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조선의 선각자들은 왜 미국으로 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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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조선의 선각자들은 왜 미국으로 향했나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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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아메리카로 떠난 조선의 지식인들: 북미조선학생총회와 《우라키》 | 김욱동 지음 | 이숲 | 248쪽

이 책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미국 유학생의 활동과 출간물에 관한 연구서로서 1921년 미국에 유학 중이던 조선인 학생들이 결성한 ‘북미조선학생총회(北美朝鮮學生總會, Korean Student Federation of North America)’의 설립 과정과 역할과 임무, 그들이 발행한 기관지 《우라키(The Rocky)》를 심도 있게 살핀다. 특히 이 잡지에 실린 글을 분석하여 당시 젊은 지식인들의 지적 관심사, 호기심, 내면 풍경 등을 밝힌다.

조선이 단말마를 지르던 19세기 말엽 일부 젊은 선각자들은 서양 문물을 배우고자 현해탄과 태평양을 건너갔다. 처음에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동질적인 일본에서 유학했지만, 기미년 독립운동 이후부터는 미국으로 떠나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일본을 통해 서구 문물을 간접 수입하기보다는 서구에서 직접 수입하려는 움직임이 젊은이들 사이에 퍼졌기 때문이다. 유길준(兪吉濬), 이계필(李啓弼), 변수(邊燧), 서재필(徐載弼), 윤치호(尹致昊), 이승만(李承晩) 등은 19세기 말 이런저런 이유와 사연으로 미국에 건너가 그곳 대학에서 공부한 조선인 최초의 유학생이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와 조선인 미국 유학생들의 수가 점차 늘어나자 유학생들은 1921년 4월 미국 11개 지역 학생 대표들이 뉴욕에서 모임을 열고 마침내 ‘북미조선학생총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에서는 북미조선학생총회의 설립 배경, 구성 인원, 임무, 역할 등을 상세히 다룬다. 이 총회는 곧 《우라키》라는 한글 잡지를 출간하였다. 편집은 미국에서 하고 발행은 식민지 조선에서 하여 독자층을 태평양 양쪽에 두었다.

이 잡지의 편집자들은 제호를 ‘우라키’로 삼은 데 대하여 ① 우라키(로키산)는 북미대륙의 척골이라고 할 수 있는 산맥이므로 조선학생총회의 기상을 가장 잘 표상할 수 있고, ② 우라키는 암석이 많은 산이니 북미에서 유학하는 조선 학생들의 험악한 노정을 잘 묘사하며, ③ 유학생들은 우라키산과 같은 순결, 장엄, 인내 등의 기상을 흠모한다고 천명하였다. 이 책에서는 《우라키》 발간 과정, 구성, 내용에 실린 유학생들의 글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인문학 분야 논문에서는 ① 교육, ② 철학, ③ 진화론과 종교, ④ 젠더를 둘러싼 문제 등을 폭넓게 다룬다. 사화과학 논문에서는 ① 사회주의 담론, ② 민족주의 담론, ③ 경제 대공황, ④ 인종차별 문제 등을 다룬다. 그런가 하면 자연과학 분야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에서 그동안 이루어졌거나 현재 진행 중인 주요 과학과 기술을 소개한다.

저자는 20세기 초엽 미국에서 유학한 조선인들을 ‘지적 거인’으로 평가한다. ‘궁핍한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그들은 강인한 정신 상태, 드높은 학문적 의욕, 뛰어난 지적 호기심과 수준 등을 보였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만주에서 칼과 총으로 일제에 맞서 싸웠다면, 미국 유학생들은 펜과 붓으로 해방 후 조국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학문을 갈고닦았다.

이 책은 그간 잘 밝혀지지 않았던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1) 1930년대 시카고를 중심으로 조선인 유학생들이 ‘재미조선인사회과학연구회’를 조직했다. 사회주의를 연구하는 이 모임의 구성원 중에는 뒷날 수필가로 활약하는 한흑구(한세광), 경찰 관료와 서울 시장을 역임한 김태선 등이 있다.

(2) 재미조선인사회과학연구회 회원인 김호철은 미국 현대사에서 치욕적 사건으로 기록되는 스코츠버러(Scottsboro) 사건에 연루돼 미국에서 추방당했다.

(3) 김활란의 보스턴대학 박사학위, ‘조선의 노라’로 부르던 박인덕, 「학교 종」이라는 동요를 작사·작곡한 김메리, 손정도 목사의 딸 손진실 등 신여성과 관련한 문제를 새롭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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