본으로 대인관계 영향력에 대한 연구를 담은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고전이다. 여기 쓰인 데이터는 1945년 6월부터 8월까지 수집되었고, 1954년에 저술되기 시작하여 1955년 출간되었다. 저자들은 근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태동과 함께 등장한 ‘대효과 이론(powerful effect theory)’을 비판하며 여러 경험적 연구를 기반으로 ‘의견지도자’를 핵심 개념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2단계 흐름’ 이론을 제시했다. 그들의 연구를 담은 이 책은 ‘제한효과 이론(limited effect theory)’을 주류로 정착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미디어 영향력에 대한 막연한 신비주의를 타파하고 현실세계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에서 미디어의 역할을 경험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언론학사적으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 Paul F. Lazarsfeld & Elihu Katz
▲ Paul F. Lazarsfeld & Elihu Katz

이 책은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영역을 대폭 확장시킨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초창기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제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기획한 미디어의 효과에 집중되어 있었다. 저자들은 세계대전 시기의 선전 포스터, 라디오, 심리전단 등, 미디어의 도구적 가치에만 집중했던 기존의 연구 관점에서 벗어나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 일차집단, 지역공동체 내부의 대인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했고, 이로써 미디어와 대인관계 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사상, 태도, 행동, 제품, 유행, 뉴스 등의 사회적 전파를 탐구하는 확산 연구의 성립과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이를 시작으로 인간과 미디어의 관계는 새로이 조명되었으며, 사회과학으로서 언론학의 지평은 보다 넓고 깊어졌다.

이 책은 사회과학 교육의 관점에서도 큰 의의를 지닌다. 1950년대와 비교하면 현대의 데이터는 훨씬 더 다양하고 방대하다. 이처럼 데이터가 풍부한 시대에도 사회과학은 여전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먼저 이론을 구축하기보다 논리적 추론을 통해 구축한 이론을 데이터로 테스트하는 것에 훨씬 더 익숙하다. 그러나 데이터의 폭발적 증가는 이미 사회과학 연구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회과학 교육 방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연구자들에게는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 즉 데이터를 생성하고 분석하며 해석하는 능력과 이를 바탕으로 타당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1955년에 사용한 연구기법들은 현대의 사회과학 및 데이터과학 연구기법들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에서는 대인관계 영향력을 측정하기 위해 전통적인 확률표집 기법과 함께 네트워크 표집, 초창기 사회연결망분석, 잠재집단분석 등 지금도 소셜미디어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는 기법들을 사용한다.

이 책은 또한 학제 간 융합 연구의 측면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분야를 막론하고 학제 간 융합이 매우 중요해진 오늘날에도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을 갖는 연구자들이 생산적으로 협업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룬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현상을 데이터로 파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닌 라자스펠드와 데이터 분석결과에 숨을 불어넣어 생명력을 부여한 카츠가 만나 만들어낸 놀라운 이론적 성과는 오늘날의 연구자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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