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옷을 입힌 코코 샤넬…“패션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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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옷을 입힌 코코 샤넬…“패션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영원하다”
  • 대학지성 In & Out 기자
  • 승인 2020.12.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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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

■ 코코 샤넬: 세기의 아이콘 | 론다 개어릭 지음 | 성소희 옮김 | 을유문화사 | 888쪽

현대 패션을 완성한 프랑스 출신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 그녀의 찬란한 인생 여정과 그 위대한 유산을 총망라한 평전이다. 샤넬 제국의 창립자인 가브리엘 코코 샤넬. 그녀는 여성이 옷을 입는 방식을 영원히 변모시켰다. 카디건 스웨터, 플랫 슈즈, 리틀 블랙 드레스는 스타일의 기본이 되었고, 지금도 연령을 초월한 수많은 여성이 샤넬을 입는다. “나는 전 세계에 옷을 입혔다”는 샤넬의 말처럼, 그녀는 억만장자가 된 동시에 세상의 시각적 미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20세기의 중심에 있었던 샤넬의 극적인 성장 과정과 인간관계, 타고난 사업 감각과 통찰력은 물론 두 차례의 세계 대전 시기에 얽힌 샤넬 신화의 정치적 의미까지 면밀히 분석한다. 저자는 샤넬이 새로운 여성성과 고급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해 가는 과정을, 샤넬이라는 정체성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꼼꼼히 들여다봄으로써 그 불가사의한 영향력을 살핀다.

샤넬은 몸매를 강조하지만 활동하기에 불편했던 과거의 옷들로부터, 또 타인의 도움 없이는 입기 힘들었던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했다. 일을 하고 걷기에 편한 옷을 만든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옷이 없으면 만들었고, 기존의 옷이 불편하면 잘라 냈다. 옷을 입는 신선하고 현대적인 방법을 여성에게 선사한 것이다. 그것이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로써 그녀는 세상의 시각적 미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문학 평론가이자 작가인 롤랑 바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우리 문학의 역사에 관한 책을 펼친다면, 새로운 고전 작가의 이름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바로 코코 샤넬이다. 샤넬은 펜과 종이가 아니라 옷감과 형태와 색깔로 고전을 쓴다. 그녀는 라신, 파스칼, 라로슈푸코, 마담 드 세비녜 같은 ‘위대한 세기’의 작가다운 권위와 재능을 갖추었다. 샤넬은 고전이 지닌 미덕을 모두 패션에 부여했다.” 이처럼 샤넬은 아름답고 완벽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녀는 곧 고전이 됐다. 모두가 샤넬이 되기를 원했고 샤넬을 입길 원했다.

샤넬의 태도와 몸가짐은 그녀의 스타일만큼이나 파급력이 강했다. 샤넬의 동료들은 샤넬을 모방하곤 했다. 샤넬이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들의 마음속에 그녀를 모방하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 힘 덕분이다. 샤넬은 패션이 곧 연극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의상과 머리 모양, 화장으로 ‘입을 수 있는 인격’을, 그녀만의 배역을 공들여 만들었다. 전 세계 여성이 간절하게 연기하고 싶어 했던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발명한 셈이다.

그 욕망의 힘으로 말미암아 샤넬이 창립한 브랜드는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그녀는 바람대로 부자가 됐다. 그러나 그녀가 얻은 것은 사업에서 일군 물질적인 성공이 전부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샤넬’이라고 인식하는 것의 일부는 패션을 초월하고, 심지어 샤넬이라는 인물조차 초월하는 ‘정체성’이 되었다. 또한 샤넬이 제공한 것은 단지 패션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남들이 좇을 수 있는 영웅적 여성상을 제시했다.

▲ 출처=을유문화사 포스트
▲ 출처=을유문화사 포스트

전쟁과 패션, 열렬한 민족주의. 극적인 변화의 시대였던 20세기의 중심에 샤넬이 있었다. 샤넬의 야망과 업적을 조망하는 이 책은 샤넬의 매혹적인 인생을 조명할 뿐 아니라, 그녀가 유럽의 역사, 특히 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양차 세계 대전 사이의 시기와 맺은 정치적 관계와 함께 펼쳐져 더욱 흥미롭다. 온 세계가 샤넬에게 매혹되었지만, 누구도 그녀가 생전에 정치적 변화의 광범위한 흐름과 맺은 관계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넬은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반反유대주의자였으며, 나치에 동조하고 협력하여 스파이로 활동했다. 전쟁을 기회로 삼아 사업을 확장했으며, 전후에도 순전히 직감을 따른 것처럼 가장 강력한 국가와 동맹을 맺고, 그곳의 문화에 녹아들고, 전 세계에 그 문화를 퍼뜨렸다. 전쟁 중 추축국을 도왔음에도 승리를 거머쥔 연합국의 편에 서서 활동을 재개했다. 이처럼 양차 세계 대전 속 샤넬의 정치적 선택에서 엿보이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은 물론, 언제나 자신의 가난했던 과거를 부정하고 지우려 들었던 모습, 파업하는 직원들을 전부 해고해 버리는 등 자기만의 아집에 빠져 있던 모습을 이 책은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이처럼 저자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샤넬을 패션계의 아이콘으로만 신화화하지 않고, 또 그녀의 연애사만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역동하는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한 개인의 일생을 생생하게 그려 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시대의 흐름 속 아주 세밀한 개인의 복잡한 감정과 선택을 통해 삶이 구성되어 있음을, 한 인간의 생애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진짜 샤넬의 얼굴을 본다. ‘샤넬 No.5’의 향기처럼,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 코코 샤넬_저자 론다 개어릭(Rhonda Garelick)
▲ 저자 론다: 개어릭(Rhonda Gare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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