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가 희망이고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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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가 희망이고 답이다
  • 장승혁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법학
  • 승인 2020.12.0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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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다

■ 저자가 말하다_ 『사회보험과 사회연대』 (장승혁  지음, 경인문화사, 143쪽, 2020.10)

코로나19의 시대에 ‘연대’가 화두이다. 아이엠에프(IMF)는 2020년 4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고소득자나 대기업을 상대로 소득, 자산 등에 대한 누진세 강화를 제안하였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020년 6월 19일 노사정 대표자회의에서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위해 내놓는 사회연대 방안을 제안하였다. 그리고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의 추진도 사회연대를 통하여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한 시도이다. 지금 ‘연대’가 화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위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공통의 위기는 연대와 결속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우리가 대면하기조차 어렵게 한다. 지금 맞이하는 상황은 전례가 없고 독특하다. 우리는 코로나19가 가하는 억압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장승혁 교수(한양대 법학법전문대학원)가 지은 『사회보험과 사회연대』(서울대학교 법학연구총서 88, 경인문화사, 2020)는 ‘연대’라는 주제를 사회법적 차원에서 다룬 최초의 법학서이다. 법관 출신인 저자가 법정에서 흔히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인 ‘사회연대’로 2017년 작성한 ‘사회보험법과 사회연대의 원리’라는 박사 논문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다듬고 보완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과거로 돌아가 어디에서 ‘연대’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는지 살펴본다. 연대(solidarity)란 본래 로마법에서 공동책임을 의미하는 법적인 개념이었다. 연대는 무엇에 대한 공동책임인가? 일찍이 프랑스의 1793년 혁명헌법의 입안자들은 개인의 생존에 대한 위협이 사회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을 내다보았다. 사회구성원에 대한 억압은 사회 전체에 대한 억압이고, 사회 전체에 대한 억압이 있을 때 사회구성원 각각에 대한 억압이 존재한다(프랑스의 1793년 혁명헌법 제34조). 사회구성원의 생존을 위한 연대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연대의 본질과 기능을 밝히기 위하여 사회보험에 주목한다. 사회보험이란 노령, 질병, 산업재해, 실업과 같은 사회적 위험에 맞서 생활을 집단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연대가 사회보험의 적용, 가입, 수급, 기여라는 각 국면에서 어떻게 독특한 조정을 하는지를 분석한다. 연대는 사회보험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도록 하며, 모든 사회구성원이 당연히 사회보험에 가입하여 집단에 의한 생활보장을 받도록 한다. 또한 연대는 사회보험에서 모든 보험가입자가 생활상 필요를 충족할 만큼 급여를 받도록 하고, 사회보험에서 모든 보험가입자가 능력에 걸맞게 의무를 부담하도록 한다.
저자는 현재로 돌아와 한국의 사회보험인 국민건강보험, 국민연금,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국민연금으로는 안심하고 설계하기 어려운 노후생활, 특수고용직 근로 종사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연대에 충실하지 못한 우리의 자화상이다. 저자는 여러 통계와 자료로 비정규직 근로자와 저소득층이 사회보험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내고 연대라는 관점에서 그 현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차분히 제시한다.     
저자는 사회법에서 연대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연대에 근거한 법적 도구를 창출해 내길 희망한다. 연대에 법적인 구속력을 불어넣지 않는다면 연대란 단순히 정치공학적인 수사(修辭) 또는 헛된 희망만 불어넣는 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을 가는 것은 쉽지 않다. 연대를 공동책임으로 이해한다면 연대에 근거하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연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연대에 기초하여 공존할 수 있는 권리인 ‘연대공존권’을 주장한다. 그 권리가 얼마나 구체성을 가질 것인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모두가 불안한 시대이다.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와 저소득층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자리를 잃고 폐업을 한다. 텅 빈 식당과 하나둘씩 늘어나는 빈 점포만큼 우리의 마음도 휑하니 비워져 간다. 코로나19는 시민들 모두를 억압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 사이의 관계를 단절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연대로 이어져 있는 한 그들은 거리를 두고 있어도 소외되고 단절된 개인이 아니다. 사회연대를 통하여 우리가 사회와 그 속의 다른 구성원에 대하여 부담하는 공동책임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사회연대가 희망이고 답이다.


장승혁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법학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행정법원판사를 비롯한 각급 법원의 판사로 일했고, 사회연대원리의 기원과 발전(2014년), 업무방해죄의 성립 제한요건으로서 ‘전격성’의 실효성에 관한 고찰(2015년), 사회보장소송의 특수성과 사회보장법원의 필요성(2019년) 이외에 여러 논문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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