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 상황…학교 졸업시점, 출신학교, BBIG 추세에 따른 문/이과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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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채용 상황…학교 졸업시점, 출신학교, BBIG 추세에 따른 문/이과 양극화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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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특집] (재)교육의봄_ 창립기념 2차 포럼 〈대기업의 채용 실태를 살핀다〉

- 스펙은 여전히 중요…졸업시점, 학점, 전공, 출신학교
- 서류단계에서는 ‘최종학교 졸업 시점’, 면접단계에서는 ‘도덕성/인성’ 가장 중요
- BBIG 추세에 따른 문·이과 양극화…취업난 극심한 인문계, 스펙 쌓기 경쟁 치열
- 기업 채용정보 자세한 공고, 면접 프로세스 개선 필요

우리나라 500대 기업의 채용에서 스펙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임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졸업시점, 학점, 전공, 출신학교의 4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교육의봄은 대한민국 기업 채용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창립 기념 6회 연속포럼을 기획하고, 지난 11월 18일 낙원상가 청어람홀에서 ‘대기업의 채용 실태를 살핀다’라는 주제로 제2회 포럼을 진행했다. 지난 1회 포럼(11/11)에서 대한민국 채용의 전반적인 현황을 개괄했다면, 2회 포럼부터는 유형 및 크기 별로 기업 채용의 실태를 점검해 나간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이번 2회 포럼은 국내 대기업의 초점을 맞춰, 현재 대기업 채용의 실태를 파악하는 자리였다.

이번 포럼을 통해 대기업 취업을 위한 서류단계에서는 ‘최종학교 졸업 시점’이, 면접단계에서는 ‘도덕성/인성’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리고 대기업 채용시장에서, 이공계와 인문계열의 취업 현실은 매우 다르며, 특히 취업난이 극심한 인문계열은 스펙 쌓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음도 확인되었다. 또한 산업 변화에 따라 AI채용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로 대변되는 4차 산업 시대에는 이공계와 인문계열의 채용 규모 격차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제1 발제자로 채창균 박사(한국직업능력개발원)가 한국 대기업이 채용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지원자를 선발하는데 어떠한 요소를 중요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발제하였고, 제2 발제자로 대기업에서 실제 채용업무의 경험이 있는 정민홍(화승 R&A) 팀장, 조민혁(전 포스코 채용팀) 강사, 마민형(전 롯데제과) 멘토가 각각 기업의 사례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채용의 상황을 발제했다. 그리고 이병철(시너지 컨설팅) 대표가 토론자로서 발제자들의 내용에 대해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포럼은 특히 학계, 기업 채용 담당, 취업 상담, 채용 컨설팅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대기업의 실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자리였다.

▲ 우리나라 500대 기업의 채용에서 스펙은 여전히 중요한 부분임이 확인되었음. 4가지 요소(졸업시점, 학점, 전공, 출신학교)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짐.
 
이날 포럼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 대기업의 채용과정에서 스펙은, 과거에 비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채창균 박사는 우리나라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의 경우, 1차 서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학점, 전공, 출신학교 등 전통적으로 강조되어온 스펙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주었다. 특히, 그는 서류 통과를 위해서 기업이 중요시하는 4가지 요인으로 졸업 시점, 출신학교, 전공, 학점을 언급했는데, 그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한 경우 대기업 취업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언급하였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의 인력 채용은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데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민홍 팀장은 이러한 방식을 “네거티브”의 방식으로 규정하고, 각 직무에 필요한 사람을 뽑는 “포지티브”의 방식으로 이행해 가야 함을 주장하였다.
 
채창균 박사의 이러한 연구 결과는 왜 한국의 대학생들이 무분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즉, 한국의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 구직자들은 모든 영역에서 최소한 평균 이상의 스펙을 갖추어야만 서류라도 통과할 수 있어 어느 한 부분도 등한히 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기업도 스펙을 여전히 활용하는 데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는 듯하다. 조민혁 강사에 따르면, 채용을 담당하는 인력에 비해 지원자의 수는 너무 많으므로 물리적으로 모든 서류를 상세히 살피는 것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스펙이 1차 심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기업 채용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이 문제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 서류단계에서는 ‘최종학교 졸업 시점’이, 면접단계에서는 ‘도덕성/인성’이 가장 중요함.
 
이날 채창균 박사는 채용의 서류단계와 면접단계에서 대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들을 정리하여 보여주었다.

서류단계에서 대기업은 최종학교 졸업 시점을 가장 중요한 평가의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대기업은 졸업 예정자나 졸업 후 1년까지의 구직자를 선호하고, 졸업 후 1년이 지난 구직자에 대해서는 선호도가 점차 하락하다가, 3년이 지나면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졸업 후 시간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취업 역량이 떨어지는 것의 신호로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대학생들의 졸업 유예 현상에는 바로 이러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그다음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은 서류단계에서 졸업 평점, 전공의 직무 적합성, 출신학교 등의 순으로 평가에서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어학 능력과 각종 자격증의 경우는 직무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채용에서 그 중요도가 현저히 낮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면접단계에서 우리나라 대기업이 가장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부분은 지원자의 도덕성과 인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능력이 뛰어나도, 도덕성과 인성이 부족한 경우,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나라 대기업은 도덕성과 인성을 필수 조건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 밖에 팀워크, 문제해결 능력, 인내력 등의 순으로 면접에서의 중요성이 확인되었다.

▲ 대기업 채용시장에서, 이공계와 인문계열의 취업 현실은 매우 다름. 취업난이 극심한 인문계열은 스펙 쌓기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음.
 
이날 발표자 중 현재 학생들 취업 상담이나 기업 컨설팅을 하는 발표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기업 채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인문계와 이공계를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조민혁 강사에 따르면, 취업 시장에서 스펙 경쟁이 치열한 것은 대부분 인문계열 학생들의 경우이고, 이공계 졸업생은 대기업의 수요가 많아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병철 대표는 한 공기업 채용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공계는 경쟁률이 1.1대 1도 안 되지만 경상계열은 65대 1이 되는 예도 있다고 언급했다. 다시 한번 청년의 구직난, 취업 경쟁, 스펙 경쟁의 문제 뒤에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라는 채용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취업난은 날로 심해지는데, 2019년 신입사원 퇴사율은 48.6%에 달하고 있음. 기업의 채용정보를 더 자세히 공고해야 하며, 면접 프로세스의 개선이 필요함.
 
한편, 이날 제기된 한 가지 흥미로운 주제는 취업난은 심해져 가고 있지만, 동시에 신입 인력의 중도퇴사율도 상당히 높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2019년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57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입사 1년 차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무려 48.6%에 달했다. 취업과 채용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할 때, 이 문제는 구직자와 기업 모두에게 손해일 것이다. 이에 관하여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과 의견 제시가 있었다.
 
이 문제는 구직자들이 업종과 기업을 선택하는데 신중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이 구체적인 직무와 업무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공기관에서 NCS 기반 채용이나 블라인드 채용을 하면서 중도 퇴사율이 줄어들었다는 연구들은 이러한 필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날 토론에서도 이병철 대표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는 국내 기업 사례와 직무에 대한 자세한 정보 제공이 법으로 제정된 일본의 경우를 소개하면서 한국 대기업의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높은 중도 퇴사율은 기업의 채용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특히, 조직 적응성을 주로 검증하는 기업의 면접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정민홍 팀장과 마민형 강사는 지원자의 최종 입사 결정이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때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이병철 대표는 충분한 검증을 하기에는 면접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지원자들의 직무능력과 적합성을 확인하기 위해 활용하는 역량면접의 경우 1인당 90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실제 우리나라 면접시간이 민간기업의 경우 12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편, 기업의 조직문화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한국 대기업의 경직된 문화 사이의 부조화가 있다는 것이다. 채창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EU 기업이 ‘기업가적 역량,’ ‘혁신성,’ ‘창조성’ 등을 중요시하는 반면, 한국의 대기업은 개인의 역량이나 개성보다는 ‘대인관계’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에서 채창균 박사는 튀는 사람보다 무탈하게 잘 어울려서 일하는 사람을 한국기업은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로 대변되는 4차 산업 시대에는 이공계와 인문계열의 채용 규모의 격차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됨. 산업 변화에 맞물려 AI채용이 확산하고 있음.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와 4차 산업의 대두로 대기업의 채용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먼저, 채용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공채 폐지와 수시채용의 확대로 대기업의 채용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팬데믹 사태로 인해 대기업들도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마민형 강사는 4차 산업 시대를 이끌어갈 성장 산업의 4가지 키워드로 BBIG, 즉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을 언급했는데, 이는 주로 이공계열과 관련되어 있어 향후 인문계열 학생들의 구직난은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학벌 문제와 스펙 경쟁의 이면에 채용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채용 당사자들(기업과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국가와 대학이 채용시장에서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급변해가는 산업 구조에 발맞춰 대학이 전공별 인원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산업의 변화와 맞물려, 채용시장에 불어 닥치고 있는 하나의 변화는 AI 채용의 확대이다. 이날 포럼에서도 AI 채용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제시되었다. AI 채용은 많은 서류를 처리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변별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AI를 활용한 채용에 관해서는 IT 기업들을 다루는 제3회 포럼(11/25)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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