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낯을 드러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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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민낯을 드러낸 대선
  •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 승인 2020.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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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 칼럼]

먼저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코로나19로 무려 250,000명 이상의 인명을 잃고 있는데 자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책임이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뒤집는 작전(?)에 몰두해서인지 이 감염병으로 고생하는 자기 국민을 위로하고 희생자 가족에게 사과했다는 보도는 아직 없다.

이번 대선은 그들의 200여 년 역사에서 처음 보는 매우 희한한 대통령을 4년 전 당선시킨 이후 처음 치르는 것이며,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은 물의와 마찰을 일으켜왔기에 그의 재선 여부는 그 어느 대선보다 더 큰 관심 속에서 진행되었다. 드디어 11월 3일 투표는 끝났고 그 결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해 232명을 얻은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되었다고 거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순간까지 패배를 부인하면서 자신이 승자인데 부정투표로 민주당이 선거를 훔쳤다고 주장하는 전무후무한 선거 결과 뒤집기 작전(?)에 들어갔다. 심지어는 당선자의 정권인수위원회에게 법적으로 제공되는 예산, 인력, 정보, 사무실 등 제반 지원 활동을 차단하면서 선거 결과 자체를 뒤집기 위한 소송을 비롯한 온갖 움직임에 골몰하면서 선거가 끝난 지 3주가 넘는 이 순간까지 선거 결과에 대한 승복을 거부하고 있다. 이번 선거 기간 동안 드러난 다른 문제점도 함께 지적해 보자.

첫째, 미국은 아직도 정치에서 폭력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할 수 없는 나라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제 2 수정헌법에 근거한 총기보유권이 개인의 신체와 재산 보호라는 원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정치적 문제해결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는 이번 대선 기간 중 일부 시위대는 총기를 실제로 들고 나왔을 뿐만 아니라 그중 일부는 총기를 거리의 담과 같은 고정위치에 정착하는 등 마치 전투라도 하려는 듯 상대방의 선거운동을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이 역사적으로 정치에서의 총기사용을 포함한 폭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나[3명의 대통령 암살 - 1865년 링컨(Lincoln), 1881년 가필드(Garfield), 1963년 케네디(Kennedy)], 이번 선거처럼 폭력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미국에는 아직도 극우파 폭력조직 중의 하나인 이른바 백인 우월주의자들(the White Supremists)이 건재하고 있으며 특히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Charlottesville, Va.)에서 자기들 반대편에서 평화롭게 시위하던 한 젊은이를 위의 폭력단체가 사살한 바 있다]

둘째, 무엇보다도 미국이 그동안 다른 나라에 성공한 민주제도로 자랑하던 3권 분립 정신을 깡그리 무색케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에게 맹종하는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보인 미국식 “내로남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천한 대법관 후보의 인준 절차를 1년 반 동안이나 미루던 공화당이 이번에는 대선 1개월 안에 대법관 후보 임명에서 청문회, 법사위 의결과 상원에서의 인준 동의까지 모든 절차를 일사천리로 대선 전날까지 모두 끝낸 사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때 개발대상국에 대한 미국 외교의 목적(아들 부시 대통령 때)을 <민주주의 확산>이라고 외치던 미국의 이러한 “내로남불”을 미국 학계를 포함한 지식층의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태도에서 그들의 이중성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셋째는 오늘의 미국 정치가 양당의 지나친 이념 중심의 편 가르기 때문에 여야가 서로를 정치 문제의 경쟁자로서가 아니라 적대시하는 경향까지 보인다는 서글픈 사실이다. 전통적으로 여·야간에 활발했던 협상, 타협, 협조가 사라지면서 주요 법안들이 국회에서 정체되거나 심지어는 예산이 제때 통과되지 못해 정부 문을 닫는 현상까지 일어나는 등, 이런 정치의 강성화가 정치의 정지(stop)로 이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치의 정체(gridlock)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무조건 선거에서 이길 궁리만 하지 않나 생각된다. 비록 선거에서는 패배했으나 47%라는 몰표가 나온 공화당의 전략이 EU는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이미 수십 년 동안 실시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미국민이 가장 무서워하는 사회주의 국가(궁극적으로는 공산주의 국가가 될)의 제도라는 가짜뉴스에 억대가 넘는 홍보비를 쓴 것이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만약에 자기 국민이 이처럼 간단한 단어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도록 방치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에 세계를 향해 자국의 민주주의를 자랑하고 가르치려 했던 그 많은 미국의 언론이나 교육 기관들은 도대체 그동안 자기 나라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몹시 궁금하다.


조창현 논설고문/전 한양대 석좌교수·행정학

연세대 정법대를 나왔으며 아메리칸대학에서 행정학 석사,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행정학 박사를 취득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펨부록 캠퍼스 교수, 한양대 행정학 교수, 한양대 명예 및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지방자치란 무엇인가?》, 《지방자치의 이론과 실제》, 《행정학원론》, 《재무행정론》, 《지방자치론》, 《지방행정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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