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생각을 안다고 착각하는 한국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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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생각을 안다고 착각하는 한국과 일본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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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한국과 일본은 왜?: 반일과 혐한의 평행선에서, 일본인 서울 특파원의 한일관계 리포트 | 사와다 가쓰미 지음 | 정태섭 옮김 | 책과함께 | 240쪽

이 책은 악화된 한일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실상을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일본 독자들에게 그들과 다른 한국의 논리와 정서를 알리고 생각할 재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는 거꾸로 우리에게도 일본 사회와 일본인의 진짜 인식을 읽을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외국인 관찰자의 객관적인 눈으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 같은 역할을 한다.

서울 특파원으로 10년 가까이 지낸 ‘한국통’이자 최고 수준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최근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근본적인 이유와, 양국의 진짜 실상 및 속내를 알려준다. 냉전 종식 이후 한국은 일본과 대등할 만큼 국력이 성장했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지향하며 움직이고 있다. 그만큼 한일 양국 간 입지와 관계도 변했는데, 양쪽 사람들의 인식은 그에 맞추어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로 인해 상대의 입장을 자신의 ‘상식’에 비추어 곡해하는 것이 최근 한일관계가 삐걱거리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2019년 7월 1일, 일본은 반도체 생산 필수품목 등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공식 발표했다. 이어 8월 2일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한일관계는 극도로 악화되었다.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7~10월간 대일본 항공여객 수는 2018년에 비해 21.2% 감소했다.

한국의 많은 시민들에게 2019년 여름 일본의 경제제재는 급작스럽게 뒤통수를 맞게 된 일이었지만, 사실 양국 간 긴장은 몇 달 전부터 고조되고 있었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피고인 일본 기업에게, 강제징용 피해자(2차 세계대전 시기에 동원되어 일본 기업에서 노동하게 된 한반도 출신자)들에게 위자료를 지불하라고 판결한 때부터다. 이는 한국으로서는 한일 양국 간의 문제이고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일이지만, 일본으로서는 전후처리의 기본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제까지 흔드는 일이었기에 받아들이기 곤란한 것이었다.

여기에는 중요한 함의가 있다. 한국과 일본이 가진 입지와 생각이 서로 다름에도 상대의 입장을 자신의 기준으로 짐작해 곡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일관계 악화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냉전 종식 이후 달라진 세계질서 구도와, 그 30년간 민주화를 이루고 국력이 일본만큼 성장한 한국의 변화가 있다.

이 책은 양 사회가 각자의 입장에서만 상대의 생각을 짐작하고, 그 때문에 오해하고 오판해 잘못된 결정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예컨대 ‘NO 재팬’이 아니라 ‘NO 아베’라고 하는 것이 이성적인 대응이라는 생각이라든지, 일본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제징용 문제나 ‘위안부’ 문제가 한국 시민들 사이에서 별로 이슈가 되지 못한다든지, 또 양 정권이 바뀌면 한일관계가 나아질 거라든지 하는 것들이다. 애초에 ‘상식’은 사회마다 다른데 그 점이 양국에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한일관계 악화와 상호 오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냉전 종식 후 달라진 양국의 위상과 입지다. 강한 국력을 가진 일본이 안보상의 필요성 때문에 한국을 배려했던 관계에서, 거의 동등한 힘을 가진 이웃나라 관계로 변화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그 시기가 민주화 이후의 시기와 맞물려서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으려는’ 한국인들의 마음가짐이 더해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즉 한일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도기로서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 사와다 가쓰미 (澤田克己)
▲ 사와다 가쓰미 (澤田克己)

이런 시대의 변천에 따른 인식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일본 내에서의 한국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이다. 50대 이상의 일본인 중에서는 한국을 내려다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들이 사회의 주축이었던 시절에 한국은 약소국이었으며, 그래서 그들에게는 ‘적어도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에는 한국에 대해 배려하고 성장을 도왔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렇게 쌓아올린 한일관계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한국을 건방지다고 여기고 나아가 ‘혐한파’나 ‘넷우익’으로까지 나아간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10~20대는 한국을 ‘선망의 대상’으로까지 보고 있다. 2000년대 초 〈겨울연가〉로 시작된 ‘1차 한류 붐’과 2010년대 초 장근석의 드라마와 한국 아이돌이 일으킨 ‘2차 한류 붐’에 이어,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3차 한류 붐’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문화는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처럼 배외(排外)주의 및 한국에 대한 ‘감정온도’는 세대 및 성별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인다(194~197쪽). 이런 세대차는 한국에 대한 인식만이 아니라 정치성향 등에서도 뚜렷하며, 이런 세대 간 차이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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