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즈주의…21세기 융합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기초
상태바
베이즈주의…21세기 융합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기초
  • 여영서 동덕여대·철학
  • 승인 2020.12.06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책을 말하다]

■ 책을 말하다_ 『상식의 긴 팔: 과학하는 인간의 베이즈주의』 (여영서 지음, 집문당, 336쪽, 2020.10)

확률로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베이즈주의는 과학하는 인간이 지닌 상식의 긴 팔이고,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우리가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과학의 방법이다.

천체망원경을 사용하는 인간은 이제 매의 눈보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감각 능력만이 아니라 인간은 사고 능력도 발전시켰다. 갈릴레오나 뉴턴과 같은 과학자들은 자연 세계를 탐구할 때 늘 새로운 증거를 습득하고자 했고, 그 새로운 증거를 근거로 삼아 자연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려 했다. 바로 그 과학적 방법을 이제 우리 인간은 일상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즉각 습득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선택한다. 종종 실수하고 착각하기도 하지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과학자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과학하는 인간’으로 진화했다.

과학하는 인간의 사고방식과 생각하는 능력을 가리켜 ‘상식의 긴 팔’이라고 할 수 있다. 밤에 정전이 된다고 하면 미리 손전등을 준비하고, 불이 나면 화재 신고를 하고 소화기를 찾아 불을 끈다. 이런 것이 상식이다. 누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대처 방안을 생각해낸다. 더 복잡한 문제 상황에서도 인간은 이제 스마트폰을 활용해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다. 인간은 ‘상식의 긴 팔’을 지닌 존재로 진화했다.

베이즈주의는 바로 과학하는 인간이 지닌 상식의 긴 팔이다. 비가 올 확률이나 선거에서 이길 확률 등과 같이 확률로 생각하는 방법은 이제 일상적인 사고방식이다. 그 사고방식을 좀 더 엄밀하게 사용하면, 새로운 정보가 얼마나 믿을만한지를 생각해서 판단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확률 계산이 아니다. 새로운 정보를 얼마만큼 존중해서 기존의 판단을 어느 정도로,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다. 그런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 바로 과학하는 인간이고, 상식의 긴 팔을 활용하는 인간이다.

▲ Thomas Bayes(1701~1761) 출처=wikipedia
▲ Thomas Bayes(1701~1761)

베이즈주의는 18세기 영국의 수학자이며 성직자였던 베이즈(T. Bayes, 1701~1761)가 정립한 확률 규칙, 베이즈 정리에 기반한 과학의 방법이다. 베이즈주의는 가설과 증거 사이의 관계를 확률로 분석하고 추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 이름이 아직 생소하지만 선거 결과를 예측한다거나 보험료를 산정한다거나 잃어버린 핵무기를 찾는다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확률 추론 방법이다. 베이즈주의는 특히 최근에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과학의 방법이다. 구글에서 지금 ‘베이즈주의(Bayesian)’를 검색하면 3,100만 개가 넘는 검색 결과가 나온다. 2018년에는 약 1,710만 개, 2004년에는 약 10만 개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상식의 긴 팔: 과학하는 인간의 베이즈주의』(집문당, 2020)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 예측 등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베이즈주의를 소개한다. 이 책은 특히 셜록 홈즈가 범인을 잡기 위해 사용하는 추리의 방법과 베이즈주의가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인간 모두가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베이즈주의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베이즈주의가 21세기 융합의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의 기초라고 말한다. 과학철학자가 제시하는 베이즈주의라는 새로운 시대의 사고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영서 동덕여대·철학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시카고대학교에서 철학 석사, 미주리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과학철학전공)로 있으며 교양대학 학장,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역서로는 <과학적 설명의 여러 측면>(공역), 저서로는 <입증>(공저), <인과>(공저) 등 다수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