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면접의 방역과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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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면접의 방역과 공정성
  • 김범수 편집기획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 승인 2020.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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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쿠스]

11월 19일 실시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로나 유행으로 2주간 미뤄져 12월 3일 실시될 예정이다. 이처럼 수능이 연기됨에 따라 대학의 학기 말 학사 관리도 예년에 비해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예년 같으면 12월 첫째 주 또는 둘째 주 종강에 이어 학기 말 시험과 성적 처리로 이어지는 일정이었을 텐데 올해는 12월 내내 학기말 학사 관리와 입시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면서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상향하는 등 방역에 비상이 켜짐에 대학의 입시 관리도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험생들과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입시 면접에서 방역과 입시 공정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대학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경우도 12월 11일로 예정된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과 18일로 예정된 지역균형선발전형 면접 준비로 비상이 걸렸다. 특히 12월 11일 실시 예정인 일반전형 면접의 경우 단순 면접이 아니라 수학, 사회과학, 인문학 분야에서 제시문을 활용하여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구술시험을 함께 실시하는 면접이라 방역을 철저히 하는 가운데 입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면접 당일 학교를 방문하는 수험생 숫자가 약 3천 명에 달하고 거기에 동행하는 학부모님들까지 포함하면 5천 명에 달할 텐데 발열 증상이 있는 유증상자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다른 수험생들과 대학 구성원 전체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면서도 유증상자에게 공정한 입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현재 계획에 의하면 면접 당일 발열이 있는 유증상자의 경우 건물 현관에서부터 동선을 분리해 별도 고사장에서 면접을 준비하고 비대면 화상면접을 실시할 예정인데 혹시라도 화상면접을 실시하다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 예년의 경우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의 경우 구술시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수학 구술시험을 실시하는 모집단위에서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면접 준비 시간과 면접 시간을 사실상 분초 단위로 계산해서, 모든 면접 조에서 수험생들이 동시에 면접 준비를 시작해서 동시에 면접을 실시하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모든 면접실에서 강제로 면접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일률적으로 관리했는데 올해는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대학 입장에서는 면접 당일 수험생 가운데 몇 명의 유증상자가 발생할지, 그리고 고온과 기침을 동반한 고위험군 수험생은 몇 명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돌발 변수를 염두에 두고 면접을 준비 중이긴 한데 방역과 입시 공정성을 100% 완벽하게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여태까지 대학 입시에서 한 번도 실시해 본 적 없는 비대면 화상면접을 실시하다 인터넷 접속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컴퓨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또한 대면 면접과 비대면 면접이라는 면접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유불리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그나마 면접 당일 학교에 와서 증상이 발견된 수험생의 경우는 학교 내에서 어떻게 해결 방안을 마련해보겠지만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학생들의 면접은 어떻게 할지 더 큰 고민이다. 교육부 방침에 의하면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수험생의 경우 대학 캠퍼스 내 면접은 불가하고 지역 권역별로 지정된 별도 고사장에서 면접을 실시해야 하는데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수험생이 몇 명이나 될지, 권역별 별도 고사장에서 시간 관리와 시험 관리는 잘 이루어질지, 혹시라도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자가격리 명령을 받은 수험생이 한 명도 없으면 좋겠지만 필자가 재직하는 대학의 경우만 하더라도 해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면접 대상자가 매년 수십 명에 달하는 상황이라 해외에서 입국하는 수험생들의 자가격리는 불가피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화상면접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무쪼록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코로나로 전례 없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어떤 일이 발생할지 가늠이 어렵다. 모든 수험생이 공정하게 자신들이 지난 몇 년간 갈고닦은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 혹시라도 몇몇 수험생들에게 불공정한 상황이 발생할까 봐 걱정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방역도 중요하고, 입시를 준비하는 대학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도 중요하지만, 대학 입시라는 목표를 위해 지난 몇 년간 ‘피땀 눈물’을 흘려가며 고생한 수험생들이 자가격리 명령을 받고 당황할 것을 생각하면 너무 안쓰럽다. 뉴스에 의하면 조만간 백신이 상용화된다고 하는데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내년 대학 입시는 예전과 같은 정상으로 되돌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50만 수험생 여러분 힘내세요! 파이팅입니다!


김범수 편집기획위원/서울대 자유전공학부·정치학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인권의 정치사상: 현대 인권 담론의 쟁점과 전망』(공저), 『전후 일본의 보수와 표상』(공저) 등의 저서가 있으며, 민족주의, 다문화주의, 인권, 정의론 등 현대정치이론의 주요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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