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에 대한 2,000년 지식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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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에 대한 2,000년 지식의 여정!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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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코페르니쿠스의 거인, 뉴턴의 거인: 프톨레마이오스, 알 투시,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뉴턴의 저작속으로 | 남호영 지음 | 솔빛길 | 300쪽

과학혁명은 역사에서 두 가지를 지웠다. 하나는 과학혁명이 오로지 유럽만의 산물이 아니라 그 이전, 특히 이슬람의 학문에 크게 빚지고 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신플라톤주의, 헤르메스주의 등 르네상스 시기에 크게 유행한 신비주의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천체에 대한 인류의 2,000년 지식의 여정을 충실히 고증하며 이 두 가지를 복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아주 먼 고대에서부터 17세기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지구와 천체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를, 이전 세대의 학자들의 어깨 위에서 어떻게 앞으로 나아갔는지를 면밀하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피타고라스, 헤라클리데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폴로니우스, 히파르코스, 프톨레마이오스, 알 하이삼, 타비트 이븐 쿠라, 이븐 시나, 알 바타니, 이븐 루시드, 알 비트루지, 알 투시, 알 우르디, 알리 쿠시지, 알 샤티르,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케플러 그리고 뉴턴. 이런 이름들이 후대에게 그들의 어깨를 내어주었다. 어깨를 내어준 거인 중 많은 이들이 이슬람 학자들이다. 이 책은 이 거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구와 천체를 이해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떻게 수학이 사용되었고 발달했는지 구체적인 그림과 과거 문헌을 통해서 증명하고 있다.

인간은 세계를 어떻게 마름질하는가? 어떻게 세계에 대한 지식을 얻는가? 세계를 인식하는 틀을 어떻게 만들어내는가? 이 책을 통해 우리 앞 세대 거인들이 서양인들뿐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합리적인 이성에 근거해서만 지식을 얻은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 인류가 지식을 얻는 파란만장한 과정을 실감 나게 경험할 수 있다.

전체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는 고대인이 자연의 주기를 정확하게 관측하기 위해 만든 기준과 플라톤 및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선험적으로 제시된 우주관을 소개하였다. 2장에서는 고대에 천체 관측을 통해 천체 운행 모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소개하였다. 히파르코스가 만든 태양의 이심원 모델,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에 실린 화성의 주전원 모델 등을 상세히 다루었다.

3장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소개된 적이 없는 이슬람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이다. 11세기에 프톨레마이오스의 오류를 넘어서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여기에는 프톨레마이오스가 우주의 중심에서 옆으로 옮긴 지구의 자리(이심)를 다시 우주의 중심으로 옮기려는 연구도 포함된다. 마라가 학파인 알 투시와 알 우르디가 만들어낸 수학 이론은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중심설을 주창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었을 문제를 미리 해결한 것이다. 실제로 알 투시와 알 우르디의 이론을 모두 사용한 알 샤티르의 천체 모델은 태양과 지구의 위치를 제외하면 코페르니쿠스의 것과 기하학적으로 동치라는 평가를 받는다.

4장에서는 코페르니쿠스와 이전 시대의 연구 결과와의 연관성을 다루었다. 이슬람 문헌들이 코페르니쿠스, 코페르니쿠스의 스승들에게 전달되었을 가능성을 소개하고,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에 실린 몇 가지 내용을 이와 관련된 고대 학자, 이슬람 학자들의 연구와 비교 설명하였다. 5장, 6장은 태양중심설이 받아들여진 이후의 일이다. 케플러의 법칙으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의 오류가 바로 잡히고 뉴턴이 이를 증명하는 과정에서 근대의 합리성이 아니라 신플라톤주의 등 신비주의 사상이 큰 역할을 하였음을 소개하였다.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태양은 물론 모든 천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믿어 왔다. 그렇지 않다고 주창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 목소리는 묻혔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그렇게 많은 사람이 거대한 우주가 하루에 한 바퀴씩 지구를 돈다고 믿을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은 지금보다 지식이 뒤떨어진 시대의 일이었다는 말로, 이후 지식은 계속 발전해왔다는 말로 쉽게 덮일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밤마다 하늘에 나타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별을 보면서 인류는 그 별들의 움직임을 해석하고 싶었을 것이다. 왜 낮에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가는지, 밤이 되면 달은 왜 뜨는지, 북극성은 늘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는데, 다른 별들은 움직이고, 계절마다 밤하늘의 별자리들이 달라지는 현상을 보면서 우리가 머무르고 있는 땅과 저 하늘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싹 텄을 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초자연의 세계, 신의 영역에 맡겨뒀겠지만, 우리가 이름을 아는 또 모르는 많은 이들이 별을 관측하고, 그 관측 결과를 해석한 천체이론을 전개했다. 이 책은 오랫동안 어떻게 별을 관측하고 지구와 태양, 그리고 천체를 해석해 왔는지를 꿰뚫어 보여준다. 이것을 소재로 어떻게 지식이 구축되는지, 후대 학자들이 어떻게 선대 학자들의 지식을 밟고 일어서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시대마다 당시 세계를 마름질하는 인식의 한계에 부딪혀 타협하는 학자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이론의 싹을 틔운 학자들의 고군분투도 실감 나게 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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